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 북플 에디터 어떻게 좀 안 되나. 기능이 너무.... 아니, 기능을 논하기 이전에 완성도가 문제다. 왜 html 모드에서 줄바꿈 수정을 해야만 하냐고.... 25년 전에 만들다 방치한 듯한 에디터를 쓰고 있자니 '응답하라'가 따로 없네. 이렇게 불편해서야 나 같이 끈기 없는 사람은 글쓰기 습관 붙이기 전에 떨어져 나가겠네(몇 번 떨어져 나가긴 했지).
📖 여섯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인간은 모두 다면적이다, 라는 명제를 취준생과 중견 직장인의 시점에서 시차를 두고 풀어간다. 극적 효과를 노린 후반은 작위적인 맛이 나지만 페이지 터너로 제 몫을 하는 소설.
열정은 이제 개도 안 준다며, 무상무념 일만 하는 노동자가 되고 보니 스피라링크스 인사팀의 삽질과 애로 사항이 십분 이해되는 한편 삽질은 하면서 문제 해결도 않는 현실 회사엔 한숨이.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공통분모에도 불구하고 가상의 회사만도 못하다니. 현실은 잔인하다. 이젠 '초월'했지만. 지원자나 회사나 면접은 최악을 피하기 위한 수단일 뿐, 직장만이 자아실현의 무대는 아니니까.
📖 사장을 죽이고 싶나, 망내인, 나쁜아이들
제목 때문에 손이 안 갈 수 없었다. 표지는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같은 일상 미스터리+블랙 코미디 누아르쯤 되려나 했는데 의외로 본격 미스터리다.
예술-금융-기술 요소를 버무려 근미래의 직업 세계, 이에 얽힌 이해관계를 밀실 살인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가독성도 좋다. 다만 소재에 비해 전개나 트릭은 다소 조잡하다. 내 경우 유치원 때 기억은 거의 없는데 9·11 테러 같은 사건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 사장님의 노심초사에는 이유가 있었다.
작가 이름값 하는 ⟨망내인⟩과 ⟨나쁜아이들⟩.
주젠치 아키히코 저리 가라 하는 장광설에 브루스 웨인, 토니 스타크와 맞먹는 부와 장비빨을 갖추고 BBC 셜록 뺨치는 성질머리를 자랑하는 그의 이름은 스투웨이. 안 그래도 국수 좋아하는데 파 듬뿍 국수 간절해지는 소설 ⟨망내인⟩.
사건의 중심에 아이들이 대놓고 등장하면 읽기 주저된다. 그래서 쯔진천 작품 중 제일 나중에 읽은 ⟨나쁜아이들⟩. 염려가 무색하게 선악의 경계와 저편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책에 눈을 떼지 못한다. 단숨에 읽어 내려가다 보면 처음 주저하던 그 감정으로 책장을 덮게 된다.
⟨망내인⟩은 여중생의 죽음이 발단이다. ⟨나쁜아이들⟩은 노부부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사건의 촉발에는 '나쁜 아이들'이 있다. 나쁜 아이들 너머에는 뻔뻔한 어른들이 있다.
📖 화
끝없는 마트료시카, 형형색색 만화경을 갖고 논 기분. 근데 너무 열심히 가지고 놀다 주화입마에 빠졌달까. 일상의 공상에 기발한 상상력이 덧붙어 환상특급이 되더니 급기야 폭주 기관차가 되어 덮쳐든다. 진 빠져.
📖 I의 비극
어? 호! 아...... 하는 의식의 흐름 속에 크리스티 여사가 ⟨ㅇ의 비극⟩을 쓴 적이 있던가 하는 의문이 순간. 이거 의도인가?
📖 기담 룸
가상 공간 버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말풍선을 살린 편집이 돋보인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인 만큼 IT 관련 혹은 특수 설정 트릭일까 했는데 아날로그식 전개가 반전이라면 반전. 나름 심오한(그리고 식상한) 내용치고 전개가 상냥한데 작가가 ⟨문장교실⟩의 저자더라. 검정고양이 '스노볼'이 등장하는 청소년 대상 글쓰기 책으로 저자가 초등학교 교사인 까닭인지 설명이 쉽고 친절하다. 작가 성향 어디 안 가나 보다.
📖 유괴의 날
익숙한 설정을 적절하게 버무려 차린 한 상. 트릭과 반전의 줄타기에 긴박감이 넘치지는 않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동력으로는 충분하다. 정해연 작가 소설을 이 책까지 세 권 봤는데 유괴의 날 > 홍학의 자리 > 못 먹는 남자 순으로 줄을 세워 본다.
📖 7시 45분 열차에서의 고백, 낯선 자의 일기(+6시 20분의 남자)
⟨7시 45분 열차의 고백⟩ 저자 후기를 보니 딸 이름이 '오션'인가 본데, 동시에 읽는 ⟨낯선 자의 일기⟩ 에
-- “잘 지내.” 그는 약간 지친 어조로 말한다. “오션이 아직도 밤에 잘 자지 못하고 깨서.” 아이 탓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우스운 이름을 지어줬으니 애가 정신적 상처를 받을 만도 하지.--
라는 대목이 있어서 좀 웃기기도 하고, 정말로 오션이라는 독자가 있으면 상처받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런 잡스런 생각이 스쳤더랬다. 게다가 35실이 넘도록 부모님과 사는 여자 동성애 시크교도 형사라는 설정이 흔한 것도 아닌데 또? 하며 의아하던 중 ⟨살인 플롯 짜는 노파⟩를 확인하니 같은 작가다.
