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류현 옮김, 한순구 감수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경제학은 상당히 어렵고 그 변수도 지나치게 많은데다가 현실과의 괴리마저 큰 학제잖아요. 어중간하게 배웠다고 현실에 적용하려 했다가 직관적인 결론보다 못할 때가 많지요. 경제학이란 게 어떻게 보면 결과론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상당히 체계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인데.... 제 경우 경제학이라면 역시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어서 한동안 포기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경제학에 관한 흥미의 물꼬를 다시금 터준 책이 다름 아닌 이 책입니다. 



2.

  저자는 토드 부크홀츠, 저명한 투자 회사에서 투자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고 부시 행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담당 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있지요. 그러니까 전문성을 의심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고 무엇보다 그 방대한 경제학을 굉장히 정갈하게 정돈해내는 그의 필력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법 많은 경제학 입문서들을 접해왔는데 대부분이 피상적인 부분에 머물거나, 경제학의 역사들을 겉만 훑는다거나, 지나치게 수식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고립돼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이 책은 자신있게 상당히 재치있게 쓰여졌다고 자신해요. 이미 출간된지 20년이 되었고 이번이 3번째 개정판이니 그 인기와 실력은 따로 첨언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3.
 

세계는 젖과 꿀이 넘쳐 나는 곳이 아니다. 더 맑은 공기와 더 빠른 자동차, 더 큰 주택과 더 넓은 주차장, 더 많은 노동 시간과 더 많은 여가 시간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나쁘고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그것을 한번에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단지 그들은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이해시켜 줄 뿐이다. -p34


  그러니까 책은 성급하게 경제학 이론을 이렇다, 저렇다는 식으로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처럼 호소력 있는 문장들로 문을 여닫게 됩니다. 시종 딱딱한 언어들에 부딪혀 경제학에 실패해 온 저로써는 얼마간 문학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비유들과 저자의 재치에 흠뻑 빠질 수 있었는데요. 단적으로 그것들을 잘 보여주는 게 목차입니다. 그러니까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9장은 <경제학의 구세주, 케인스> 라고 다소 흔한 제목을 쓰고 이게 대부분의 경제학 이론서의 형식이잖아요. 반면 13장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먹구름, 그리고 한 줄기 햇살>.

  다시 말해 얼마간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저자의 필력이 들어갈 수 있는 여백은 얼마든지 빼곡하게 채우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이 수많은 경제학 이론서들 사이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클래식으로 남은 것이겠지요.



4.

  300년 경제학의 역사를 담아냄과 동시에 21세기의 경제학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몇 안되는 귀한 책이긴 해요. 하지만 유일한 단점이 있습니다. 개정작업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에 이루어져 현재 경제 침체에 관한 논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당연히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기에 아쉬울 수밖에요. 하지만 그 이전의 경제학들을 가장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전학파의 이론이 케인스에 의해 부정되고, 케인스의 이론은 다시 통화이론과 합리적 기대이론 등에 부정되는 역사적 흐름을 제대로 살려내는 멋진 책이에요. 수업이나 이론에서 소개되는 수식들과 그래프와, 현실과의 괴리를 멋지게 채워주는 책으로써 경제학 일반에 대한 이해를 원하는 독자분들께 강권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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