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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황홀 -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먹는다는 것이 생존을 위한 행위라고 생각하며 매끼 밥을 먹는 사람들이 요즘 몇이나 될까.

먹는다는 것은 하나의 휴식이고, 즐거움을 찾기 위한 일 중 하나이며 더 나아가면 미각을 동원한 '감상'의 차원에서 말할 수 있는 행위이기도 하다. 식물처럼 스스로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독립영양 생활을 못하는 동물이, 살아있기 위해 연료를 공급받는 과정엔 반드시 살아있는 다른 생명체를 포식하는 과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제목의 '칼'은 직접 칼을 써서 음식을 마련했는지 여부를 떠나 그런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얻는 것은 단순히 기름을 가득 채운 자동차처럼 움직일 수 있는 힘만 얻는 것이 아니라 '마셔서 기갈을 풀고 도취경에 든다, 황홀하다. 칼과 황홀 사이에 인간, 삶이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의 말처럼 축복인 것 같기도 하고 위선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이기적이고 어딘가 용서를 구해야 할 일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생태계의 기본 원리이고 우주의 질서이다. 하지만 착각하기 쉬운 것은 생태계의 기본이고 우주의 질서가 되는 것은 생명 유지의 차원에서의 먹는다는 행위이지, 도락과 여흥의 차원까지 포함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상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 밑바닥에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작은 물결로 출렁거리던 생각이다. 하지만 책 자체는 재미있는 읽을 거리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다. 이 책이 자기의 주장을 펼치며 읽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무거운 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기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써나간 글, 읽는 사람을 재미있게 해주기 위한 글일 뿐이니까.
사실 느끼고 생각할 줄 아는 인간으로서, 한끼 밥을 먹으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여러 가지 느낌과 생각을 거기에 끌어올 수 있는가.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 밥상에 오르던 김치를, 낯선 어느 곳에 가서 낯선 사람들 속에, 낯선 음식들을 먹다가 만나게 되면 그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던 김치 몇쪽을 보고 눈물이 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렇게 눈물로 감격하며 먹었던 음식보다는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음식, 지금까지 먹어본 최고의 밥, 최고의 국수, 최고의 막걸리, 이런 식으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떤 선을 잘 지키는 작가라는 느낌이 든다.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고, 지나친 감상에 빠져들지 않으면서 읽는 사람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 수준에서 경험담을 풀어놓을 수 있는 것은 저자의 타고난 스타일일지, 아니면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일지 모르겠다. 아마 이 사람의 다른 작품들을 여럿 읽어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겪은 일과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놓는 수다꾼 아저씨 빌 브라이슨을 떠올렸고 저자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를까 생각해보았다. 저자는 역시 토종 한국인이라는 것? 그리고 어떤 방문지에서 먹은 음식, 만난 사람과의 대화에서 인생의 의미를 종종 찾아내어 글 속에 담아놓기는 빌 브라이슨보다 성석제가 좀더 잘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빌 브라이슨은 그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지만 말이다.

한가지 덧붙여 이 책에 삽화를 그린 정훈이씨도 아마 성석제 못지 않은 유머 감각과 재치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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