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학교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마을이 학교다 - 함께 돌보고 배우는 교육공동체 박원순의 희망 찾기 2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원순의 <마을이 학교다>는 희망을 말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한국의 초중등 교육이 희망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무너지고 있는 한국 공교육의 대안들을 찾아 나선 것에는 물론 경의를 표한다. 실제 현장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소식을 널리 알리려는 자세는 그 자체만으로도 귀한 일이다. 박원순이 벌이고 있는 '소셜 디자인' 작업에 이의를 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희망의 그곳들 바깥의 현실이다. 박원순이 희망의 장소들을 탐사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전국의 수십만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돌며 닳아빠진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대안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극소수고 흔히들 무너졌다고 말하는 공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절대 다수다.   

사람들은 물론 희망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나는 그가 진정한 '소설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이 책의 자매편으로 공교육 현장을 좀 돌아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대치동이나 목동 같은 대단위 사교육 단지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 보았으면 한다. 그 후에도 <마을이 학교다>의 표지 사진처럼 사람 좋게 웃고만 있을 수 있을런지.   

부모를 잘 둔 아이들은 이 척박한 교육현실에서도 대안학교에 다니며 잘 커나갈 수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의 질서에 순응하는 부모를 둔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면 잘 하는대로 또 못하면 못하는대로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마을이 학교다>에 나오는 '이우학교' 같은 곳에 아이를 보내려면 돈도 돈이지만 부모들이 그만한 현실 인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소수의 대안교육에 희망을 품기보다는 다수의 비정상적 공교육에 더 깊이 절망해야한다고 믿는다. 지금의 학교에서 학생들은 시민적 기초 교양을 쌓지도 못하고, 타인과 부드럽게 어울려 사는 품성을 기르지도 못한다. 이 절대다수의 아이들을 한켠에 제쳐두고 희망을 말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내가 절망만 되씹은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여러 대안학교, 교육 공동체 중에서 '기차길옆작은학교'에 깊이 감동했다. 그 평등한 가난의 학교를 운영하는 김중미 씨는 결코 현실의 엄중한 어둠을 애써 외면하지 않았고, 쉽게 희망과 악수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나누고, 나누고, 또 나누어서 더 이상 가난해질 수 없을 때까지 나누면서 살고 싶다는 것만큼 그가 있는 현장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 아름다운 희망이 또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대안교육이 단지 공교육의 고통에서 자녀들을 개인적으로 구원하려는 통로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더 나은 사람'을 교육을 가치로 삼을 때, 그것을 자신의 본성이 아니라 타인과의 경쟁으로 인식할 때, 대안교육은 공교육과 그리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대안교육이 진정한 대안교육으로 기능하려면 공교육의 장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