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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평점 :
“하지만 『야전과 영원』이라는 제목을 지닌 이 책의 이로는 이처럼 있지도 않은 ‘통일된 시점’, ‘필연성’, ‘전체성’을 보장하는 ‘끝’을 무슨 일이 있어도 부정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영원’한 ‘밤’의 ‘투쟁’에 바치는 책이므로, 여기에는 끝이 없다. 시계는 어둡고 도통 믿음직스럽지 않다. 그것의 승부는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쓰는 일의 우연성이야말로, 쓰는 행위가 본질적으로 도박이라는 사실이야 말로 『야전과 영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책의 중심에 있는 개념이다. ‘영원한 야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통일된 시점 따위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영원한 야전’이다.” (17p)
이번 글에서 다루는 책 ‘야전과 영원’은 책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사사키 아타루의 박사 학위 논문이면서 처음 출판된 책으로 920쪽의 방대한 분량을 통해 미셸 푸코, 자크 라캉, 피에르 르장드르를 재해석하며 인간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한 주체가 되는지를 보이고 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라캉의 사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를 방대한 분량으로 풀어내고 있는 만큼 과연 책의 말미까지 흥미를 가져가면서 읽어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책의 옮긴이 역시도 이에 대해서 의식을 했는지, 책 끝의 발문을 통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므로 독자가 푸코와 라캉, 르장드르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고 있을 필요는 전혀 없다. 삶이 사회화되는 과정에 대한 지적 호기심, 성찰의 욕구가 있다면 읽을 수 있다. 무게와 두께가 만만하지는 않지만 이는 이 책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깊은 사유의 즐거움이 지속될 것을 다름 아닌 이 무게가 보증해줄 것이고, 지식의 숲을 헤쳐 나갈 든든한 지도가 될 것임을 이 두께가 보장해줄 것이다.” (909p)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아마 이 책의 무게와 두께가 깊은 사유의 즐거움을 보장해줄 것이다. 그렇지만 짧은 시간에 책을 읽어 해치우려면 깊은 사유의 즐거움은커녕 주어진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읽어내고 받아들이기에도 바쁘다. 문제는 이렇게 텍스트를 읽어 치워내는 것을 저자가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텍스트 원리주의’라고 이야기 하며 이런 태도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함과 동시에 텍스트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매개와 소격, 즉 일정한 거리를 둔 해석이 중요함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개와 소격을 제거한, 해석을 경유하지 않은 준거. (중략) 이런 것이 원리주의라고 이미 논했다. 원리주의가 ‘살인적’이라는 것도 명백하다.”(350p)
더군다나 교양서로 소개되고는 있지만 교양서보다는 전공서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아마도 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 크게 들 것이다. 때문에 저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모습으로 책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 할 것이다. 다만 저자가 다양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고 있는 만큼 옮긴이의 이야기처럼 관련 지식은 없어도 의지만 있지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범한 의지보다 약간은 더 필요 하겠지만.
본래 좋은 서평이라 함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그 핵심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을 잘 요약해서 전달하고 거기에 나름의 사족과 평가를 덧붙이는 것이지만 철학에 조예가 깊지 못해 평범한 감상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더군다나 자세히 알지 못하는 곳에 평가를 감히 덧붙인다는 것 역시도 도를 넘은 행동이지 않을까. 때문에 책에 대한 평가는 책을 읽는 이 각각에게 넘기려고 한다. 아무래도 본인이 직접 책과 맞대면서 받는 느낌이 가장 정확한 것이니 말이다.
“읽고 만 이상, 거기에 그렇게 쓰여 있는 이상, 그 한 행 한 행이 아무래도 옳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상, 그 문구가 하얀 표면에 반짝반짝 검게 빛나 보이고 만 이상, 그 말에 이끌려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36p)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