⟨7시 45분 열차의 고백⟩과 ⟨낯선 자의 일기⟩ 모두 자기만의 속앓이를 '낯선 자'에게, 그리고 '일기'에 털어놓는 공통점이 있다. 도메스틱 스릴러의 공식대로 각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그렇다. ⟨일기⟩의 하빈더 형사의 시니컬한 태도에 35살이나 먹고 형사가 왜 저래 싶다가도 그 냉소를 자신에게 향하면서 자아내는 블랙 유머는 제법 인간적이다. 묘하게 정 가는 캐릭터.
⟨열차 안의 낯선 사람들⟩, ⟨리스본행 야간열차⟩ 같은 작품 때문인지 제목에 '열차'가 들어가면 장르 불문 일단 끌린다. ⟨7시 45분 열차의 고백⟩을 읽은 이유도 이 때문. 대단한 서사를 기대한 건 아니어서 킬링타임용으로 잘 읽었는데 '열차'와 관련한 내용, 시각이 들어가는 제목이 헷갈려서 읽은 ⟨6시 20분의 남자⟩에 대한 반동인지도. 이다지도 게으른 서사라니. 새벽 4시 운동, 오전 6시 20분 통근 열차 탑승,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헛다리 007) 주인공만 부지런하다. 영상화하면 볼거리는 많겠다.
📖 천 척의 배
“나는 나이를 먹지 않고 죽지도 않으니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지.”
나는 나이를 먹고 언젠간 죽을 테니 시간은 중요하지. 그래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중요해.
ps. 에우리피데스는 얼마나 뛰어난 시인인지!
📖 이름 없는 여자의 8가지 인생
표현 그대로 격동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어 낸 한 여자의 인생 이야기. 저자 후기에 영감을 받은 사건, 작품을 언급하는데 벤 매킨타이어의 ⟨스파이와 배신자⟩에 눈이 꽂힌다. 영드 ⟨친구라는 이름의 가면⟩이 인상에 깊이 남은 까닭에. 위안부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이 무겁다. 수요시위가 30년을 넘기고 있다. 표현의, 집회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극우 집회 역시 요란하다. 인권위는 이달 수요시위 보호를 인용하는 결정을 3년 만에 내렸다.
교포 2세가 아닌 한국인 작가가 영어로 쓴 소설로 원제는 ⟨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다. 'trickster'라는 단어가 맘에 든다. 원문이 궁금하여 전자책 샘플을 받아보았다. 영어권 국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지만, 모국어가 아닌 글로 소설을 쓰고 호평을 받다니 그 재능이 부러울 뿐.
📖 살인자의 건강법
일단 너무 웃긴다. 미친 듯이 웃긴다. 에밀리 노통브가 이토록 현란한 장광설과 만담을 구사하는 작가였나. 저 언변, 저 기개, 저 재치를 내 것으로 삼고 싶네. "원자 기호를 이야기할 때나 쓰"는 상징과 인간 시야에 들어오는 "단편화 작용"인 은유는 제쳐 두고. 욕 같지 않은 욕은 원문이 다 궁금해진다. 언제고 써먹고 싶다. "같잖고 시건방진 둔탱이 같으니!"
십 년도 더 전, ⟨적의 화장법⟩, ⟨오후 네 시⟩를 읽고 아, 재밌다 하면서도 손이 안 가던 작가였는데 오랜만에 초기작을 보고 싶어 집어 든 책이다. 근데 이 작품이 데뷔작이네. 난 왜 ⟨적의 화장법⟩이 먼저인 줄 알았지. 이런 뼈 때리기로 등단했으니 '앙팡테리블'이라 할만했구나.
📖 명상 살인
명상 책을 검색하던 중 발견...... 시리즈인데 내용이 대체 뭘까. 살인을 한다는데 정말로 그런다는 건지, 은유인지. 읽다 보면 알게 되겠지.
비요른은 명상천재인가. 인생의 고비마다 명상 기법을 척척 적용하고 극복하다니. 나는 할수록 잡생각만 늘어가고 호흡도 더 안 되던데. 요쉬카 브라이트너 선생의 1시간, 12번의 일대일 명상 코칭 나도 받고 싶구먼.
-- 감정은 폭탄처럼 제거가 가능하다. 명상 실천과 폭탄 제거의 근본적 차이는 폭탄을 제거하는 사람이 작업 중에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명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오늘 시도한 명상이 문제 해결에 실패하면, 내일은 성공한다. ---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위원장님은 어떻게 혼자 농성 천막을 지키다 문어(비스무리한 생명체)와 조우했는가를 설명하는 대목은 ⟨몰락하는 자⟩를 떠오르게 한다. 시간 강사'였던’ 지인들이 나누던 이야기가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상한 나라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어 이 기세로 종장까지? 하던 즈음 적절한 호흡으로 마무리. 작가님 밀당 잘하시네.
정보라 작가는 화가 날 때 글을 쓰기 때문에 복수 이야기가 많다고 했던가. 이 책은 복수보단 투쟁의 이야기다. 투쟁. 궁극적으로 우주적 복수 이야기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