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곤도 마코토 지음, 이근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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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기 이전에도 나는 워낙 약을 안먹을 수 있으면 안먹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몇년 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당히 높아 당장 약을 먹기 시작해야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지금까지 한번도 콜레스테롤 낮추기 위한 약을 먹어본 적이 없다. 항상 그렇게 약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각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어서 빨리 완치될 수 있는 경우, 2차 감염을 막아야 하는 경우 등, 이럴 땐 병원에 가고 약도 처방받아 먹는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 혈압을 낮추는 약, 혈당을 내려주는 약 등등, 흔히 평생을 먹어야 한다며 처방해주는 약은 약을 먹기 전에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증명해보일 능력은 되지 않지만 그냥 직감이라고 할까. 매일 한개의 약을 먹는 것으로 시작하면 몇 년 뒤에는 그것이 두개가 되고, 세개가 되는 것, 장기 복용의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지도 않던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아마 가까이서 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이다. '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기'라니. 하지만 저자 본인도 의사인 다음에야 할 말이 없다. 중요한 건 제목이 자극적이냐 아니냐 보다는 책에 담긴 내용일 것이고, 저자가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지 근거와 배경을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몇가지 주목한 부분을 요약하여 남기기로 한다.

 

- 고혈압은 90% 이상이 원인 불명이다. 혈압을 낮추었더니 사망률이 하락했거나,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질환이 감소되었음을 검증해주는 실제 데이터는 아직까지 없다. 성인이 되면 동맥도 노화로 딱딱해져서 혈액을 흘려보내는 힘이 약해진다. 따라서 우리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혈압을 높이려고 한다. 뇌나 손발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46쪽)

- 의학계가 기준치 (reference range) 를 낮추면 제약 업계가 돈을 긁어 모은다. (46쪽)

 

- 약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경우, 항상 몸이 나른하거나 초조하고 분노 조절이 안된다. 약을 사용하는 경우 특히 다리가 휘청거리거나, 치매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약의 부작용을 의심해 봐야 한다. 혈당치가 높은 편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일단 부지런히 걷기부터 시작해보자. (51쪽)

 

- 의료 피폭: 일반인은 X선 검사나  CT검사 등에 의한 의료 피폭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의사들도 값비싼 기계의 본전을 뽑아야 하고 환자에게 직접 문진이나 청진을 하는 것보다 손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으므로 "일단", "만일을 위해"라는 말로 안이하게 CT검사를 권한다. CT검사의 피폭선량은 일반 X선 촬영의 200~300배나 된다. (69, 70쪽)

 

- 증상이 없는데도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 등을 약으로 낮추면 수치는 개선되어도 심장에는 좋지 않다. (75쪽)

 

- 약은 '독'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소량을 단기간 복용하는 정도라면 간이나 신장이 약의 독성을 처리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약의 복용이 습관화되면 틀림없이 부작용이 나타난다. (79쪽)

 

- 미국에서 의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의사의 규칙 (1992)>이라는 책에서 발취한 내용:

  •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약을 줄여라.
  •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면 부작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    4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
  •    고령자 대부분은 약을 중지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 (80쪽)

- 흔히 항암제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암덩어리를 일시적으로 줄인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 암덩어리는 반드시 다시 커진다. 즉 항암제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암을 치료한다거나, 좀 더 살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92쪽)

 

- 현재 일본이나 한국은 아주 심각한 병원 내 감염 국가이다. 감염증 환자로부터 검출한 황색포도상구균 중에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키는 내성균인  MRSA가 차지하는 비율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이탈리아 42%, 미국 40%, 영국 37%, 스페인 36%, 독일 9%, 네덜란드 0%이다. 일본은 70~80%로 이들 선진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2010년 기준으로 72%). (96쪽)

 

- 암환자의 통증을 다스리는 법: 첫번째 방법은 진정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비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복용하고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약한 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사용한다.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세번째 방법으로 모르핀을 복용하거나 이를 좌약의 형태로 투여한다. 중독이나 의존증이 될 위험이 있는 것은 매번 모르핀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주사로 모르핀을 투여하면 혈중농도가 급상승했을 때 뇌가 반응해 기분이 좋아진다. 이 때문에 모르핀 투여를 그만둘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99쪽)

 

- 암은 치료하지 않으면 통증을 조절, 통제할 수 있고 그 결과 죽기 직전까지 치매에 걸리거나 의식불명 상태가 되는 일 없이 비교적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103쪽)

 

- 무리한 연명 치료로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지 마라: 가족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영양을 공급해 주고 싶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수액 주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환자를 '익사'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수액 주입을 하지 말고 환자가 고목이 말라가듯 자연스럽게 숨을 거두게 하는 편이 낫다. 그것이 환자에게는 고통 없이 가장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방법이다. (108쪽)

 

- 암의 정의 및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암 검진은 하면 할수록 암이 발견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 중에는 오진도 많고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전이하지 않는) 유사 암이나 (커지지 않는) 잠재 암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PET검사는 CT 등의 검사로 발견하지 못하는 암 병소를 찾아내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그 병소는 이미 전이가 일어나고 있는 진짜 암이거나 유사 암이므로 일찌감치 발견해도 수명은 늘어나지 않는다. (113-115쪽)

 

- 식사요법은 대개 섭취 칼로리를 줄이고 육식을 하지 않거나 현미와 채소만 먹는 식이므로 단숨에 살이 빠진다. 더욱이 자신의 의지로 식사요법을 하는 사람은 의욕이 충만해서 식사요법의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살이 급격하게 빠진다. 그러나 암 환자가 그런 식으로 살이 빠지면 몸의 저항력이 떨어져서 암세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식해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 스모 선수처럼 지나치게 살이 찌면 당연히 수명은 짧아진다. 하지만 건강 조사 데이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사증후군에 막 접어든 정도, 즉 약간 뚱뚱한 사람이 가장 오래 살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장수한다. 정상 세포를 강하게 하는 것이 암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지름길인 것이다. (151-153쪽)

