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남자와 금성여자를 넘어서 - 차이를 넘어 마음으로
존 그레이 지음, 문희경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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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습니다. 존 그레이의 메가히트작,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이어지는 결정판입니다. 사실 좋아하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그 테마 자체가 워낙 탁월했고 이번 최신작의 경우는 전작과는 독립적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에요. 그러니까 일종의 관계의 기술에 관한 책인데 더욱 실용적인 해법을 얘기하기도 하고 더욱 이론적으로 파고드는 면모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용을 볼까요.

 

 

 

 

2.

 

그러니까 젠더문제는 작금의 가장 큰 이슈일텐데 정확히 그 지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함의가 클 것입니다. 그러니까 차이를 넘어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요. 그것은 이해에서 시작하겠지요. 그리고 이해는 다시 돌아와 차이에서 시작합니다. 그 차이를 적확히 진단하고 파악하는데서 이해는 시작하는 것이겠지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면,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나 자신에 대한 감정과 사랑하고 싶은 의지가 달라진다. 낯선 사람에게 거절당하면 여파가 크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면 고통스러워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물러나고 마음을 닫으며 주위에 벽을 둘러치고 방어한다. 살면서 가장 큰 고통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지 않을 때 생긴다....-p69

 

 

 

 

 

3.

 

하지만 이 책은 이같은 진단과 처세술에 매달리지 않고 시종 과학적인 방향으로 독자들을 이끌기도 하는데요. 이를테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 수치와 그 기능으로 젠더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증상은 남성성이나 여성성이 억제되어 호르몬의 균형이 깨졌다는 표시다. 연구자들이 '짝 유대'라고 부르는 시기에는 옥시토신과 에스트로겐이 모두 증가한다. 따라서 짝 유대 시기에 여자는 그 보상으로 내면의 여성성을 발견하여 표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형의 지지를 받는다....-p242"

 

그러니까 이해와 공감이 화두가 되는 21세기에 있어서 확실히 그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잡은 베스트셀러입니다. 연애를 앞둔 이들,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들이나 권태기를 맞은 연인들에게도 다시금 그 관계를 돌아보고 애틋해지게 만들어 줄 책입니다.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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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 종교, 신화, 미신에 속지 말라! 현실을 직시하라!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데이브 매킨 그림 / 김영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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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처드 도킨스의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입니다. 이 책은 그간 리처드 도킨스의 책가 궤가 조금 다릅니다. 그러니까 데이브 매킨이 그림을 보탰어요. 한마디로 리처드 도킨스가 일종의 입문서를 내놓은 겁니다. 그간 생물학, 그 중에서도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을 위주로 깊이와 통찰을 보여주던 저자가 생물학일반은 물론이고 자연과학 전체로 그 외연을 확장합니다. 그러니까 리처드 도킨스로서는 처음으로 우주와 낮과 밤, 태양과 초신성 등을 얘기하는 책이에요.

 

 

 

 

 

 

2.

 

보시다시피 굉장히 양질의 그림자료들과 사진들을 담고 있습니다. 텍스트와 사료간 배합이 1:1정도에 이르므로 밀도가 높진 않습니다. 다시 말해 굉장히 가독성이 높아요. 여기서 도킨스의 필력을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도킨스의 문장들은 자연과학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는데 이를 테면 이렇습니다.

 

 

...무지개는 정말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저기 어디쯤에 걸려 있는 구체적인 물체로 보인다. 연극의 아이들처럼 곧장 저쪽으로 걸어가면 나도 무지개가 땅에 발을 디딘 그 자리에 설 수 있을 것만 같다. 앞서 소개한 신화들도 이렇게 생각했다. 무지개란 구체적인 거리만큼 떨어진 구체적인 장소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물체라고. 물론 여러분은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진작 알아차렸으리라! 우선 우리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무지개에 가닿지 못한다. 무지개는 자꾸만 우리에게서 멀어지다가 끝내 흐릿하게 사라진다. 그렇다고 무지개가 정말로 멀리 도망가는 것은 아니다....-p147

 

 

 

이같은 무지개의 환영을 시작으로 리처드 도킨스는 빛에 대해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빛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라는 질문에 대답을 시작하지요. 와중에 문장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사려깊어서 자연과학과 전혀 무관한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장점을 붙이자면 역시 그림에 관한 얘기에요. 빛의 굴절을 얘기하면서 동시에 굴절현상이 담긴 사진 자료들을 함께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입문서로 이만한 책을 찾기도 힘듭니다.

 

 

 

 

 

 

 

 

 

3.

