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숨은 의도를 찾아 읽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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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사실 '~방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을 무척 꺼린다. 지을 제목이 그렇게 없어서 ~하는 방법이라고 붙였나, 성의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제목인데 일찍이 대박은 포기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책은 철저히 소설 읽는 방법에 대한 글이다. 달리 무슨 이름으로 이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먼저 큰 네 개의 줄기를 정해놓고 시작한다. 메커니즘, 발달, 기능, 그리고 진화가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네 가지를 중심으로 저자는 소설을 '분석'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아, 기초편이라며. 시작부터 머리아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의외로 그렇게 어려운 개념 없이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기초편에서 기본적인 갈래를 제시한 저자는 실천편에서 다양한 작품의 본문을 발췌하여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부터 대사 하나하나까지 소설을 '분석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발췌한 소설 본문에 앞서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읽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이건 더 이상 '소설 읽는 방법'이 아닌 '소설 분석하는 방법'이라고 할만하다. 다양한 장르의 책이 있는데 그 중에 소설책을 집어 드는 사람의 목적ㅡ이라기보다는 굳이 다른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닌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소설이 유익하지 않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장르(인문이나 경제, 사회과학과 같은...)에 비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은 분명하다. 소설은 정보의 획득보다는 감상 자체에 더 초점이 맞춰진 장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과연 이렇게 세세하고 정밀하게 소설을 분석해가며 읽을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저자는 난독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읽으면서 당연히 캐치할 수 있는 대사에 반영된 인물의 감정 하나하나까지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으니 사실 읽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책의 실천편에는 9개 정도의 소설을 실천용으로 발췌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서너 작품을 저자의 가이드에 따라 분석하며 읽다보니 그 후로는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 것을 제시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분석하며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발췌한 본문의 책이 전에 읽어본 것이라 나도 모르게 분석하면서 동시에 감상하는 것에 크게 불편함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던 것은 수능공부 하면서 문학작품만 보면 열심히 분석해대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도 책은 무척 좋아했었는데 언어영역을 공부하는 것만큼은 질색을 했다. 그냥 재밌게 읽으면 안 돼? 왜 굳이 이걸 이렇게 분석해서 시험까지 봐야 해? 하며 부질없이 투덜대기도 했더랬다.

어쩌면 저자인 히라노 게이치로 본인이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이기 때문에 독자가 수동적으로 플롯을 따라가며 감상하기보다 작가가 숨겨놓은 의도를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기를 바라며 또 다른 재미를 맛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지 않았나 싶다. 글이라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독자의 적극적인 태도가 더욱 필요한 매체인데,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책을 쓰게 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이 책은 읽고자 하는 사람보다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책인 것 같다. 작가가 어떤 식으로 큰 지도를 그리고 창작을 하는 지를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제목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혹시 정말로 책읽기를 시작하려고 '소설 읽는 방법'이라는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집어든 사람이 "책읽기는 참으로 복잡하고도 심오하구나" 하며 미리부터 학을 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