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금요일 저녁 7시에 벌어지는 이벤트를 꺼려하는 편이다. 유난히 교통 체증이 심해지고 변수가 잦아지는 시간대를 뚫고 제 시간에 도착하려면 마음 뿐 아니라 몸도 지쳐버리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석 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귀한 이벤트였긴 했지만. 


7시를 약간 넘겨 이벤트 현장인 페럼타워의 페럼홀에 도착했을 때는 초대 가수인 이란의 공연이 시작된 후였다. 이란의 말 그대로 솔직하고 담백한 노래를 들으며 점차 정신을 수습하게 되면서, 30분의 짧은 공연이 실은 먼저 와있는 사람들의 무료함을 달래고 한편으로는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한 배려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시민 선생(이하 모두 존칭 생략)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었던 토크쇼는 진중권, 김남희의 참여로 글쓰기에 관해 다양한 의문과 요구에 답할 수 있는 유용하고도 흥겨운 잔치가 되었다. 성실하고 논리적인 글쓰기를 보여주는 유시민, 다분히 감각적이면서도 전투적인 글쓰기로 유명한 진중권, (유시민이 보병에 비유했던 것처럼) 고단한 순례가 불러낸 내면의 성찰을 글로 담아내는 김남희는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필자들의 다채로운 전형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었다.


의외로 (이성보다는) 감성을 강조하던 '따뜻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이 가끔 정치적 사안에 개입할 때의 적당한 긴장감도 좋았다. 새삼 <백분토론>의 진행자였던 그의 사회자로서의 능력을 재확인하듯 적절히 내용을 안배하고 흐름을 어색하지 않게 끊어주는 솜씨는 여전했다.


진중권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기발랄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청중을 즐겁게 했다. 근래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는 다소 숨기고 있는 감각적인 말솜씨는 물론이고 (유시민이 중간계급의 천재라고 상찬한 것처럼) 검색기술의 발달과 이미지를 매칭하여 글을 써나가는 등 그의 천재적인 글쓰기 방식은 자주 청중을 놀라게 했다.


약간은 낯설었지만 조용한 듯 하면서도 적재적소 대화의 여백을 채워나갔던 김남희 역시 그의 삶과 글에 신뢰를 주었다.


하지만 더 이상 토크쇼의 내용을 되새기듯 그대로 옮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토크쇼 초입에서 밝힌 것처럼 <노유진의 정치카페>의 주말호외로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토크쇼는 영상으로 제공되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선물이 될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 세 분의 작가와 함께 공명했던 청중들의 추억이 흔한 경험은 아니었음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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