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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 ㅣ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이광표 지음, 이혁 그림 / 진선아이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하면 굉장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나와는 정반대의 남편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역사를 받아들이는 게 다른 것같다.
학창시절 국사 선생님이 그렇게 재미있게 수업을 하셨다고 한다. 그냥 이야기를 듣고 있기만 해도 술술 이해가 갔다고.
정말 수업 종 치기 시작해서 끝날때까지 칠판에 적힌 글자들을 받아 적느라고 바빴던 나의 수업시간과는 차원이 다른 듯하다.
어릴 때는 시험에 나오는 연도와 사건들을 외우는 게 역사라는 생각에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역사를 몰라도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으려고 해도 역사를 모르면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걸 요즘 새삼 깨닫고 있다.
내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나처럼 역사를 받아들일까봐 정말 걱정이다.
남편의 국사 선생님처럼 내가 아이에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잡아야할지 감이 잘 오질 않았는데 한눈에 펼쳐보는 문화재 연표 그림책을 보면서
그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선사 시대부터 댄한 제국까지 우리 문화재를 정리해서 연표와 함께 시대순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나라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움이 많이 될듯하다.
" 선사 시대부터 대한 제국까지 우리 문화재와 역사를 연표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각 시대별 문화재뿐만 아리나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어려운 역사와 문화재를 흥미롭게 익힐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와 사진으로 재미있게 구성해 평범한 문화재 감상에서 벗어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문화재를 살펴보는 통합 학습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책을 전체적으로 보고 있으면 꼭 우리나라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한바퀴 돈 느낌이 든다.
아이들과 박물관에 갔을때 한번 쯤 봤을 법한 사진들이 실려있는데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더 많은 사진과 설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이들과 박물관에 가기 전에 보고 간다면 아이들이 더 흥미롭게 박물관 관람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뒷표지에 구 서울시청 근처에 영국 공사관, 러시아 공사관, 벨기에 영사관, 미국 공사관등 여러 나라의 공사관과 영사관이 있다는 사실에
흥미로웠는데 19세기 말~ 20세기 초 덕수궁 주변 정동 일대는 조선 침략을 노리던 제국주의 열강들의 근거지였다고 하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저 여러 나라에서 많이 있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조선 침략을 노리던 제국주의 열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하니!!! 놀라게 된다.
이처럼 알지 못하면 그냥 스쳐지나가게 될 이야기들을 이 책속에서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기 이전 시대로 수백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를 거쳐 1세기 전후 철기 시대까지 선사시대,
한반도의 문화와 문명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기 시작하고 사찰과 탑등 불교에 바탕을 둔 문화와 황금 유물 등 무덤 문화가 특히 발전한 삼국 시대,
남쪽에는 불교 국가로서 한국 고대 문화를 완성시킨 통일 신라, 북쪽에는 발해가 있던 남북국 시대,
고구려의 정신을 계승한 고려 시대,
유교 정신에 입각한 조선 시대,
쇄국에 치중한 근대
이렇게 여섯 시대로 나눠서 연표형식으로 문화재를 소개하고 각 시대의 중요한 사건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물관에 몇번 가봤던 아이라면 익숙한 문화재의 모습에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히 봤덤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자세하게 알 수 없었는데
문화재 사진과 함께 관련된 이야기들을 쉽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북한 단군왕릉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는데 아주 흥미로웠다.
"1993년 북한은 단군의 무덤으로 불리던 평양시 강동군 문흥리의 한 고분에서 단군의 뼈를 발굴했다고 발표했어요.
김일성의 지시로 무덤을 발굴해 보니 남자와 여자의 뼈 86조각이 나왔다고 했어요.
그리고 뼈의 연대를 측정해 보니 약 5000년 전의 것이었고, 따라서 그 뼈의 주인공이 단군과 단군의 부인이었다는 내용이었지요.
단군릉 외관은 중국 지린성 지안에 있는 장군총의 모습을 따랐지만 규모는 장군총의 3배에 달하지요."
사회과 부도를 보면 재미있다고 한 남편의 이야기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사는 흐름파악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처음 접하고 공부하려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연표를 따라가며 우리나라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았지만
중간 중간 나오는 삽화나 이야기들들을 읽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몇가지를 소개해본다.
아주 유명한 이야기인 에밀레 전설이다.
성덕대왕 신종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종을 만들 비용을 시주하러 다니던 스님을 아기를 시주하겠단 여인을 만났다.
아이를 받을 수 없었던 스님은 그냥 돌아와서 종을 완성했지만 아무리 쳐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종을 만든 장인의 꿈에 나타난 노인이 쇳물에 아이를 넣어야 한다고 말했고 결국 시주로 아이를 받아 쇳물로 종을 만들었다.
어머니를 찾는 아기 목소리가 들린다는 에밀레.
이 이야기를 듣고 에밀레 종을 보는 아이들은 생각을 하게 될까?
그냥 쇠종으로만 보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문무왕의 무덤은 유언에 따라 바다에 조성했다고 한다.
수중 문무왕릉인 '문무대왕릉'을 소개해주고 있다.
경주에 가면 초록빛의 커다란 릉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렇게 바다에 있는 무덤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도기와 자기의 차이는?
흙으로 빚어서 섭씨 500-800도 정도에서 굽는 것이 도기이고
자기는 사기그릇이라고 부르는데 도기의 표면에 유약을 발라 섭씨 1300도 안팎의 고온에서 다시 구운 것이다.
구운 뒤에 청색 계통의 색이 나오면 청자라고 부른다.
1937년 조선 총독부가 펴낸 문화재 사진집에 보면 윤두서 자화상을 찍은 사진이 있는데,
놀랍게도 목과 상체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또한 2006년에는 X선으로 작품을 촬영했더니 옷의 선은 물론이고 얼굴 양옆으로 귀를 그린 흔적이 나타났다.
원래 윤두서가 귀와 목, 옷도 그리려 했으나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이 아닐까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명동성당에서 빼놓지 말고 꼭 들러 봐야 할 곳은?
제단 아래쪽에 있는 지하 성당. 쓱 그 앞을 지나가보기만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지하성당을 꼭 들러보고 싶어진다.
여기에는 19세기 천주교 박해로 희생당한 성인 유해 5위와 일반 순교자 유해 4위를 봉안하고 있다.
역사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것같다. 그런데 그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시험문제들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도 나도 역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더 귀를 귀울여봐야겠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흥미로운게 역사라는 걸 참 뒤늦게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