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SNS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아마 5년 전 쯤 일거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며 멀리 떨어진 친구들과 연락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한 것들이었으니까. 난 어려서부터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전전하며 온라인 활동에 익숙했던 터라, 어느 순간 등장한 SNS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던 것 같다. SNS가 이전의 온라인 활동과 달랐던 것은 익명성의 유무였다. 그러니까 SNS를 하는 온라인의 나는 더이상 익명의 '누구'가 아닌 진짜 '나'로 활동하게 되는 거다.


확고한 자화상을 갖는다는 건 불확실한 가치들의 혼란 속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만, 그것이 어떤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는가는 따져볼 일이다. 바람직한 자화상은 분명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상에서 많은 경우 자신을 의식하는 건, 남들이 인터넷에 쓴 내 글을 보며 익명의 어떤 '누구'를 떠올리는 것이 아닌 '나'를 생각하게 된다는 걸 알게된 순간일 거다. 인터넷 위에 쓰인 몇십자의 글 쪼가리에서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그와 동시에 남들에게 보이는, 그리고 보이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를 의식하게 된다. 그렇게 머릿 속에 수많은 '남'은 새로운 '나'를 만든다. 남들에게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하고, 누구보다 즐거운 삶을 사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취약한 부분은 감추고 평범한 일들은 포장해서 드러낸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 뿐이 아니다.


주인공 다쿠토는 취업 준비를 하며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된다. 다쿠토는 새롭게 알게된 친구 중 한명인 다카요시에게서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느끼는데, 그것은 예전 자신의 친구였던 긴지에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 다쿠토의 시선에 비친 긴지는 허세의 인물이다. 그러나 이내 다쿠토는 깨닫는다. SNS에서 위선적이고 현실을 포장해내는 긴지와 다카요시에게 느끼는 거부감이 그의 열등감과 질투에서 비롯된 것임을. 다쿠토 역시 자신보다 남을 더 의식하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하는 사람들 중 한명이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작품이 짚는 건 SNS 상에서 허세나 부리고 다니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 너머, 허세쟁이을 비판하며 자기는 관찰자인 마냥 그들과는 다르다는 듯 생각하는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가 포인트를 제대로 짚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SNS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드러나는 허세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풀어오른 자의식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본연의 자신이 아닌 자기 망상 속의 자신에 맞추려는 사람들, 작품은 그 모든 사람들을 꼬집는다. 물론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에 신경을 쓰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일일 것이다. 사람은 남을 통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SNS 문제는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인 습성이 가상이라는 공간과 맞물려 증폭된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작가는 그런 SNS 상에서 드러나는 현 청춘들의 양태를 잘 집어내고 있다. 


SNS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공자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한 농부가 도구에 의존하려는 생각이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더럽힌다며 논에 물지게를 사용하지 않고 바가지로 물을 대었다. 그 모습을 본 공자는 농부에게 '참된 삶이란 모두를 멀리하는 것이 아닌 자기 안에 감싸안고, 있는 그대로 살아 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도구에 마음이 더럽혀지지 않으려면, 도구를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구를 잘 알아야 하고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SNS를 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남을 의식하여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리뷰 내용과는 별개로 작품에서 다카요시에게 일침을 놓는 미즈키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 생각을 덧붙여 그 말을 정리하자면, 사람은 사회적으로 나이가 차면 자기 인생을 감당해야 할 사람은 자기뿐이란 걸 깨닫는 시기를 맞는다. 언젠가는 돈도 스스로 벌어야 하고, 여권 신청과 같은 행정 잡무도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자기와 똑같이 자신의 인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본인밖에 없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정면으로 대면한 그 순간부터는 더이상 스스로에게 관찰자로 남아있으면 안된다. 그런 무수히 많은 악다구니와 같은 각자의 인생이 부딪히는 이 사회에서는 아무도 말로 치장한 나의 삶을 주목해주지 않는다. 자신이 평가받고 싶다면 인제는 꾸며낸 자신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야 한다. 언제나 직시해야 하는 건 남이 아닌 본인이어야 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