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아르테 미스터리 17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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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이다를 주긴 한다. 김이 다 빠지고 그마저도 타이밍이 너무 늦어서 문제지. 난 이미 목이 메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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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
로절린드 스톱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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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왠지 가벼운 일상추리물 같아 오가기 tts로 골랐는데 진지하지만 유쾌한 문체에 안타까움과 빵터짐이 주거니 받거니. 할매들의 지난 세월에 내 삶을 비춰보기도, 현재의 작당모의에 내 미래를 투영해 보기도 한 소설.
할매들의 우정과 용기, 약자들의 연대에 박수를.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던가. 나도 나잇값 하면서 늙고 싶다.

그나저나 두꺼비 남자의 행태에 두꺼비가 불쌍해질 지경. 두꺼비는 콩쥐도 도와준 착한 생물인데! 허나 이 두꺼비도 울고 갈 빌런이 있으니....

세상이 바뀌었어요. 모두를 돌봐주는 사회는 이제 존재하지 않아요. 그건 이상이죠, 정말. 안 그런가요? 하나도 현실적이지 않아요. 이상을 꿈꾸는 건 끝났어요. 스스로를 돌볼 줄아는 사람들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았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도와줘야해요. 그건 가끔은 불쾌한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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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녀
미셸 뷔시 지음, 임명주 옮김 / 달콤한책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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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를 가봐야겠다, 다짐이 선 <검은 수련> 때도 그랬지만 풍광을 글로 옮기는 작가의 필력이 탁월하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대게는 곁가지(?) 설명은 휙휙 읽게 마련인데 미셸 뷔시의 글은 정황 묘사에서 이미지와 색감이 절로 그려진다. 무생물인 자동차마저 귀엽다. 그래서 캐릭터 묘사가 다소 성에 차지 않는 걸까. 특히 여성이 스테레오타입 — 어떤 의미로든 — 에 가까운데 <그림자 소녀>에서 ‘소녀‘는 미치광이 말비나 아닌가 싶게 릴리가 매력이 없다. 말비나 역시 서브 캐릭터의 전형이긴 하지만. 말비나-마르크 콤비(?)로 기울어지면 내가 이상한 건가.
아니! 작가가 지리학과 교수라네. 지형이나 풍속 묘사가 생생하더라니.

고통은 여러 고통이 더해져 커지는 게 아니라 큰 고통이 작은 고통을 밀어내는 법이다. 어쩌면 그건 다행인지도 모른다.

마틸드가 18년 동안 탐정을 고용할 만큼 미쳤다면 그녀의 남편은 청부 살인자를 고용할 만큼 참을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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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잉골드는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를 읽으면서 알게 된 학자다. 선 Zen이 아닌, 선학 linealogy이라는 분야가 생소하여 몸풀기 느낌으로 <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도 집었다. 얇은 두께와 ‘강의‘라는 단어 때문에 학부 101 정도로 생각했으나 대단한 오판이었다. 어렵다.

소쉬르-레비스트로스 이론에 관한 챕터 《비교연구, 구조주의, 언어학》이 내겐 특히 그렇다. 머리 지끈. 구조주의를 비유적으로 비판하며 ˝[별들은] 구조를 통해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조가 그 별들을 통해 작동한다.˝ 라는 대목에서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 표현은 당신이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은 당신이 걷는 방식으로 걷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라는 대목과 맞닿는다.

차이는 다름이 아닌 접착제이며,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 하나의 세계, 이 하나의 세계를 분명히 설명하는 것이 인류학의 과제라고 ‘강의‘하는 저자. ˝인간은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는 생산자˝다. 선과 날씨를 통해 자신만의 인류학 이론을 펼치는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의 3부 《인간하기》에 유독 눈길이 머무는 이유다.

인간은 이제 인간을 빼닮은 인공물을 만들며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세계의 확장은 ‘인간다운 성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일 터. 두 책을 찬찬히 읽어야겠다. 한 명의 주체로, 인간 종의 하나로, 세계의 한 부분으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묻고 나의 선을 찾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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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이규원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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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책인데 제법 세련됐다. (저 때 이미 시차출근 제도를 시행했다니!) 시대가 시대인지라 감수성이 맞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캐릭터 성격이 대사와 묘사로 잘 드러난다. 부아가 치밀어 고춧가루를 살짝 뿌렸다, 하루하루가 작두 타기의 연속이다(이 표현 써먹고 싶군), 팥밥을 지어 먹고 축배를 들 거다, 메탄가스가 뿜어져 나온다, 등등 비유와 표현도 찰지다. 온갖 하이테크에 특수 설정으로 무장한 현대 미스터리도 재밌지만, 진부하고 투박해도 그 구닥다리 속성 때문에 (클리셰일망정) 이런저런 트릭이 등장하는 레트로(?) 미스터리가 난 읽을 맛이 난다. (20세기 태생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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