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레리 파피용(Librairie Papillon)

울란바토르, 몽골

 

    

 리브레리 파피용(출처 /www.facebook.com/librairie.papillon)

 

 

결혼 선물로 서점을 받는다니, 내가 여태 들어 본 가운데 최고의 선물이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리브레리 파피용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서점은 독자와 독자의 호기심으로 살아갑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들어오세요!

호기심에, 촉각에 힘을 주세요. 인생은 짧고, 책에서 발견할 것은 많습니다.

책은 맛있고 배부르고 달콤하고 진귀합니다.

 

우리는 책의 죽음이 임박했다고 오래전부터 단언해왔지만, 그런 단언이야말로 웃음거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한 자료를 조사하며 깨달은 바다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깨달은 것이 또 있다. 서점에는 사랑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사실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의 배경은 리브레리 파피용이며 그래서 이 서점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려고 아껴두었다.

세바스티앙 마르네는 1998년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왔다. 울란바토르라는 도시 이름을 말뜻 그대로 해석하면 붉은 영웅이다. 이 도시의 역사는 특이하다. 1639년에 처음 불교 절을 중심으로 세워진 도시는 이후 스물여덟 번이나 자리를 옮긴 뒤 몽골 스텝 지대의 남북을 가르는 경계인 복드칸 산 옆에 뿌리를 내렸다. 복드칸 산은 1700년대부터 법으로 보호를 받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존림이다.

세바스티앙은 울란바토르 생활에 아주 만족했지만 프랑스 책을 구하기는 아주 힘들었다. 프랑스에 갈 때마다 여행 가방 하나 가득 책을 가져왔지만 한 달이면 읽을거리가 떨어졌다(세바스티앙은 다독가다). 그래서 세바스티앙은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프랑스 책들을 갖춘 서점을 내면 좋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세바스티앙이 말한다.

 

돈을 충분히 모았을 때 약혼녀한테 같이 서점을 운영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봤어요. 약혼녀는 고맙게도 좋다고 답했어요.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릴 때 서점을 선물하겠다고 마음먹었죠. 몽골 사람인 약혼녀는 반년 안에 프랑스어를 익혔고 우리는 2006년에 서점 문을 열었습니다.”

 

결혼 선물로 서점을 받는다니, 내가 여태 들어 본 가운데 최고의 선물이다! 세바스티앙 부부는 몽골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로 된 책들을 구비하고 손님들에게 커피와 차를 무료로 서비스했다. 세바스티앙은 파리 라틴 지구에 자기 서점의 분위기를 비교한다. 창작의 은신처로 삼기에 아주 좋은, 몽골 스텝 지대 심장부에 있으니 세계 곳곳에서 작가들이 찾아온다.

    

 

 

   

 

도시가 끝나는 곳 너머 지평선에는 고비 사막이 펼쳐진다. 여름에는 40도까지 오르고,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거친 날씨. 사막을 지나면 알타이 산맥이다. 한때 털북숭이 매머드가 포효했던 곳. 이제 사막과 산맥은 목동들의 집이다. 고비 사막에서는 캐시미어 산양을 키워서 부드러운 털을 얻는다. 알타이 산맥의 카자흐 인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검독수리를 길들여서 사냥에 이용한다. 새끼 때부터 키우고 훈련시켜 함께 사냥하고, 몇 년이 지난 뒤에는 야생으로 돌려보낸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일 년에 한 번, 목부들이 산이나 사막에서 울란바토르로 온다. 그곳에서 그들은 다음 일 년 동안 사용할 것들을 구입한다. 음식과 옷만 사지 않는다. 책도 산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가 담긴 삶을 직접 살고 있는 목부들은 세바스티앙을 찾아오고, 어쩌다가 아시아 한가운데에서 책을 팔게 된 특이한 프랑스 남자 세바스티앙은 목부들에게 사막과 산에 가져가서 읽을 소설을 추천한다.

 

세바스티앙의 역할은 중요하다. 목부들이 돌아갈 곳에서는 반경 수백 킬로미터까지 다른 서점이 없기 때문이다. 유목 생활에서 함께해야 할 책들이므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동화집을 고른 소녀는 눈에 둘러싸여 백설공주를 읽을 것이다. 소녀의 오빠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고르고, 자기 옆에는 벌써 올빼미가 있다는 사실에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좋은 이야기와 함께한다는 것은

온 세상과 함께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들려줄 때에 늘 이야기를 이용한다. 우리의 이해를 넘어선 것들을 설명할 때에 이야기를 이용한다. 우리 주위의 어떤 것과 연결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에 이야기를 이용한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로 탈출할 때에도 도움을 얻는다.

 

세상 곳곳의 서점에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동 서점과 비밀 서점부터 한시적으로 열리는 노점, 주민 센터 서점까지, 좋은 서점에 들어가는 것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타임머신, 우주선, 이야기를 만드는 곳, 비밀을 저장하는 곳이다. 용을 길들이는 곳, 꿈을 잡는 곳, 사실을 캐내는 곳, 안전한 곳이다. 끝없는 가능성, 집에 가져갈 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거나 도시 심장부에 있거나 산꼭대기에 있거나 지하철에 있거나, 좋은 이야기와 함께하는 것은 온 세상과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은 짧고, 책에서 발견할 것은 많습니다.

책은 맛있고 배부르고 달콤하고 진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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