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서가
신순옥 지음 / 북바이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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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도서 가운데 먼저 배송되어 온 남편의 서가를 읽는다. 도서평론가 최성일의 부인 신순옥이 쓴 독서에세이이자 죽은 남편을 기리는 글이다. 남편의 유고집 한 권의 책》(연암서가, 2011) 서문에서 이미 그녀의 글솜씨를 보았던 터라 격주간 기획회의에 독서에세이를 연재할 때 책으로 엮여져 나오리라고 예상했다.

      


얼른 읽어보고 싶었다. 다만 마음속에서는 서두르면서도 책 구입을 망설였던 것은 얼른 읽고 싶은 욕구와 일단 책을 구입하면 당장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의무감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구입해놓고서도 미뤄둔 책들이 많은 탓에 당장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어쨌든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고, 퇴근길 전철 안에서 몇 꼭지를 읽는다.


신순옥 글쓰기의 힘은 서사능력에 있다. 소재를 잘 엮어 끝까지 이끌고 가는 힘은 깊은 숙고, 면밀한 관찰, 철저한 기획에서 나온다. 정해진 분량 안에서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연재글은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흔들림 없이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에피소드를 긴밀하게 연결시킴으로써 테마를 유지한다. 사건과 의미를 연결 지으면서 결국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지점으로 나아가는 능력은 저자의 기획 능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이다.


글쓰기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맞물린 결과이다. 머릿속에 발랄한 상상과 사유가 마구 뛰놀아야 한다. 이미지와 아이디어와 의미가 자유롭게 연결되어야 한다. 경직되면 수준 미달의 글이 나오기 마련이다. 내가 쓴 글도 억지로 쓴 것과 술술 풀려나와 쓴 것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

남편의 서가도 분량을 맞추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러나 숙성되고 소화가 되어 나온 글이라는 데 이견을 달고 싶지는 않다.

      


남편의 서가는 두 축을 기반으로 한다. 하나는 남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추억, 남편이 남긴 책과 글에 관한 것이다. 또 하나는 저자의 일상과 읽은 책들이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 후회와 자책, 사랑과 고마움, 존경과 감탄의 감정들이 녹아드는 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는 사소한 일상들, 책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와 책에 대한 견해가 녹아 있다.


제목만 보면 순전히 남편을 애도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을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만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을 기르는 어머니로서의 일상이 더 많이 섞여 있다.

독서에세이를 표방하는 만큼 책을 중심에 놓았다. 그렇다고 칭찬 일변도로 전개하지는 않는다. ‘실망이라거나 주인공의 자기자랑’, 심지어 저자의 이름을 책 제목으로 올린 것에 대한 언짢음까지 언급한다. 물론 단편적으로만 판단하고 넘어가려고 했다면 저자는 그 책들을 언급 대상으로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실망의 총평 속에도 공감이 가거나 수용해야 할 부분들은 존재한다. 신순옥은 그것을 말하기 위하여 그 책들을 내세운다.

      


남편의 서가라고 하였지만, 남편의 서가에 꽂힌 책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남편의 서가에서 골라온 책들도 있고, 남편 앞으로 배달되어온 책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책들 역시 저자가 새롭게 선정한 것이다. 남편의 독서 취향을 따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동화와 그림책들이 크게 차지하는 것은 지은이의 독서 취향과 육아의 입장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이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감동을 주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글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픔이든 환희든, 열정이든 의욕이든, 좌절이든 사랑이든 읽은 이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글은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최대 미덕을 일단 확보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나에게 이 책은 좋은 글의 범주에 속한다. 책에 스민 진정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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