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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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90305 황정은
처음 읽은 황정은. 디디의 우산이 엄청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랑한다 읽다가 울었다 온갖 찬사가 쏟아지니 궁금한데 역시나 읽는 사람이 줄어들 때 읽기로 했다. 전자 도서관에 이 책이 있어서 빌렸다. 
정말 잘 쓰고 재미있게 봤지만 읽다보니 소설이란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서운 걸. 무섭다. 

上行 …… 『문학과사회』 2012년 봄
오제와 오제 어머니와 화자가 주인이 죽고 그 누나와 노모가 남아 팔리(지 않)길 기다리는 시골땅에 고추 따러 다녀온다. 고속도로 하행으로 시작해 상행 중에 끝난다. 

  양의 미래 …… 『21세기문학』 2013년 가을
21세기문학은 없어졌다. 김준성 작가상이랑 문학관도.
서점에서 일하다 그곳을 나오게 된 사람이 머물던 공간 스친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효재의 우산과 고양이, 헤어진 이를 돌아보는 건 다음 소설도 비슷하다. 

  상류엔 맹금류 …… 『자음과모음』 2013년 가을 
제희와 그 부모님을 지켜보고 수목원에 다녀오는 화자. 제목은 생각보다 무척 서글프고 답답한 것이었다. 왜 제희가 아닌가. 너무 착하고 견디기만 하는 사람을 보는 것도 고통이다. 가장 좋은 순간보다 이상하고 싫었던 시간이 기억에 더 남긴 한다. 

  명실 …… 웹진 <한판> 2013년 12월(발표 당시 제목은 ‘아무도 아닌, 명실’)
지금 곁에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삼단 콤보 세 번째였다. 젊어서 먼저 죽으며 수만권이 넘는 책과 이야기의 씨앗과 책상과 만년필과 노트와 기억을 남기고 간 실리, 그렇다면 남은 명실이 할 수 있는 일은 달리 뭐가 있을까. 더구나 늙고 기억이 가물하고 (아마도 치매기도 있는) 혼자인 마당에. 계속 할 일을 잊다가도 다시 작은 실마리들을 따라 결국 만년필을 녹이고 잉크를 사고 노트를 꺼내고 책상을 옮기던 명실은 제목과 이름 쓰기로 글쓰기를 시작한다. 왠지 모르게 아이가 첫 심부름 가는 그림책을 보는 것 같았다. 아이의 심부름을 방해하는 게 대부분 외부 요인이라면 명실에게는 온갖 상념과 과거까지 가세하는 점이 다르다. (그게 동시에 쓰게 만드는 추동력도 된다.)

  누가 …… 『문예중앙』 2013년 겨울 
계급, 삶의 공간과 그 주변 환경에 대해 뼈져리게 느꼈지만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보지 못 했다. 타인이 만드는 지옥의 순환 구조. 나까지 그 수레바퀴에 가세하게 되는 시점, 으악 진짜 지옥이다. 
난 정말 고요한 곳을 원하거든. (그래서 지금 사는 옹벽뷰의 산꼭대기는 운 좋은 선택이었지만 어린이 둘 덕에 내부의 소음과 층간 소음 가해자가 되는 자책으로 번민 중이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 『문학동네』 2015년 가을
중년 부부의 동유럽 여행기.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 베를린에서 못 내린 그녀는 어디로. 

  웃는 남자 …… 『문학과사회』 2014년 가을
디디와 우산이 나온다. 지하생활자 수기도 생각나고. 단순해지고 싶은 남자가 단순하게 만든 방 안에 고립되어 디디와 아버지와 그외 사람들을 생각하며 살아(죽어)간다. 행복했던 적이 있고 더 행복해지고 싶었지만 홀로 남은 도도. 그가 비켜선 자리에 부딪혀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노인. 버스 사고에서 죽은 연인. 내가 연인대신 붙잡은 가방. 앞의 이야기도 이 이야기도 슬펐다. 소중한 사람이 죽거나 지금은 곁에 없는 이야기가 최소 다섯이나 되는 책이라니. 여기서는 아무리 봐도 아무도 웃지 않은 것 같은데. 

  복경 …… 『한국문학』 2015년 봄
웃는 사람은 이 소설에 나온다. 웃는게 아니라 웃늠이었나. 감정 노동자의 고충 고통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하는. 나는 정말 안 웃는 사람이다. 

황정은 아마도 계속 볼 것 같은데 디디의 우산이 연작 소설이라고 하던데 기대하고 봤다 실망할까 걱정되서 옛날 것부터 야금야금 천천히 아껴 봐야겠다. 소설 무서움증이 좀 가시고 난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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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3-05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정은빠들의 기세가 워낙 거세어 어쩐지 열반인니께서 몸을 사리셨다는 느낌이 느껴지는 느낌입니다..... 그 빠군단의 선봉장....까지는 아니고 선봉장의 말고삐 잡아주는 하인 정도되는 제 입장에서 드리기에 적절한 말씀은 아닌 것 같사오나.....

폐가 많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3-05 22:02   좋아요 0 | URL
많긴요...겨우 두 개인걸요...(황정은 소설엔 폐 떼어낸 사람도 나오던데...) 원래 더 큰 폐를 끼쳐서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게 제 역할입니다... 죄송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3-05 22:05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제가 무서운 건 빠님들이 아니고 진심 잘 쓴 소설들 읽는게 무서워졌어요...왜 일까요...저도 황정은 좋던데 워낙 사랑하시는 분들 많으니 저까지 신도로 합세 안 해도 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