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 죽어라 결심과 후회만 반복하는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려는 소심하고 서툰 청춘들에게
김선경 지음 / 걷는나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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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가 들어가면 조개탕이고, 알이 들어가면 알탕인데, 매운탕은 왜 그냥 매운탕일까. 나 지금 사는 게 꼭 매운탕 같아.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맵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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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소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소설에는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것들이 아주 많이 포함되었다. 쓰면서도 읽는 것이 더 즐거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은 자유가 있었고, 나는 그 자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느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작가의 말 중에서)


박주영 씨의 『백수생활백서』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인물의 이야기인만큼 정말 수많은 다른 책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읽어본 책들도 있고 아닌 책들도 있다. 책 속의 책들을 소개해본다.


  인간은 살아 있기 때문에 집을 짓는다. 그러나 죽을 것을 알고 있기에 글을 쓴다. 인간은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기에 모여서 산다. 그러나 혼자라는 것을 알기에 책을 읽는다. 독서는 인간에게 동반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 자리는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 자리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내 온 생애에 걸친 느릿한 작업, 그 침묵. 나는 마귀들인 아이들 앞에, 그들과 똑같이 신비에 넋을 잃고 서 있다. 나는 글을 쓰고 있다고 믿음으로써 단 한 번도 글을 쓰지 않았다. 사랑하고 있다고 믿음으로써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내 생애 처음으로, 나는 확신을 갖고 행동했다. 나의 소심함, 의심, 나의 아주 사소한 행동에 대해서도 변명하고, 나 스스로를 비방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나에게 불리한 구실을 제공하는 버릇, 이 모든 것이 각질이 되어 떨어져 나가듯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전까지 위험과 고통에 직면하지만 미래를 예견할 줄 알고 그것이 불가항력이라고 느껴서 그때마다 그것들을 회피하는 그런 종류의 꿈을 꾸곤 했다.

나는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는 신문에서 눈을 뗐다.

 (파트리크 모리아노, 서커스가 지나간다)


 이마에 커다란 상처 자국이 보인다. 어쩌면 시간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삶에 대한 기억을 모두 상실하게 만든 저 우발적 사고 중 하나가 남겨놓은 흔적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오늘부터는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다.(파트리크 모디아노, 잃어버린 거리)



 존 란체스터는 『아주 특별한 요리 이야기』에서 혐오는 진부한 애호가 도저히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세계와 분리시킨다고 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굴복하겠다는 것, 다시 만족스럽게 죽겠다는 뜻이 되고, 혐오는 자신과 세계의 경계를 더 확실히 긋고, 분리된 사물을 명확히 해준다고 했다. 




 언젠가 책에서 읽었는데 너처럼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사람이 묘한 정서 상태가 된다고 하더라. 그 책의 저자는 그것을 충만함의 우울이라고 표현했었지. 불행스럽게도 난 그것이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충만함의 우울. 아름답고, 어감이 좋은 말이다. 요셉이 말했던 '생기 부족증'보다는 인간적인 면이 더 느껴진다. (마르쿠스 베르너, 아버지의 연인)



난폭한 욕망은 멈출 줄 모른다. (와타야 리사,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그때 나를 구원해 준 것은 책이었어요. 도서관에 쌓인 수많은 책들. 그 책들은 내가 내 의지로 손에 들지 않으면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는 참된 친구였어요. 그들은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거든요. 아니, 그 반대지요. 좋은 소설이란 완벽한 거짓말로 꾸며진 또 하나의 진실이니까요. 나는 책과의 만남을 통해 인생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외로움과 친해질 수 있었던 건 그 무렵이었죠. 

나는 책을 통해 혼자 노는 법을 익혀 나갔습니다. 그러자 점점 외로움이 즐거워졌어요. 도서관의 책들이 모두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도 알았지요. 도서관의 책을 거의 다 읽었을 즈음 깨달은 거예요. 그러나 그런 완벽하지 않은 소설들도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건방진 말인지 모르지만, 부족한 부분을 비평해 가며 읽으면 게임하는 것처럼 즐겁거든요.