 

- 폐경기 여성은 다시마나 미역의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일본 국립암연구 센터는 2012년에 "해조류에 함유된 요오드는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미네랄이지만, 지나치게 섭취하면 갑상선암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해조류를 거의 매일 먹는 그룹이 유두암 (갑상선암의 일종)에 걸릴 위험은, 일주일에 2일 이하로 먹는 그룹의 3.81배나 되었다 해조류를 일주일에 3~4일 먹는 그룹도, 일주일에 2일 이하로 먹는 그룹의 약 2배였다. (165쪽)

 

- 소금의 성분인 나트륨은 뇌가 보내는 명령을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등 생명 유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의식 혼탁, 구토, 혈압 강하, 실신 등 심각한 증상을 불러오며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는다. (173쪽)

 

- 입원 기간이 길면 치매가 온다: 고령의 환자는 입원을 하면 대부분 침대에 누워만 있기 때문에 근력이 떨어져서 머리가 금방 둔해진다. 이것은 치매로 이어지는 큰 원인이 된다. (211쪽)

 

- '건강수명'이란 '보살핌을 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연령'을 말한다.(216쪽)

 

- 치매는 흔히 '고독병'이라고 불린다. 하루 종일 혼자서 텔레비전만 보는 일상이 계속되면 순식간에 치매가 온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의 뇌는 완전히 수동적이 되어, 멍하니 앉아 있는 것과 똑같은 상태이므로 점점 퇴화된다. 또한 손발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므로 몸도 쇠약해진다. 반면에 똑같이 혼자서 생활해도 손자에게 줄 스웨터를 짜거나, 경품 응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응모 엽서를 쓰거나 과자를 구워서 친구에게 선물하는 등 취미 생활이나 소일거리로 손발과 머리를 자주 쓰는 사람은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220쪽)

 

- 나이가 들어도 마음껏 울고 웃어라: 희로애락이 강할수록 뇌는 아주 활발하게 활성화되고, 기억을 저장하는 서랍도 늘어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요즘 한창 유행인 두뇌 트레이닝보다, 의식적으로 희로애락의 폭을 넓히는 것이 좋다. 즉, 여러 가지 일에 호기심을 가지며 즐거울 때나 기쁠 때 크게 웃고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는 마음껏 우는 것이다. (221쪽)

 

이 책의 맨 뒤에는 '사전의료의향서'의 견본이 나와있다. 어떻게 죽고 싶은지 나의 의향을 미리 글로 써두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연명치료에 대한 의향서 작성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는 말을 얼마전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나의 죽음의 방법에 대한 나의 의향을 밝혀놓고 그에 따르도록 하는 일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무리 이런 책을 읽어도 위에 인용했다시피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위급한 상황에 병원에 가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의사가 지시하는 검사를 받을지 받지 않을지 따져보고 결정할 수 있겠는가. 환자는 영원히 '을'일 수 밖에 없는가 생각도 들지만 이 세상엔 0과 1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모르면서 맹신하는 것보다 어쨌든 나는 아는만큼 믿고, 아는 것을 믿는 쪽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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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7 0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7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3-28 06:18   좋아요 0 | URL
지금 다시 읽어보니 오타 천국이네요. 에궁~ 읽으실때 불편하셨겠어요. 고쳐 넣었습니다.

Ralph 2014-03-2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의사라기 보다는 진료 체계의문제이지요. 지난 50년간 우리사회는 끊임없이 의사를 교육, 훈련, 격려, 혹은 압박, 강제해왔습니다. 즉 더많은 약을 주고, 더많은 검사를 하고, 더 많은 수술을 할 것을 끊임없이 강요해왔습니다. 쓸데없이 환자와 긴이야기를 나누거나, 진찰만하고 약을 주지 않거나, 충분히 고가의장비를 사용하여 가능한 많은 검사를 하지 않은 의사는 과감히 도태시키고, 절대로 이땅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박멸해버렸습니다. 특히 많은 수술을 한 의사는 소위 "명의"라는 이름을 달아주었죠. 더많이 치료하고 더많이 약 처방하고, 더많이 검사한 의료진은 능력있는 의사, 간혹은 명의로 각종 매체에서 다루고, 정부는 훈장으로 포상해왔습니다. 이제 그 덕에 우리 국민은 특별한 증사이 없어도 싼 값에 많은 약과 많은 검사, 많은 수술을 받을 수있는 의료 천국에서 살게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교포들이 한국으로 치료하러 온다니 말해 무었하겟어요..

hnine 2014-03-30 08:14   좋아요 0 | URL
Ralph님 서재를 즐겨찾는 서재로 등록 해놓고 올리시는 글을 그동안 읽어오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계신 분의 댓글을 읽으니, 저의 보잘 것 없는 리뷰보다 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네요.
'의료천국' 대한민국이라니, 이제 '천국'이라는 말은 이렇게 아이러니한 경우에만 쓰나봅니다. 여든이 낼모레이신 제 아버지께서도 부정맥과 혈압때문에 약을 드시기 시작하신지 십년이 넘었는데 지금 댁에 가보면 그 약들을 포함하여 드셔야하는 약 봉지들이 식탁위에 한가득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먹어야 하는 약이 늘어나고 있는거죠. 엊그제는 손이 차갑고 파랗게 되어 병원에 가셨더니 류마치스가 아닌가 보기 위해 CT촬영을 하셨다고, 결과 보고 또 약 처방을 해준다고 그랬다기에 그냥 한숨만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