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어딘가에 묻어둔 이 익숙한 문장들을 볼 때마다 늘 죄책감과 함께 그리움을 떠올린다. 그럼에도 잊을 수는 없어서, 아니 어쩌면 잊고싶지 않아서.


 

버티는 인생만 살다 보면 자신이 뭐가 하고 싶어 이곳에 있는지 점점 알 수 없어진다. 아무튼 살아 보자고,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때로 이렇게 사는 것은 느린 자살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 P7

사람과 헤어질 때마다, 어떤 장소를 떠나야 할 때마다,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몹쓸 말을 했을 때... 만약 꿈 속에서처럼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시간 감각이 꿈속만 같다면 늘 친절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사람에게, 사실은 언제나 그러고 싶지 않을까.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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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위해서는 담담하게 일하고, 들뜨지 말고, 복잡하고 성가신 일에 휘말리지도 말고, 자기 발이 딛고 있는 땅을 찬찬히 내려다보면서 걸어갈 것, 그리고 하루하루의 생활과 자연의 힘에서 얻은 행복과 즐거운 기억을 잊지 말 것.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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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와서 그런건지 한동안 잊고 지낸 바나나씨가 떠올라

불쑥 책 두 권을 연달아 읽고는 두어권쯤 장바구니에 또 담았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우연에서 생겨난 한때의 틈새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괜찮다. 이미 끝나 버렸기에 가치가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 인생은 길게 느껴지는 것이니까.

눈을 감은 채 귀 기울이고 있던 나는 초록색 바다 깊은 곳에 있는 기분이었다. 온 세상이 밝은 초록으로 빛나 보였다. 투명하고 유연한 물의 흐름, 그 안에 있으면 아무리 괴로운 일도 살을 스치고 지나가는 물고기 떼 정도로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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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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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는 따듯한 소설이었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그리운 얼굴들이 자꾸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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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전의 폭풍 - 로마 공화정 몰락의 서막
마이크 덩컨 지음, 이은주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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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했던가요, 이전엔 의식하지 못했던 책 속 로마의 잔재들이 생각보다 꽤 많이 포진해 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 중 로마와 관련된 인물 또는 지명이 언급되지 않은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이제야 뒤늦게 적잖이 놀라고 있어요. 이 책을 받아들고는 무미건조하기만 한 역사서이면 어쩌나 내심 걱정스레 책을 펼쳤는데 의외로 흥미롭게 읽히는 기록이었어서 저같은 역(사)알못인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인가 싶을 정도였고요.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고 다음엔 좀 더 진중하게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읽으며 만났던 인물들을 다시 만나 조금 반가웠는데요. 단지,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점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빈약한 역사서였다는 점이랄까요. 그라쿠스 형제부터 술라까지,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인물들의 행보를 따라가본 로마 역사 속으로의 여행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했습니다. (영업엔 소질이 없지만...) 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어려운 역사서들보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쓰여져서 좋았어요. 역시, 저같은 역(사)알못들을 위한 책임이 분명하단걸 읽어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아이밀리아누스는 그 어떤 권력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모든 제국은 필히 무너지게 되어 있으며, 그것은 한낱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일임을. - P49

언제든 돈주머니가 자신의 정치 견해를 좌우하도록 내버려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 P167

유구르타는 로마를 돌아보며 그의 유명한 비평을 내뱉었다. "팔려고 내놓은 도시이니 구매자만 나타나면 빠른 파멸의 운명을 맞을 것이다." - P179

더 많은 영광을 향한 채워지지 않는 열망은 마리우스를 파멸로 몰아갔으며, 결국 이후 몇 년 안에 그는 "가장 잔인하고 흉포한 노령의 기슭에 닥쳐온 돌풍처럼 휘몰아치는 열정과 때에 맞지 않는 야심, 만족을 모르는 탐욕에 이끌려... 전장과 포룸에서의 더없이 빛나는 경력 위에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왕관"을 얹게 된다. - P280

탐욕은 잔혹함의 동기를 제공했으며 범죄의 규모는 그 사람이 가진 재산의 규모로 결정되었다. 재물을 지닌 사람이 악이 되었고 매번 그자의 살해에 상금이 걸렸다. 요컨대 이익을 가져오기만 하면 어떤 짓도 수치스럽게 여겨지지 않았다. - P422

원로원 내부에는 옛 공화정이 부활되리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공화정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았다. 기원전 78년에 술라는 자신이 공화정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믿으면서 죽었다. 그러나 일견 새 시대의 여명처럼 보였던 것은 사실상 로마 공화정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 순간에 비친 빛이었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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