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아프간 출신의 미국 작가인 할레드 호세이니는 조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첫 소설 <연을 좇는 아이>에서도 아프간의 비극을 전 세계에 알렸으며 이 책은 아프간 여성들의 생애를 다루어 <해리 포터>를 밀어내고 아마존 베스트 1위를 한 바 있다. 

인권이라고는 전혀 없는 아프간 여성의 먹먹한 생애를 기록했으며, 여성으로써 겪을 수 있는 모든 치욕과 수모를 기록한 작품이다. 어릴 때부터 절제하는 법만 배우고 자란 아프간 아이들은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처럼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하다.

여성들은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남자와 강제 결혼하고 노예 대접을 받으며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사는 게 일상인 것이 아프간의 현실이다. 그래서 아프간 여성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면 웃는 법을 잃어버린다. 자신들은 종의 신분이라서 참는 것 밖엔 할 수 없다는 팔자라던 엄마의 불평들이 전부 옳았으며 딸들은 그런 엄마의 발자국을 따라가게 된다.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닌데 아프간 여성들은 전통이란 명목하에 히잡을 쓰고 부르카를 두르고도 남성과 눈 마주치는 것조차 금지될 정도로 가축 취급을 받으면서도 그저 묵묵히 견뎌야만 한다. 실로 이곳 여성들의 삶은 TV 난민 프로그램에서 줄곧 보던 것보다 더한 지독함인데, 이러한 불공평은 공산주의자들과 정권의 싸움에 비할 바 못되었고, 나라도 불안정한데 개인의 화목을 바라는 것은 더더욱 허사였다.

소련과의 전쟁 및 테러로 군인이 된 아들들은 대부분 희생되었고, 종족 간에 싸움으로 무차별 살인과 강간이 반복되며, 날아드는 로켓탄에 가족과 친구들도 차례대로 죽어간다. 집 밖은 전쟁이요, 집안은 지옥인 이 거지 같은 세상. 뭐 하나 양보 없는 이 나라는 정말이지 애통함이 끊이질 않는다.

나는 <연을 쫓는 아이>보다 이 작품에 별풍선 백만 개 주고 싶다. 답도 없고 해결도 불가한 이슈들을 이렇게 많이 조명하는 작품은 드물기 때문이다. 내가 겪는 삶의 서러움은 이들에 비하면 꼬마들 소꿉놀이에 불과했고, 내가 누리던 자유가 이들에게는 만수르에게나 볼 법한 사치였다.

진짜 본의 아니게 글이 길어졌는데 여하튼 지금은 아프간 사정이 나아져서 이런 엔딩이 가능하지, 아직도 그대로라면 이 책은 절망만 외치다가 끝나지 않았을까. 자신을 지탱해주는 존재들이 내 안의 찬란한 태양이 되어 흑암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소설. 이런 콧물 범벅 이야기가 영화로 나오면 차마 나는 못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