 (츠지 히토나리, 사랑을 주세요)


그녀가 내 옆에서 책을 읽는다는 사실은 내가 그녀 곁에서 느끼는 기쁨을 맛볼 수 없게 했다. 책을 읽는 때의 그녀는 내 옆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기 있지 않았다. 이미 떠나고 없었다. 다른 곳에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머무르던 곳은 다른 왕국이었다. (파스칼 키냐르, 떠도는 그림자들)




 무언가를 하염없이 읽었나 보다. 2백 개가 넘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는데 난 아직도 그 부분을 다시 읽지 않았다. 다시 읽다니. 아마 그럴 일은 앞으로도 다시 없을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소설 쓰기란 결국,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새각하거나 진지한 것을 하찮게 생각하기 둘 중 하나다.' 소설을 위해 궁구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는 따위가 다 그렇다. 그렇다, 고 생각했다. (구효서,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지금 나는 발코니에서 우리 엄마가 나를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엄마가 나를 찾으러 오실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나는 엄마를 생각한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엄마가 커다란 갈색 눈을 지니고 있었고, 남자들을 울게 했던 여자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게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으셨던 것도 기억한다. 그래서 여기 발코니에서 내 작은 가방과 함께 엄마를 기다린다. 이미 일주일이 지난 지 한참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날짜를 셀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얗고 푸른 옷들이 더 이상 나에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마갈리 가르시아 라미스, 일주일은 칠일)


 소동파의 마음속의 대나무라는 책에 이런 얘기가 나와. 옛날에 글을 짓는 사람은 글에 능한 것을 '좋은 글'로 여긴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을 수 없어 쓴 글을 '좋은 글'로 생각했대. 산천의 구름과 안개, 초목의 꽃과 열매도 충만하고 울창하게 되어야 밖으로 드러나듯이, 마음속 생각이 충만하면 글은 저절로 써진다고.(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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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의 보건체육
미츠바 지음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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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책으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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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절판


인간은 살아 있기 때문에 집을 짓는다. 그러나 죽을 것을 알고 있기에 글을 쓴다. 인간은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기에 모여서 산다. 그러나 혼자라는 것을 알기에 책을 읽는다. 독서는 인간에게 동반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 자리는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 자리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 다니엘 페낙, 『소설처럼』중에서-간지쪽

오늘 서점에 간 나는 딱 두 권의 책을 샀다. 그 책 중의 한 권은 오늘이 가기 전에 다 읽게 되겠지만 또 다른 한 권은 읽지 않은 채 둘 것이다. 그러고는 가끔 페이지를 들춰보면서 상상할 것이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세상을, 그 안에서 숨 쉬는 인간들의 욕망을.-10쪽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겠지만 내가 읽지 않는 한 그 세상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세상의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내 손안에 있다.-10쪽

여전히 살아 있음에 유효한 희망 사항이 있다.-10쪽

내가 산다고 하지 않고, 구한다고 표현하는 책은 오래 전에 절판된 책이다. 뭐 그렇다고 희귀본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이제는 서점에서 반질반질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없는 책일 뿐이다.-13쪽

지금 이 상태가 최상은 아니지만 나빠질 가능성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많다. 시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많은 문제는 지나고 나면 늘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러므로 나는 기다리지도 소원하지도 노력하지도 않는다. 다만 책을 읽고 또 읽을 뿐이다. 이것이 내 방식이다.-22쪽

나는 단 한 번도 젊음을 부러워해 본 적 없다. 나에게 젊음은 어리석음이나 무모함과 동일하다. 어서 나이를 먹어서 최소한 서른 살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꿈꿀 수 있는 일도 아주 줄어들 것이고, 더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며, 세상은 더 만만해져 있을 것이다.-33쪽

나는 영화광은 아니지만 극장은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영화가 막 시작됙 직전 손님들이 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비춘 엷은 불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대형 스크린과 비상구의 등만이 보이는 그 순간이 좋다. -57쪽

막연한 것,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는 것. 그것이 스물을 향해 가는 이들과 서른을 향해 가는 이들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서른을 향해 가면서도 나는 아직 막연한 것,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61쪽