 

책의 크기가 크지만 두께는 얇은 편인데다가 어디까지나 개요에 가까운 내용들만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자연과학의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특별히 흥미를 느끼게 되는 파트를 다른 책으로 하나씩 확장해나갈 수도 있겠지요. 얼마간 21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학계의 저자이므로 그가 쓴 자연과학 입문 교양서라는 점에서 함의가 클 것입니다.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역사>같은 경우는 확실히 입문서라기에는 상당히 깊이 들어가는데다가 두께도 상당하잖아요. 리처드 도킨스의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은 말 그대로 입문서입니다. 굉장히 쉽고 친절한데다가 그림자료들을 최대한 활용해요. 그리고 그 사료들이 자칫하면 상당히 유치해질 수 있는데 데이브 매킨의 그림은 우선 자연과학에 대한 적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상당해 보입니다. 저만 해도 상당히 영감이 되는 자료들이 많았어요. 그러니까 이 책은 자연과학을 교육해야 하는 선생님에게도, 동시에 자연과학이라면 그저 자신없는 입문자에게 특별히 좋은 책으로....진심을 담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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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유니버스 - 우리의 우주는 유일한가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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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습니다. 김영사와 우주론, 거기에 박병철 번역이라는 보증된 공식으로 완성된 책입니다. 저자는 '브라이언 그린'. 그러니까 이 쪽 방면에선 미치오 카쿠가 가장 유명할텐데 사실 오늘 소개드릴 저자 역시 만만치 않지요. 제 경우 오히려 우주론의 관한 책으로는 <평행우주>보다는 가장 최신이론까지 유려하게 담고 있는 <멀티 유니버스>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자소개를 조금 할까요. 역시 초끈이론과 우주론 등을 이론물리학계에서 선두에서 지휘하는 물리학자 중 한명입니다. 이미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된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집필하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사실 학계에선 소개가 불필요한 저자입니다. 오늘 소개드릴 <멀티 유니버스>의 경우 가장 최근 저서이므로 역시 한 권의 책을 추천드리자면 오늘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2.

 

책은 총 11장으로 이루어져있고 페이지가 500여페이지에 이릅니다. 심지어 우주만을 얘기하고 있지요. 그러니까 현 시점에서 이걸로 우주론은 넉넉하게 해치울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주라고하면 본능적으로 광활하고 막막하게 느껴지지만 확실히 저자의 수려한 필력이 돋보여요.

 

양자역학적 계산을 통해 하나의 입자가 이곳또는 저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결과가 얻어졌다면, 하나의 우주에서는 입자가 이곳에 있고, 또 다른 우주에서는 입자가 저곳에 존재한다는 식이다. 그리고 각 우주에는 당신의 복사본이 살고 있어서, 한 우주에 사는 당신은 이곳에서 입자를 발견하고, 다른 우주에 사는 사람은 저곳에서 입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이 보고 듣는 것만이 유일한 실체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p19

 

 

이처럼 우선 평행우주라는 소재 자체가 상당히 흡입력이 있는 데다가, 학계가 공인하는 저자가 시종 흥미로운 필치로 서술해나가고 있으므로 가독성도 좋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선 번역가가 상당 부분 의역을 제대로 활용하여 우리에게 소개해준 공도 있겠습니다. 박병철 선생의 번역은 이쪽 방면에선 특히 유명하지요.

 

 

 

 

 

 

 

 

3.

 

얼마간 과학이론은 쉽게 손실되고 형태를 바꿔 나가기 때문에 역시 최신작을 끊임없이 섭렵해야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멀티 유니버스>를 최신작으로 추천드리고 싶은 것도 있고요. 동시에 우주론의 시원부터 상당히 폭넓은 부분을 굉장히 정갈하게 정리한 책이기 때문에 특별히 가치를 지닌달까요. 다소 철학적인 관념론으로 빠지기 쉬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관측결과와 과학적인 논증으로 구심력을 갖고 있는 책이기에 특히 흡족한 책입니다. 그래서 더욱이 독자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상상을 확장해나갈 수 있을 테지요.

 

혹자는 브라이언 그린을 칼 세이건과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코스모스>의 경우 확실히 클래식이지만 어느 정도 시의성에 의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브라이언 그린의 경우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그 함의가 더욱 클 테지요. 상당히 친절하고 유려한 과학교양서입니다. 사실 교양서라기엔 제법 깊게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많은 비유와 설명으로 가득해요. 비단 우주론이 아니라 때로 세속적인 삶에서 잠깐 탈출해 공상에 머무는 데 이만한 책이 또 없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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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류현 옮김, 한순구 감수 / 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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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경제학은 상당히 어렵고 그 변수도 지나치게 많은데다가 현실과의 괴리마저 큰 학제잖아요. 어중간하게 배웠다고 현실에 적용하려 했다가 직관적인 결론보다 못할 때가 많지요. 경제학이란 게 어떻게 보면 결과론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상당히 체계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인데.... 제 경우 경제학이라면 역시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어서 한동안 포기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경제학에 관한 흥미의 물꼬를 다시금 터준 책이 다름 아닌 이 책입니다. 



