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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지은이ㅣ유시민
정치인 유시민이 은퇴 선언을 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나 원하는 삶을 찾겠다는 그는 트위터 대문글도 '문필업에 종사하는 진보정의당 당원'으로 바꿔 걸었다. 그리고 선언 이튿날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이 출간됐다. 2002년 개혁국민정당 창당으로 정치에 입문해 만11년 가까이 되는 정치인생을 접고 저술가로 돌아가는 그의 소회와 결심, 다짐을 책을 통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진보정치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최근 많이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들으며, 개인의 은퇴가 아닌 진보 정치의 은퇴처럼 느껴져 착잡했다. 새정부가 출범부터 지지율이 추락하고 인선과정에도 잡음이 많은데, 대선이 끝난지 두달이 지났음에도 진보를 표방하는 야당은 대안을 내놓진 못할 망정 내부 갈등으로 더 큰 소란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지난 선거에서 야당에 투표한 유권자로서 갑갑한 기분이다.'정치의 바리케이드'를 떠나 한 걸음 물러선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았을지 궁금하다.
[왕단의 중국현대사]
지은이ㅣ왕단, 옮긴이ㅣ송인재
기자지망생으로 저널리즘 현장의 선배들로부터 '불가근불가원'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기자와 취재원의 사이를 비유한 말로 가까이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는 사이를 뜻한다. 역사 속에서, 그리고 오늘날에도 북한과 일본 미국 중국 그리고 한국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이 아닐까 싶다. 북한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긴장, 맹렬히 미국을 추격하는 '세계속의 중국'을 성실히 마주하며 미국 과의 외교 또한 이어나가야 하는 우리의 입장, 그리고 영토 분쟁이나 역사 해석 등으로 촉발되는, 언제나 뜨거운 한일 중일 그리고 한중 관계. 지피지기라 했다. 중국은 꼭 공부해야 할 과제다. 저자 왕단은 중국 역사의 금기인 '6.4 천안문사건' 이후 당국이 발표한 학생 수배자 명단 제일 앞에 올랐다. 중국의 민주화에 앞장선 그는 결국 추방, 하버드에서 동아시아와 중국을 공부했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중국의 역사는 자료의 한계로 인해 제한적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또한 거시적인 흐름만을 다룬 역사는 중국을 면밀히 살피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중국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저자의 실제적 온도를 전하고 있다. 책은 출간 직후 타이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금서가 되었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지은이ㅣ문학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느리고 억누르듯이' 정도가 되겠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1악장이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의 2악장이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다. 2008년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2악장으로 오디션을 봤던 기억이 난다. 느린 곡이지만 테크닉이 쉽지 않고 느린만큼 그 여백을 채울만한 충만한 감정 표현이 필요한데 난 그러지 못했다. 무대의 긴장감에 짓눌렸고 그저 화성의 어울림만이라도 살려보겠다고 버둥거렸다. 음악을 계속 했더라면, 그리고 지금의 나이가 되어 그 곡을 접한다면 다른 곡이 나올 수 있었을까 아니면 더욱 중압감을 느끼며 부담어린 눈으로 곡을 마주했을까.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 때의 나는 정말이지, 많이 부족했다.
이 책의 부제는 '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다. 30년간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서 오랫동안 음악 비평을 써온 경향신문 문학수 기자가 부제의 '어느 인문주의자'다. 고전음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16세기의 바흐부터 현대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까지 24명 남짓한 음악가들의 생애와 시대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었다고 한다. 제목이 왜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인지 짐작이 간다. 굼뜨고 되직하게, 그러나 치열하고 촘촘하게 서양음악사와 작곡가의 이야기를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묘사했을 것이다. 음악전공자로 기자를 희망하는 내가 나중에 꼭 써보고 싶은 책이 출간됐다. 설레고 기쁘다. 지식으로 접했던 서양음악사나 역사적 사건들에 덧입혀져있을 인문학자의 시선이 궁금하다.
[국가]
지은이ㅣ플라톤, 옮긴이ㅣ천병희
플라톤의 <국가>가 천병희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국내 그리스 로마 번역의 일인자로 꼽히는 천병희 선생의 손을 거친 작품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비롯해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헤로도토스의 '역사',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등 30여 종에 이른다. 최근 읽기 시작한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와 함께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국가>가 인간의 삶과 이상적인 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 찬찬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고백하면 고전 중의 고전인 이 책을 나는 읽지 못했다. 글을 쓸 때 부분 인용을 하고 발췌독만 한 것이 전부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도전할 계획이다.
[민주주의의 재발견]
지은이ㅣ박상훈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의 신간. 박 대표의 한국 민주주의 3부작 중 <만들어진 현실>(2009), <정치의 발견>(2011)에 이은 마지막 책이다. 신문 칼럼과 그간의 책에서 강조했듯 이 책에서도 저자는 정당을 기반으로 한국 정치를 진단하고 국회와 정당 축소를 주장한 안철수 정치의 허점을 지적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진보 정치 실패와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를 짚어본다고, 서평과 책소개가 말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와 관련된 책을 읽을수록 생각해 보는 것이지만 각론이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민주주의든 정치든 여전히 쉽지 않게 느끼는 내게 박상훈 대표의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 정치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비전 제시가 이번에도 또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