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지난 주말은 정말 시쳇말로 시체처럼 지냈다. 가용시간의 80퍼센트 정도를 전기장판을 과도하게 틀어놓고 침대 안에 쏙 들어가 있었다. (이렇게 배고프고 졸리고 일할 엄두가 안나는 것은 다 전자파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손에는 소설만 붙더라. 인문사회과학 신간평가단을 지원해놓고 이렇게 게으를수가. 덕분에 이 포스팅도 임시 저장 글로만 영원히 남아있을 뻔 했다. 미안해요 알라딘.

 

이제 으쌰으쌰 힘을 내어서 책도 읽고 리뷰도 쓰고, 술술 읽히는 책 말고 약이 되고 밥이 되는 (어려운) 책들도 열심히 읽어야지! 관심가는 인문사회과학 책들이 또 잔뜩이다!

 

 

 

1. 촘스키, 고뇌의 땅 레바논에 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중동과 미국의 관계에 갇힌 레바논에서 노엄 촘스키는 무엇을 보았을까. 이 책은 촘스키 부부가 레바논을 방문한 기록이다. 레바논 대중과 함께한 강연과 텔레비전 정치 토크쇼 인터뷰에서 촘스키는 중동 분쟁과 미국의 관계, 전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현재의 위기와 그 극복 방안, 거대권력에 맞선 지식인의 책무 등 다양한 주제를 통찰력 있게 풀어내었다.

이번 레바논 여정을 동행한 아사프 크푸리와 아이린 겐지어는 이 책에서 촘스키가 방문한 곳의 의미를 되새기고, 촘스키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정리했다. 특히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의 만남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미국 정부가 테러 단체로 취급하는 헤즈볼라에 대해 미국의 가장 저명한 반체제 지식인이 그 역할을 공개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부인 캐롤 촘스키는 일정을 함께하며 그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책에 함께 실었다. 캐롤이 찍은 사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난민 캠프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은, 2006년 7~8월 전쟁 사진과 대조를 이룬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의 관념 속에 있는 중동 분쟁을 현실로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것에 있다. 혹자는 중동의 현실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이 유엔에서 독립국가 승인을 받는 데 기권표를 던지려 하고,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목적으로 레바논에 한국 병사를 파병하고 있다. 우리가 무관심하다면, 미국의 제국주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민주주의와 세계의 평화를 방해하는 일로 직결된다

 

 

존경하는 촘스키가, 늘 맘에 밟히는 레바논에 다녀왔단다. 중동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국은 세계 패권 국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눈엣가시같은 촘스키는 이번에도 침묵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읽고 싶다 를 넘어서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2. 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

 정치학박사이자 군軍 연구가인 김재홍 저자가 언론인의 감각과 필봉으로 2011년 10월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하여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로 그 화제작이다. 특히 10.26사건 비공개 군사법정에서 김재규를 비롯한 ‘피고인’들이 진술한 육성녹음을 바탕으로 역사적 실체에 접근하고자 한 점이 돋보인다. 또 하나회를 비롯한 군 ‘정치인맥’ 구조를 꿰뚫어 보인 대목은 자못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한국현대사의 부끄러운 초상이기도 하다.

저자는 박정희 유신정권이 어떻게 망조가 들어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권력 핵심부에 있던 인사들의 육성증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김재규의 박정희 살해는 정당방위였다”는 역사적 평가를 내리면서, 박정희의 후예인 신군부집단이 김재규를 군사법정에 세워 단순살해범으로 처형한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일 뿐더러 역사적으로도 부당한 처사임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

 

 

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이 민감하다고 여겨지는, 책에 대해 몇 마디 코멘트 다는 것도 조심스러운 세상에 산다는 것이 싫다. 어찌되었든, 유신정권을 빼놓고 현대사를 이야기할 수 없음에는 틀림이 없고, 우리는 현대사를 알아야함에도 틀림이 없다. 궁금하다!