2.

  저자는 토드 부크홀츠, 저명한 투자 회사에서 투자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고 부시 행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담당 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있지요. 그러니까 전문성을 의심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고 무엇보다 그 방대한 경제학을 굉장히 정갈하게 정돈해내는 그의 필력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법 많은 경제학 입문서들을 접해왔는데 대부분이 피상적인 부분에 머물거나, 경제학의 역사들을 겉만 훑는다거나, 지나치게 수식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고립돼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이 책은 자신있게 상당히 재치있게 쓰여졌다고 자신해요. 이미 출간된지 20년이 되었고 이번이 3번째 개정판이니 그 인기와 실력은 따로 첨언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3.
 

세계는 젖과 꿀이 넘쳐 나는 곳이 아니다. 더 맑은 공기와 더 빠른 자동차, 더 큰 주택과 더 넓은 주차장, 더 많은 노동 시간과 더 많은 여가 시간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나쁘고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그것을 한번에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단지 그들은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이해시켜 줄 뿐이다. -p34


  그러니까 책은 성급하게 경제학 이론을 이렇다, 저렇다는 식으로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처럼 호소력 있는 문장들로 문을 여닫게 됩니다. 시종 딱딱한 언어들에 부딪혀 경제학에 실패해 온 저로써는 얼마간 문학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비유들과 저자의 재치에 흠뻑 빠질 수 있었는데요. 단적으로 그것들을 잘 보여주는 게 목차입니다. 그러니까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9장은 <경제학의 구세주, 케인스> 라고 다소 흔한 제목을 쓰고 이게 대부분의 경제학 이론서의 형식이잖아요. 반면 13장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먹구름, 그리고 한 줄기 햇살>.

  다시 말해 얼마간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저자의 필력이 들어갈 수 있는 여백은 얼마든지 빼곡하게 채우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이 수많은 경제학 이론서들 사이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클래식으로 남은 것이겠지요.



4.

  300년 경제학의 역사를 담아냄과 동시에 21세기의 경제학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몇 안되는 귀한 책이긴 해요. 하지만 유일한 단점이 있습니다. 개정작업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에 이루어져 현재 경제 침체에 관한 논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당연히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기에 아쉬울 수밖에요. 하지만 그 이전의 경제학들을 가장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전학파의 이론이 케인스에 의해 부정되고, 케인스의 이론은 다시 통화이론과 합리적 기대이론 등에 부정되는 역사적 흐름을 제대로 살려내는 멋진 책이에요. 수업이나 이론에서 소개되는 수식들과 그래프와, 현실과의 괴리를 멋지게 채워주는 책으로써 경제학 일반에 대한 이해를 원하는 독자분들께 강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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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1 - 고대 중세 편 움베르토 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1
움베르토 에코.리카르도 페드리가 지음, 윤병언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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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움베르토 에코와 리카르도 페드리가 편집한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입니다.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저자가 움베르토 에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자이자 동시에 편집자에 가깝지요. 벌써부터 아쉬워 할 움베르토 에코의 팬들이 많을 텐데요. 사실 이 책의 강점은 오히려 여기에 있습니다. 


  이토록 방대한 철학의 계보를 제 아무리 움베르토 에코라고 어떻게 혼자서 덤벼들겠습니까. 차라리 에코는 최전방에서 전두지휘를 맡고, 그 방대한 사료들을 정갈하게 정돈하는 역할이 걸맞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움베르토 에코라는 거장의 저술들을 볼 때 이처럼 정돈하는 일은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했지요. 그리고 다른 누구도 할 수 없을 일로 보이는 점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국내에 저같은 일반 대중들에게나 낯선 저자들이지, 사실 학계에서는 저명한 교수들이 저마다의 힘을 모은 책으로써 함의가 상당히 큰 책입니다. 그리고 이 방대한 양이 고대와 중세에서 끝나는 1권에 불과하다는 점도...역시 놀랍지요.


  움베르토 에코라는 큰 별이 진지 그새 2년하고도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의 영향력이 이처럼 세계 곳곳에 남아 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역시 경이롭달까요. 그럼 본격적으로 목차를 보겠습니다.








