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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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고시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

변두리 시장통에 자리하고 있는 오랜된 건물인 고문 고시원. 오래된 세월만큼 낡은 시설과 흉흉한 소문을 가진 그곳엔 떠나지 못한 사람들만이 불을 밝히고 있다. 곧 허물어질 건물은 2층은 페쇄되어 3층에 모여사는 8명의 사람들만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한평남짓한 자신만의 공간속에서 유령처럼 존재하고 있을뿐이다.
소설은 1990년대 지어진 고문 고시원의 음산하고 서늘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기담이라는 제목에서 오는 묘한 공포감을 끄집어내듯 오래전 고문 고시원에서 죽은 사람들과 불행한 사건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화자를 통해 들려준다.

밤의 이야기꾼들로 알게된 전건우작가의 신간 [고시원 기담]은 고시원생활을 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소설이라 한다. 기담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내용은  아니지만 허구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현실속에서도 일어날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소름끼치는 공포감을  준다.  
소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공간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엮이게 되는데 무엇보다 여덟명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법고시를 끝내 실패하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악귀가 되거나 동물이 되어 대화를 나누게 되고 어느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기는 기이한 일들이 생기기도 하며 가출한 여고생킬러와 무술을 연마하고 이시대 진정한 협객이 되고자 하는 취준생의 이야기등. sf장르와 액션을 가미한 스릴러장르까지 다양하게 그려진다.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쉼이 되는 한평의 작은 공간속을 가득 메운듯 한 소설이다.

소설속 인물들은 사회에서 소외당한 약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신용불량자, 고시생, 외국인노동자, 만년 취준생, 가출여고생, 학대받고 자란 남자. 하지만 고시원이라는 공간속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며 살던 그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을 통해 자신을 가두던 틀을 깨고 좀더 긍정적인 삶을 살아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읽는내내 고시원에 살아본적이 없는 내겐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이 쉽진 않았다. 그럼에도 미친 가독성과 빠른 완독을 할수 있었던건  이야기꾼이라는 전건우작가의 필력과 상상력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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