 

 

 

 

3. 침묵의 봄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 <침묵의 봄>이 5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나왔다. 이번 개정판에는 서문과 후기가 완전히 새롭게 단장되었으며, 2002년 출간본에는 없던(원서에도 없었음) 찾아보기를 새롭게 추가했다. 그리고 편집과 장정도 완전히 바뀌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에는 환경이라는 말이 정말 낯설었고, 모두 전후 과학 기술에 대한 맹신이 존재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 책은 한 개인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레이첼 카슨의 노력은 마침내 미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를 요청하는 시민운동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아직도 과학과 기술에 대한 맹신에 빠져 있지 않나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제 힘에 취해, 인류는 물론 이 세상을 파괴하는 실험으로 한 발씩 더 나아가고 있다”고 카슨이 역설했듯이,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지 않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침묵을 봄>을 읽은 한 상원의원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되었다. 미국의 전 부통리 앨 고어는 이 책이 출간된 날이 바로 현대 환경운동이 시작된 날이라고 말하였으며,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은 “서구 환경의 역사에서 이 책의 출간은 환경을 이슈로 전폭적인 사회운동을 촉발시킨 결정타로 평가된다”고 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환경관련 일을 하고 있으면서 침묵의 봄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면 이건 엄청나게 부끄러운 고백이겠지. 아 부끄럽다. 이 달엔 꼭 읽어야지. 꼭.

 

 

 

4. 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박경철, 신영복, 조국, 심상정 등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지성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이 나선 이유는 전환기를 맞은 한국 사회와 부자 되기라는 좌절된 욕망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 시대 부모들을 위해서이다. 한국 사회와 우리 시대 부모들의 역할에 대한 이들의 진단과 처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같다. 그것은 바로 ‘경쟁과 성공’에서 ‘연대와 공존’으로, ‘부자’에서 ‘행복’으로 삶의 가치를 전환하자는 것이다.

IMF 이후 한국 사회를 휩쓴 “부자 되세요”의 가치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개인과 가족 공동체를 비롯해 사회 전체가 경쟁과 성공을 욕망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빚과 불안뿐이다. 그리고 때로는 앞에서 끌고 때로는 뒤따르며 이런 현실을 부추긴 이들이 바로 부모들이다. 저자들은 이런 현실을 조목조목 짚고 부모들의 자각을 촉구하기도 하며 새로운 시대 가치, 개념부모가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체크카드만 쓰다가 몇 가지 이유로 신용카드를 발급받기로 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비싼 연회비가 아깝지 않은 호화로운 혜택을 주는 플래티넘 카드들에 눈이 가더라. 나는 사실 호화로운 혜택과 어울리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혜택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일년에 특급호텔에 몇 번 간다고 발레파킹이 필요하겠으며, 월1회 공항 레스토랑 본전을 뽑으려면 일부러 공항에 놀러가야한다) 지갑에서 고급스런 플래티넘 카드를 꺼내어서 떡하니 내미는 상상을 혼자 해보고 잠시 꿈에 부풀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의 생활습관과 어울리지도 않는 카드를 발급받아 무엇하겠는가. 그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싶은 것 뿐인게다.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부자를 꿈꾸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부자를 꿈꾸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것은 어쩌면 위선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철학이다. 나의 삶의 가치를 좀더 공고히 결정하고 머리에 마음에 새겨야겠다.

 

 

 

5. 왜 분노하지 않는가

인권을 선언 안에 가두지 마라.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는 끊임없이 인권문제가 제기되고, 각종 구호단체가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지만 인권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인권을 선언해 놓고 기념하면 그만인가? <왜 분노하지 않는가>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방편으로 ‘2048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2048은 모든 사람이 함께 인권을 이야기하고, 이를 강제력 있는 문서로 만들자는 국제적 움직임이다.

중요한 것은 인권을 문서로 만드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집행 문제다. 2048은 세계인권선언 100주년이 되는 2048년까지 집행력을 갖는 세계인권 조약을 집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책은 2048 프로젝트를 통해 인권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고, 인권 실현의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무감각한 이 시대에 진정한 인권의 의미를 되살려 줄 책이 될 것이다.

 

 

인권위원회가 지금 같지 않던 시절에, 짧지만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 곳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하나하나는 모두 충격적이었다. 참으로도 무감각했던 나의 과거에 그리도 반성을 해놓고, 나는 어느새 또 무뎌져있다. 공존의 가치, 인간권리의 가치를 선언이 아닌 삶에 새기기 위해서..읽고 싶다. 딴딴하게 잘 만들어진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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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카슨 님 책을 읽는 사람들이
삶을 스스로 많이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heima 2012-01-09 17: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거리는 어찌나 먼지요.. 작은 것 하나씩 바꾸도록 노력중인데 이것 참 쉽지 않네요. 그래도 더불어 삶을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