2.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됩니다. 각 장은 5개에서 7개의 작은 단원으로 구성되고요. 각 단원을 이탈리아의 저명한 학자들과 교수들이 담당해 철학의 계보를 설명해나갑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움베르토 에코는 몇몇 단원에서 추가로 외연을 확장해내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11장은 '철학자와 신학자'라는 테마로 묶여 있는데요. 이 중 7단원에 해당하는 토마스 아퀴나스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와 세상의 영원함>같은 글은 추라고 에코가 저술하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움베르토 에코라고 해서 어떻게 모든 연대기에서 가장 돋보일 수 있겠습니까. 특정 연대에서는 얼마간 움베르토 에코보다 더 전문적이고 통찰력 있는 저자들에게 글을 맡긴 것입니다. 에코의 기획 아래 편집된 글이니 얼마간 그의 시선들이 남아있기도 하고 당연히 얼마간 신뢰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치셔도 될 것입니다.






3.

  우선 이 책이 아르테 출판사에서 나와서 참 다행이다 싶은 게 편집이 상당히 깔끔합니다. 아마 움베르토 에코도 국내에서 번역된 이 책을 보았으면 가장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책 자체가 굉장히 고급스럽고 예쁩니다. 당장 기획부터 방대한 이런 책의 경우 표지랄지, 편집이 난잡하면 정말 펼쳐보기도 싫은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자꾸만 열어보고 싶게 생겼어요. 


  가격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굉장히 무의미한 논의가 아닐까 싶어요. 우선 이런 기획 자체가 귀한 것이고 심지어 편집자로 나선 게 움베르토 에코이므로 책의 함의는 큰 것이겠지요. 이 방대한 양을 어쨌든 한 데 묶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철학사라는 학제에서 이 책의 포지션은 이미 대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가격으로 폄하되기에는 조금 귀하달까요. 72,000원이라는 가격은 물론 부담스럽지만 얼마간 전공자들에게나, 한 권으로 철학사를 깊게 들여다보려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낌없이 투자할 만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철학'의 역사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사실 수많은 사상과 사상가를, 당대의 문화적인 흐름과 연결시키는 일종의 문화사적인 책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역사를 훑는 게 아니라 독자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주체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에요. 각 분야의 전문가 83명이 저술에 참여한데다가 대체가 불가능한 시도라는 점에서 이미 가격에 관한 논쟁은 의미가 없지 않을까....








4.

"고대로부터 인류가 지식을 전승해 온 가장 일반적인 방식 중에 하나는 백과사전 혹은 이와 유사한 형태의 논문들이다. 백과사전은 일련의 과학적 정의들을 제시할 목적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개는 태반 포유류와 개과에 속하는 육식동물이다'라는 식의 정의...이러한 분류법은 개가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해 주지 못한다. 

실제로 이처럼 상세한 설명은 뒤늦게 등장했고 17세기만 해도 크루스카 사전을 살펴보면 개는 그저 '잘 알려진 동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고대인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개 혹은 낙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시아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이러한 종류의 정보들을 모아 놓은 것이 여전히 오늘날에도 '백과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umberto eco, p355






  그러니까 움베르토 에코가 '고대인들의 지식 보존과 백과사전'이라는 테마로 첨언한 글입니다. 사려깊은 예시와 문장들을 각 단원 곳곳에 담아내고 있어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철학과 문화사 일반의 흐름에서, 중간중간 움베르토 에코가 결을 살려내고 있습니다. 비단 에코뿐만 아니라 각 참여자들 역시 단순한 역사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철학자들이 살았던 그 시대와 문화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딘가 비장하고 거대하게만 들려서 쉽사리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잖아요. 이 책은 기획단계에서부터 그 방대한 철학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려고 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어나가기 좋습니다. 


  더불어 이 책은 얼마간 발췌독을 하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스토아 학파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5장,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과 학문으로 들어가서 303페이지를 열어보는 방식으로 읽어나가는 독법도 좋을 것입니다. 



  결국 철학이란 것은 결코 대답되지 않을 질문들일 텐데요. 이런 이야기의 흐름을 관심사별로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능동적으로 사유해보게끔 하는 멋진 책입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일단 겁부터 잔뜩 먹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마음을 열고 차분히 읽어나가면 제법 재밌게 느껴지는 구석도 있을 것이고요. 관련 전공자들에게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서재에 철학사를 다루는 한 권의 책을 남겨두라면 망설임 없이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시리즈를 남겨두지 않을까. 많은 분들께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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