나는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할 일은 시작하지도 않는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니라면 집착하고 싶지 않다. 좋아하지도 않는 것에 열광하는 척하면서 인생을 낭비할 수는 없다.-63쪽

나는 그냥 좋아하는 책을 읽을 뿐이다. 막연하긴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순간만은 적어도 내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책이 나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든다는 것밖에는 알지 못한다.-79쪽

오직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한 사람이 세상에 있다면 아마도 오직 나만을 위해서 쓰인 듯한 책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어쩌면 그런 책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95쪽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늘 안도한다. 뭔가가 빠져 있는 듯한 삶이지만 그걸 굳이 채우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럴듯한 애인도 없이 자랑할 만한 직업도 없이 살고 있지만 나에게는 책이 있다. 추운 방에서 홀로 책을 읽으면서 지내도 누구보다 행복할 자신이 있다. 이 세상 어떤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으로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115쪽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걸 알고 있으므로 나머지는 의미없다고 여긴다. 가질 수 있을 때까지 미루거나 참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은 내게 없어도 되는 것이다.-115쪽

더 이상은 추락할 곳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올라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패도 모른다. 무얼 바라고 희망해야 실패란 것도 있는데 그런 적이 없다. 그런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오래되어 기억도 나지 않으니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131쪽

그때나 지금이나 내 유일에 가까운 희망은 편안하게 책이나 마음껏 읽으며 사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유토피아가 되어가고 있다. 불가능하다는 뜻의 유토피아. 뭔가 해야 한다.-138쪽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 이것은 쉽고, 불가능하고, 어렵고 해볼 만하다. (쉼보르스카, 여인의 초상)-168쪽

붉은 해파리들이 떠난 바다는 아주 멀고 넓을 것이다. 내가 떠날 수 있는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171쪽

영화에서처럼 인생에서 멈추어 기다려야 하는 때와 움직여 가야 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가라는 지시는 오래전에 내려졌는데 지금 여기서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주인공의 말처럼 나도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은 지금이 기다려야 할 때인지 가야할 때인지조차도 모르겠다.-171쪽

책을 이해하는 것은 쉽다. 책은 이미 한 사람을 완전히 통과해서 정리된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작가처럼 일관된 어조로 자신을 설명할 수도 없고 상황을 묘사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일지 다만 짐작할 뿐이다.-177쪽

어떤 사람들은 처세술에 관한 책을 읽기 좋아하는데, 정말 현명해지려면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처세술에 관한 책은 결론을 가르쳐주지만 소설은 결론으로 나아가도록 생각하는 법을 몸에 배게 해준다. 스스로 생각하여 얻은 결론만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189쪽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즐겁다. 싫어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부류는 아니다. 그리고 책에 관해서라면 내가 싫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싫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완곡한 표현으로 예전보다 좋지 않다는 뜻이다. 내가 끝까지 다 읽은 책에 대한 내 태도는 그렇다. 싫으면 나쁘면 마음에 안 들면 더 이상 읽지 않는다. 세상에 책은 많다. 책은 사람처럼 죽지도 않고, 한 사람이 아주 여러 권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버티는 끈기는 무모하고 무가치하다.-192쪽

저런 건 저 나이에 제일 잘 쓸 수 있는 얘기잖아. 너도 네 나이에 잘 쓸 수 있는 이야기, 아니 네가 잘 쓸 수 있는 게 있을 거야.-197쪽

내게 가능성은 언제나 둘이었다. 죽음 혹은 책 읽기. 그 가능성 가운데 늘 책 읽기를 선택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81쪽

책을 소유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그것을 쓰는 것이라고 발터 베냐민은 썼다. 나는 책을 소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소설에는 내가 좋아해 마지않는 것들이 아주 많이 포함되었다. 쓰면서도 읽는 것이 더 즐거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읽는 것보다 쓰는 것에는 더 많은 자유가 있었고, 나는 그 자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느낌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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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케이 세미콜론 코믹스
도사키 시로 지음, 오주원 옮김, 다니구치 지로 그림 / 세미콜론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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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산에 대한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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