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김선우│청림출판│2011.06.05
고른 숨을 내쉬기까지 한참을 버텨내야 했어요. 책을 집었다 놓기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그렇게 먹먹해진 마음에 익숙할 때 쯤, 겨우 이 책을 읽기 시잡합니다. '어디 아픈 곳이 없어?' 물음을 내게 툭 던져 놓는 것 같아서. 아니 '너 아프잖아. 괜찮은 척 하고 있잖아.'라고 이미 다 알고 있단 듯이 물어와서 그랬을까요. 그리고 이 책을 읽는 3일동안 나는 진짜 아파버렸거든요. 이런 책을 읽으니 아픈거라는 핀잔도 듣구요.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는 작가 김선우님이 잘 돌아오기 위해 떠난 오르빌에서의 기록입니다. 오르빌, 은 잘 행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p.54 내가 쓸모있는 존재라는 자각, 이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르빌은 이러한 곳이예요. '새벽의 도시'라는 뜻으로 인도 남부 코르만젤 해안에 위치하는 직경 5킬로미터의 원형도시로 현재 40여 개국에서 온 2,100여 명의 주민이 크고 작은 130여개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르빌리언이 되고자 하는 준비과정인 뉴커머와 게스트들까지 합치면 2,500여 명 정도가 함께 살고 있는 오르빌은 절반이 인도인, 절반이 외국인입니다. 오르빌에서는 황무지 개간, 유기농업, 보건의료, 교육 등 다양한 주민들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활동은 '자신의 원함'에 기본을 두고 있어요. 저마다 내면을 풍요롭게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생태 공동체예요. - 하지만 오르빌은 완벽한 자급자족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 소수의 소외도 원치 않아 여전히 만장일치제도를 고집하는,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과 지위를 얻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일구기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 무상급식이며 심지어 고등학교 아이들은 학교에서 용돈까지 받는다 - 오르빌은 마치 유토피아가 아닐까, 과연 이러함이 가능할까, 나는 실재(實在)의 공간 아니라 가상의 공간을 마주했던 것은 아닐까 혼돈스러웠어요.
하지만, 오르빌에도 엄연히 문제는 존재합니다. 점점 늘어나는 인구로 인한 주택난부터 시작하여,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는 겪게 되는 경제 문제부터 대학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부터 열사의 땅이라고도 불리듯이 더울 때는 기온이 50도까지도 올라가는 근본적인 문제들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재합니다. 그럼에도 오르빌은 아름답습니다. p. 281 그러니까 오르빌은 처음부터 완전한 이상사회를 표방했다기보다 미완성 존재로서의 인간이 완성을 향해 노력해가는 변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낙관적 자세를 견지하는 셈.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아이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욕심으로 타인을, 자연을, 그리고 자신을 해치지 않으며, 타인의 잣대에 자신의 행복을 끼워맞추지 않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분명 오르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존재하지만 가능성 또한 가득하기에 분명 오르빌은 발전하고 더욱 아름다워질테지요.
잠깐은 오르빌의 그녀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르빌의 숲길도, 해먹에 살짝 걸린 바람도 참 좋겠구나 했지만 정말 잠깐입니다. 내 안에 행복을 찾는 일은 내가 어느 장소에 있음이 결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높은 연봉에 목숨거는 한국, 같은 명품 가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팔리는 한국, 그러한 것들이 사람을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한국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오르빌도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진 못할테니까요. 짧은 시간에 비상한 발전을 이룩한 너무도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지만, 획인적인 가치 잣대에 휘둘리고 그 잣대에 매겨진 행복점수에 굶주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 '물질'에 온전히 자유로워지기란 불가능하지만 이제 우리 조금 호흡을 고르며 헐벗은 나를 살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삐그덕 거렸던 제 마음 탓인지,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자꾸 호흡이 목에 걸립니다. 제가 받은 책이 이상했던건지, 책장이 자꾸 후두둑 떨어져서 더욱 진도를 내기가 싫증납니다. 그녀의 글에서, 오르빌의 기록에서 나는 너무 쉽게 위안을 얻으려 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앞선 기대를 했나봅니다. 오르빌의 여행객들이 오르빌을 처음 마주하고 경험하는 실망처럼. p.294 흐르는 삶을 사랑한다. 잘 흐른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잘 산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없으면 다음 순간으로 넘어갈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이순간. 나는 나를 살아라. 내 안의 오르빌에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봅니다. 시작이 중요한거지요. 그리고 그들의 오르빌,에도 언젠가 꼭 노크를 해보고 싶다고 다이어리 한칸을 채워봅니다.
소녀, 어른이되다.
copyright ⓒ 2011 by. Yu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