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쟁탈 3,000년 - 전쟁과 평화의 세계사
조너선 홀스래그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본업은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이지만, 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기에, 고등학생 아이들에게는 역사 관련 과목들을, 대학생들에게는 정치외교학과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시험대비를 위해서 단기속성으로 AP나 SAT II 준비를 위주로 해주기 때문에, 장황한 역사 속 세계사, 유럽사, 미국사를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데, 역사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전쟁을 빼놓고 역사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서 하루는 전쟁에 대해서 모아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만났다. 

권력 쟁탈 3,000년 - 전쟁과 평화의 세계사


이 책은 내용이 무려 536페이지, 참고문헌이 70페이지, 그리고 색인이 30페이지다. 맞다. 벽돌 책이다. 서기전 1000년부터 서기 2000년까지 방대한 타임라인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세계사의 큰 그림은 거뜬히 그릴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가르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이 바로 한국어로 세계사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영어로 세계사를 학습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 이름과 지형 이름을 영어로 알고 있는데, 한국어로 설명을 할 때 영어로 이름을 알려주면 아이들이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수업 준비를 할 때 늘 사전을 찾아서 한국어식 이름으로 노트를 적었어야 했다. 지금은 한국식 이름들도 익숙해져서 사전이 필요가 없어졌지만, 내가 강사 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결론: 전쟁의 공포가 평화를 만든다" 부분이다. 책의 시작부터 주어지는 질문, "왜 평화라는 이상이 전쟁이라는 현실에 번번이 밀려나는가?"에 대한 답변이 주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학기 때 학생과 함께 읽었던 논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아프리카가 성장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전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쟁의 아이러니다. 전쟁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아프게 하기 때문에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가난하고 못 사는 나라가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과 지도자들은 한때 전쟁을 염원했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읽고 한 때 전쟁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Just War (정의로운 전쟁론)이라는 것은 없다. 


역사에 완전한 도덕적 우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 중)




책은 역사를 사랑하시는 분들, 역사를 가르치시는 분들, 역사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 그리고 나처럼 AP World History 준비시켜야 하는 강사님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괜찮다. 책이 굉장히 친절해서 디테일하게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기초를 다진다고 생각하고 읽으셔도 도움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