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중이고, 이야기의 흥미는 일단 제쳐두고,
˝ 눈알을 굴려댔다.˝
이 문장이 잊을만하면 나오니 미치겠다.

눈알을 굴렸다/굴리고/굴려대며/굴렸지만/굴려대자.... 어미의 활용도 다양하다. 중반 즈음해서 조금 다른 표현, ˝눈이 바쁘게 돌아갔다˝가 등장하면서 뭔가 해방감을 느꼈는데 이내 다시 등장. ˝ 킴은 눈알을 굴려댔다.˝ 아악 도대체 원문에 이 표현이 얼마나 나오길래...

이젠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저 표현이 언제 또 나올까, (나 혼자) 이상한 강박이 생긴것 같다. 도대체 눈알을 얼마나 어떻게 굴려대는 거냐고...

제목에서 보다시피 읽고 있는 건 구판이다. 전에 읽다가 중간에 끊겨버렸는데 <퍼핏 쇼>를 읽고 문득 생각났다. 날이 선선해진 김에 읽는다. 그 사이 ‘킴 스톤 시리즈‘ 3권이 출간되면서 <너를 죽일 수밖에 없었어>는 <소리없는 비명>으로 개정되었다. 그나저나 눈알은 계속 굴려대겠지...

‘킴 스톤 시리즈‘에 관심이 생겼으니 일단 만족한다. 굴려대는 눈알을 내 머릿속에서 날려버릴 대단원을 기대하며.
아, 근데 다른 시리즈에도 ˝ 눈알을 굴려댔다.˝ 가 계속 나오는 건가....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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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세상 끝에서 빛을 비추던 사람들. 그들은 이제 없지만 등대는 여전히 빛을 비춘다. <세상 끝 등대>. 디자이너의 독립 출판물답게 내용과 모양새에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색감과 글이 은은하고 따뜻하게 어우러졌다. 도피처이자 유배지였고, 세상의 중심이면서 가장 외진 곳이라는 <머나 먼 섬들의 지도>가 떠오른다. 섬과 등대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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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체조 - 예민보스의 마음 재활훈련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서지은 옮김 / 마르코폴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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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요시타카 신스케의 소소하고 심심한 낙서모음집. 소심한 깨작임에 피식 웃음이 난다. 무선 제본에 페이지가 좀 되다 보니 안쪽 그림을 펼쳐보기 불편한데 아마도 처음 자비출판을 재현한 것이겠지, 생각한다. 아니라면 판형이 별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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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 인 헤븐
가와이 간지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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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이후 연이은 작품에서 존재감을 발하는 ‘마법의 애브덕션‘ 때문에 가와이 간지의 작품에 흥미가 떨어진 게 작년이었나. 문득 가부라기 팀 생각도 나고, 머리도 식힐 겸 해서 <데블 인 헤븐>을 집었다. 이번엔 어떤 설정이 마법처럼 만들어질 것인가. 그런데 알파로메오를 몰긴 하는데 히메 형사가 아니네? 가부라기 특수반 시리즈가 아닌가 보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건설한 카지노 지구 이스트 헤븐. 거기서 벌어지는 도박, 금융 사기, 살인, 복수의 드라마. 2023년 2월을 배경으로 일련의 사건이 느와르 영화처럼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여성 캐릭터가 좀 아쉽긴 한데 (프로인 듯 프로 아닌, 도구적 역할) 코믹스를 보는 듯한, 시각적 묘사가 뛰어난 장점에 더해 사회파 요소까지 더해져 이전과는 사뭇 다른 감흥의 작품. 이 작가, 저력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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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농서 - 이름 없는 영웅들의 비밀 첩보 전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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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느 농촌 마을의 미스터리인가 했는데(...전자책은 표지를 자세히 안 보게 된다) 삼국 시대 첩보물??? 호, 이건 재미없을 수가 없다. 제갈량의 1차 북벌 이후 시점으로 조예-유선-손권 통치기. 주 무대는 촉한으로 제갈량의 고군분투 시절이다. 일단 페이지 잘 넘어간다.

일종의 가상 역사물이긴 한데 삼국지 하면 진수의 정사보다 나관중의 연의가 먼저 떠오르는지라 위화감이 없다(있으면 그게 이상하지). 삼국지의 얼개를 따라가기 때문에 글줄 사이로 불꽃처럼 타올라 연기처럼 사라지는 정서가 환기되기도. 별이 떠오르면 지게 마련이다.

순후는 조용히 굳은 표정으로 뚫어져라 절벽을 주시했다.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이 절벽에서 떨어지고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간첩의 시체가 없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정말 이렇게 가파른 절벽에서 굴러떨어지고도 죽지 않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순후는 시공을 초월하는 능력이 없으니, 삼십사 년 후 이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263년, 정예군 일 만을 거느린 위나라 장군 등애(鄧艾)가 똑같은 방법으로 음평 절벽을 지나 지름길로 성도까지 쳐들어갔다. 그해 촉한은 결국 멸망했다.

몇 년 후 위나라에서 고평릉 정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피살된 하급 관리의 집에서 위나라 조정의 극비 정보가 발견됐다. 그러나 워낙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아무도 이 사실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이 하급 관리의 조사 보고서는 수많은 문서 더미에 파묻혀 영원히 빛을 보지 못했다.
유일하게 변치 않은 것은 진령산맥에서 불어오는 농서의 싸늘한 바람뿐이었다. 농서의 바람은 험준한 산봉우리 사이를 끊임없이 맴돌며 변해가는 세상을 묵묵히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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