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1시간 - 매일 만나는 행복한 기적
신인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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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족이 성공적인 가족인지 알아보려면, 각 가족 구성원의 역량에 '이것'이 더해져야 한다고 할 때, '이것'이란 무엇일까. 문득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에서 저자가 꼽은 '이것'은 바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다. 이 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으며, 그것에 대한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시간,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이런 일상의 자잘한 일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공유해야 하는, 의무적, 강제적인 시간이 아니라 그것이 '가능한' 시간이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해나가는 것도 홀가분하고 좋기도 하겠지만 홀가분하고 자유스럽다는 것의 다른 한 면은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고 외로움이다. 다른 가족 구성원의 의견과 결정에 너무 간섭하려 하고 지배하려는 그 경계만 잘 지킬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가족만큼 따뜻하고 힘이 되는 것이 어디 있을까. 가족만큼 '진심으로' 내 입장에서 생각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가족.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의 뜻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의 뜻만 아는 것에서 나아가 그 말이 가르치고 있는 더 깊은 뜻을 이제, 이 나이에 이르러 생활 속에서 자꾸 떠올리며 실감하고 있다. 그 어려움을 몸으로 겪어보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만 어려운 게 아니라 한 가족을 잘 꾸려나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나라를 잘 다스리는 왕이라 할지라도 실패할 수 있는 것이 자기 가족 하나 잘 건사한다는 것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 나는 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를 목말라 했다. 엄하신 부모님이셨고 동생이 둘이나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그리웠다. 다른 집 처럼 휴일이면 함께 어디 놀러 가기도 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친척집을 방문하고, 이런 시간들이 더 자주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어릴 때 자기에게 충족되지 못한 것을 나중에 자기 자식에게 제일 먼저 모자라지 않게 해주려는 마음이 부모에게는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 같다. 나의 부모님 세대에선 경제적인 결핍이 그런 것이었다면 나는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많이 해주려 내 자식에게 안달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환기시키게 된 것은 함께 하는 시간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질이라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하루에 최소한 1시간은 되어야 한다는 것은 1시간이라는 그 절대적 시간이 중요하다기 보다 매일 그렇게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일분 일초가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라면 오히려 그 시간이 고통의 시간이 되겠지만 그러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제대로 된 시간에 대한 갈망이 더 커갈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거의 이 모든 것들이 머리 속에 섬광의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안 읽어볼 수 없었다. 물질적인 풍족함, 많이 배워 얻은 지식, 남들이 부러워할 직장, 이런 것들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는 법이고, 그것들이 다 가족 내에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런 얘기들, 자기의 심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기본 정서부터 다르지 않을까? 나도 그런 가족을 만들어가고 싶은데. 그래서 당장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그런데.

아쉽다. 책을 읽고 나서 더 알게 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처음 제목에서 받은 영감이 결국 책을 한권 다 읽은 후에도 그저 그대로. 내 생각이 틀리지 않구나 정도. 그래서 아쉽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사보는 책으로 묶일 정도라면, 나처럼 보통 사람들로서는 읽고 새로 깨우치고 배워갈만한 (문학 서적이 아니라 적어도 이런 종류의 책이라면) 무엇이 들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던 도중 우연히 저자가 어느 라디오 인터뷰 프로그램에 나온 것을 들었다. 아직 나이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지금까지 벌써 스무 권 넘는 책을 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이해가 간다. 다른 책들도 이 책 정도의 무게라면 스무 권 넘는 책을 쓰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주장, 가족과 함께 1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책을 사서 읽을 것 까지 있겠는가 누가 묻는다면 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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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5-2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쓴 사람이 저한테 낯익은 이름이라 누군가 했더니, 제 장학퀴즈 동기로군요 @.@
여러 회사를 거치고 여러 회사에서 강의를 한다고 해적이에 되게 길게 적혔는데,
저나 hnine 님 같은 사람한테는 굳이 이 같은 책을 읽는대서 무언가 더 느끼거나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느끼기 힘드리라 봅니다. 아마, 대기업과 방송사에서 '지식 정보' 바라는
이들 머리를 살살 건드리는 이야기는 잔뜩 들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 개인으로 생각해 보면, 이 책을 낸 제 장학퀴즈 동기야말로 집에서
'1시간' 아주 조용히 오붓하게 '지식 정보'하고는 동떨어진 놀이와 얘기와 꿈으로
즐거이 누릴 수 있기를 빌어요. 글쓴이 스스로 이 같은 삶을 누리지 못하면서
이러한 책을 내놓은 셈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글쓴이 스스로 '하루 1시간'만
식구들하고 보내며 이러한 책을 썼다 싶기도 해요.

저는 네 식구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함께 살아요. 아이들하고든 옆지기하고든
하루 1시간 떨어져 따로 지내는 일조차 생각하기 힘들고, 이렇게 따로 제 할 일을 하면
마음이 그닥 홀가분하지 못해요.

'집착'이 아닌 '삶'이고, 삶이 무엇인가를 살핀다면, 식구들이 모두
가장 좋아하고 가장 아끼며 가장 즐길 만한 가장 아름다운 터전에서
하루 1시간 아닌 하루 24시간을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함께 쉬고 함께 밥먹으며
살아야 사랑이요 기쁨이 되리라 생각해요.

hnine 2012-05-20 15:57   좋아요 0 | URL
이럴 땐 세상이 참 좁은 것 같아요 아시는 분이라니 ^^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바로 저자 본인이 그 문제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말이 후기에 나와요. 가족에게도 그렇고, 몸담고 있는 회사에도 그렇고, 그렇게 집필 활동을 해나가려니 고운 시선만 받지 않았겠지요.
저자의 주장에 백번 공감하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성과 위주로 나아가다 보면 가정 역시 삐그덕 거리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너무 물질 위주, 업적 위주, 성취 위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 내 가족부터 거기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서 이 책에서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별 소득이 없어 좀 실망했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