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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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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친구가 어떤 것인지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라는 문구에 눈이 갑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되는데요.

어린 시절 친구는 묻고 따지지도 않고 마음을 주고 받았다면 어른이 된 이후에 만나는 관계는

아무래도 이해관계로 엮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내 속마음을 다 드러내 보이진 않게 됩니다.

몇번은 어린 시절친구처럼 다가갔다가 크게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점점 그런 깊은 관계는 만들지 않게 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되는데요.

이오덕과 권정생, 이 두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를 보며 어른이 되서 우정을 나누는 것.

그게 꼭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더이상 누군가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꺼내놓기는 어렵다 생각할 나이.

이 둘은 마흔아홉, 서른일곱에 만나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마음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됩니다.

1973년부터 2002년까지 이어온 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편지들은 긴 세월 끊이지않은 서로의 우정을 엿보게 합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는 것, 손편지로 마음을 드러내보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손편지, 편지라는 것을 쓰지 않습니다.

그대신 문자나 이메일을 사용하죠. 그래서인지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에도 마음이 담겨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온라인을 통한 글전달은 보내는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마음이 전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한자 한자 정성들여 써내려간 손편지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를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요즘은 어떠냐고 안부를 묻는 손편지를 받게 된다면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참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권정생, 그의 삶을 알게되면 참 안타깝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왔지만 전쟁과 가난으로 스무 살에 결핵에 걸렸고 홀로 아프게 살았다고 합니다.

죽을 힘을 다해 동화를 썼다는 저자의 약력 문구에 마음이 찌릿찌릿해집니다.

그의 동화책 '강아지똥'을 읽다보면 정말 마음이 찡해지고 마는데요. 그의 삶이 보이는 것 같아서란 생각이 듭니다.

한평생 참 외롭게 살았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아팠는데 그의 곁에는 이오덕과 같은 마음 따뜻한 사람도 있었단 생각이 드니 그 안타까움이 덜하긴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권정생 곁에 있었다면 더 좋았겠단 생각도 듭니다.


"출생지가 남의 나라였던 저는 여지껏 고향조차 없는 외톨박이로 살아왔습니다.

아홉 살 때 찾아온 고국 땅이, 왜 그토록 정이 들지 않는지요?

나에게 한국이라는 조상의 나라가 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무명 치마폭에서만 느낄 수 있었을 뿐입니다.

소외당한 이방인이었습니다.

고국은 나에게 전쟁과 굶주림, 병마만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위에 몸서리쳐지는 외로움을......

누가 자기 나라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답니까?

나는 무던히도 나의 이 한국 땅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메말라진 흙 속에 한 방울 찾을 수 없어, 여지껏 목말라 허덕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사람이 싫었습니다. 더욱이 거짓말 잘하는 어른은 보기도 싫었습니다.

나 자신이 어린이가 되어 어린이와 함께 살다 죽겠습니다."

- 13page


권정생의 편지를 읽다보면 그 외로움과 아픔이 느껴집니다.

이오덕에게 마음을 열어놓으며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원고료를 받지 않아도 어디든지 그냥 발표해 달라는 권정생과

어떻게해서든 원고의 가치를 인정받고 원고료가 있는 곳에 발표하려는 이오덕, 두 사람의 마음씀씀이도 보입니다.


교도소에서 금방 나온 사람이 10년 형기를 끝내고 갈 곳이 없다며 권정생의 집에 글의 주소를 보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가난한 권정생을 그를 내치지않고 이오덕에게 그 사람의 살 길까지 부탁합니다.

동화책에서도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만 편지를 통해 알게되는 권정생은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아무도 없는 이 언덕빼기 집이 그래도 가장 편안하게 누워 있을 수 있으니, 서글프지만 괜찮아요.

어딜 가도 무엇을 해도 누구와 같이 있어도 자꾸 목이 메고 눈물겨워집니다.

요즘처럼 울면서 지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 313page


돈이 생기면 자신을 위해 쓰기보다 다른 곳에 쓰길 바라던 권정생.

보면 볼수록 참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요즘처럼 자신을 제대로 챙겨야 살아지는 세상에서 사뭇 정있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참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편지 한줄 한줄 느껴지는 외로움이 느껴져 더 안쓰러움이 느껴집니다.


평생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을 담은 편지들이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나도 이렇게 누군가를 마음 깊이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오덕과 권정생 그들은 함께해서 참 행복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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