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일스(Foyles)

런던

 

서점은 계속 변해야 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그것으로 끝이지요.”

 

 

나는 포일스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 없다. 포일스의 역사는 환상적이다. 이 서점은 자기 일을 몹시 사랑하는 게 분명하다. 채링크로스 로드에 새로 문을 연 본점에는 미래의 서점(The Future Bookshop)’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초창기 포일스의 모습(출처 www.foyles.co.uk)

 

출발점으로 거슬러 가보자. 1903, 윌리엄과 길버트 형제는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뒤 시험 교재를 판다는 광고를 신문에 냈다. 갖고 있던 교재가 팔린 뒤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계속 나타나자 형제는 사업성이 있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교재를 구해서 계속 팔았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집 주방에서 책을 팔았고, 1년 뒤에 세실코트로 옮겼으며, 1906년에는 채링크로스 로드로 왔다. 그로부터 30년 뒤 서가의 총 길이는 48킬로미터에 이르고 보유 서적 수는 5백만 권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포일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포일은 196112월부터 포일스에서 일하기 시작해서 이듬해 8월에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유럽으로 가서 도서 상거래를 더 공부했다. 독일에서는 출판사에서 일했고, 핀란드에서는 등대지기와 함께 살면서 서점에서 일했다. 그다음 파리로 가서 리볼리 가에 있는 갈리그나니에서 일했다. 갈리그나니는 유럽에서 최초로 문을 연 영어 서적 서점이며 1520년 이탈리아에서 책을 판매하기 시작한 서적상 집안의 후손이 운영한다.

 

크리스토퍼는 러시아를 여행한 뒤 영국으로 돌아와서 항공 회사를 차렸고 사업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러던 중 1999, 그 유명한 여사장 크리스티나 포일이 죽기 엿새 전에 크리스토퍼에게 포일스로 돌아와서 서점을 맡아 달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나가 서점을 운영하는 동안 직원들은 자주 파업했고 포일스의 이색적인 운영에 불평하는 손님도 많았다. 크리스티나가 변화를 싫어했다. 당시까지도 책은 알파벳순이 아니라 출판사 별로 배열돼 있었고 크리스티나가 전화를 싫어해서 서점에 전화기도 설치되지 않았다. 책을 구입한 고객이 계산을 마치려면 계산대를 세 곳이나 거쳐야 했다.

   

 

크리스티나 포일스(출처 www.foyles.co.uk)

    

 

모든 게 완전히 바뀌어야 했어요. 재정 상태는 좋지 않았고 직원들의 윤리 의식도 떨어져 있었죠.”

 

크리스토퍼가 대표로 취임하며 포일스는 다시 성장을 준비했다. 페미니즘 서점으로 유럽을 선도하던 실버문이 가겟세 때문에 문을 닫게 됐을 때 포일스는 실버문을 매입하고 본연의 페미니즘 서점으로 계속 영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큰 사랑을 받던 음반 가게 레이스재즈가 똑같은 이유로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포일스는 레이스재즈를 인수하고 서점 안에 음반 숍과 카페를 만들게 했다. 최근에는 작가들이 안내하는 런던 문학 탐방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초 워털루 역에 새 지점을 열었고 같은 해에 본점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채링크로스 로드에 원래 있던 본점의 옆 건물로 이전에 세인트마틴스 미술대학이 있던 자리다.

 

 

 

새 포일스 본점이 과연 미래의 서점으로 불릴 만한가? 대체 어쩠기에 화제가 됐을까? 우주선 같은 열람실이 있고, 작가들을 위한 비밀 방이 있고, 책이 날아다닌다는 소문도 돌았다. 포일스는 직원들과 고객들은 물론이고 출판계 사람들에게도 널리 의견을 물어보며 새로운 서점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었다. 그 결과 새 건물에는 여러 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트리움이 있고, 카페, 갤러리, 이벤트 공간도 들어섰다. 각 분야마다 매장이 조금씩 다르게 디자인되어 고객들은 서점 안을 다니면서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개점 축하 행사가 3주 동안 열렸고, 각 분야의 매장마다 각기 다른 작가가 오프닝 행사에 참여했다.

 

포일스 본점은 런던 중심부에서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혼자 자유롭게 책들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도, 직원과 책에 대해 상의하고 싶은 사람도, 모두 만족할 공간이 되는 것 역시 포일스의 목표다. 서점 안에서 책을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해서 배포한다. 이 앱을 활용하여 온라인 서점보다 훨씬 잘 맞는 도서를 고객에게 추천한다. 포일스에서는 앱이 서점 직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포일스 판매 부장 시온 해밀턴이 말한다.

 

서점은 계속 변해야 합니다. 저희도 출판계의 변화에 맞춰 항상 바뀌어야 하고, 사람들의 의견에 계속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참여를 멈추지 않아야 하죠. 저는 아주 역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윌리엄 깁슨의 말이 있죠.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 옳은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