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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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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이 책을 보고 나서 캐나다 원주민 말살정책, 이누이트 등에 관해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 중 "이누이트는 이글루에 살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에스키모(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란 말로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이누이트.

그들이 캐나다 원주민 말살정책으로 인해 겪는 고통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이었습니다.


1920년부터 1970년까지 약 15만 명의 원주민 자녀들이 강제로 지역 기숙학교에 보내져
그들의 언어 사용을 금지당하는 한편 육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 책이기에 자세한 학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화장실을 가는 주인공 소녀를 향해 얼굴을 바짝 대며 으르렁 거리던 남자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누이트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우리네 일제시대 민족말살정책이랑 너무도 유사하단 생각이 듭니다.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고 자국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그들을 뿌리채 흔들어 놓으려고 했던 정책은

1990년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원주민은 살려두지만 원주민적 요소는 없앤다."는 목적을 이뤄내고 말았습니다.

1492년 콜럼부스 도착시 4천만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지만 1820년대는 20만명. 인종학살이었습니다.

어릴 적 당연하게만 여겼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말이 구대륙 침략으로 느껴지는 것이

잘못된 생각일까요.

 

캐나다 원주민들은 이 정책으로 어릴 적부터 정체성을 잃고

기숙사 생활로 인해 새로운 문명을 접한 아이들과 전통양식을 살고 있는 부모는

서로 바라보는 것들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교육이나 문화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 원주민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도 있다고 하니

민족말상정책이란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나쁜 학교'는 이런 캐나다 원주민 말살정책을 실제로 경험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흑백의 실사 사진을 직접 보며 이누이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올레마운 아홉살 이누이트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책을 읽어주는 언니가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를 왜 따라가는지

직접 책을 읽고싶은 올레마운은 글자를 배우기 위해 학교에 너무도 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엄마,아빠,언니는 학교는 좋은 곳이 아니라면서 보내주지 않습니다.


"엄마는 날 겁주려는 거야. 동생들이 아직 어려서,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훨씬 힘들 테니까.

내가 글을 배우는게 배도 아프고."

 

 

 

 

 

 

 

 

 

"외지 사람들은 너에게 자기들이 입을 까끌까끌한 옷을 입힐 거다.

그 옷으로는 모기도 추위도 막을 수 없어.
그리고 이누이트의 풍습을 버리게 하고 그들의 노래와 춤을 가르치지.

네 영혼이 사악해서 그들의 신에게 용서를 받아야 된다고도 할 거야."

 

이누이트들이 자신들의 생활터전에서 살아가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들은 기숙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올레마운의 부모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글을 배우고자하는 딸을 막을 수가 없었어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현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 끔찍한 기숙사에 보낼 수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참혹한 원주민학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들에게 아이들을 지키기위한 선택일 수 밖에 없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의와 타의로 기숙학교에 오게된 학생들은 이제부터 똑같은 머리 스타일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생활을 하게됩니다.

글을 배우며 공부를 하는 걸 기대했던 올레마운의 실생활은 끔찍했습니다.

까마귀처럼 보이는 수녀님에게 밉보여 남들은 다 신는 스타킹 대신에 빨간 스타킹을 신어야했고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오줌싼 팬티를 빨아야했습니다.

올레마운은 기숙사생활이 자신이 꿈꾸던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더이상 따뜻한 가족들의 품이 아니라는 생각에 슬펐지만 올레마운은 용감하게 버텼습니다.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하는 빨간 스타킹을 불태워버리고 새 스타킹을 얻어내기도 합니다.

 

집에 갈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올레마운을 기다리는 건 딸을 못알아보는 엄마였습니다.

곱게 딴 긴 머리가 없어진 것은 물론이고 피부도 식성까지 너무도 달라진 올레마운.

문명에 익숙해진 아이와 전통의 삶을 살고 있는 어른들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기숙 생활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했다는 사실같아요.

올레마운과 그의 동생들까지도 결국은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게 되면서 끝을 맺는데요.

앞으로 이누이트들의 미래가 보여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올레마운의 미래가 바닷가에 쳐박혀 있는 동맹이가 되지 않았길!

 

올레마운과 그 가족들의 뒷이야기는 '두개의 이름'이란 책에서 더 들을 수 있습니다.

기숙생활에서 얻게된 문명의 이름과 전통의 이름을 갖게 된 올레마운의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겠지요.

 

이 두권을 같이 읽어보면 민족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 뿌리라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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