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 브라운아이즈 윤건의 커피에세이
윤건 외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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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오늘을 힘들게 보내지 않길 바라."

 

커피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음료이자, 많이 마신 음료이다. 흔히들 커피는 같이 마시는 것이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상스럽게도 나는 혼자 마시는 커피가 상당히 분위기 있고,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좀 더 좋다. 뭐 이런저런 이유들을 나열한다고 하여도 여튼 변함 없는 사실은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2009년에 나온 책인데 좀 뒤늦게 읽었다. 처음 책이 나왔을 때부터 읽고 싶은 마음은 가지고 있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책이나 그리고 다운로드가 가능해 지면서 영화가 좋아진 점은 꼭 그 시간이 아니어도 내가 그것들이 필요 할 때 조건 없이 꺼내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 마음을 자연스럽게 달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여가를 즐길 때 가장 행복한 시간에 나는 책을 읽으면서 커피를 마신다. 가끔은 음악을 듣기도 한다. 물론, 이건 솔로일 때 하는 가장 행복한 시간 보내기 이고, 연인이 생기면 나는 분명히 데이트를 하는데 나의 많은 시간을 소비 할 것이다.

 

얼핏 윤건이라는 가수가 효자동 언저리에서 경복궁 역 부근이던가.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아직도 가게가 존재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소식을 듣고 그 가수 꽤나 커피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커피숍이 아주 많이 흔하게 존재하는 가게가 되어 버렸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이 열 수 있는 가게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니까.

 

그런데 아주 대놓고 커피를 사랑하는 남자가 되어서 에세이집을 썼다. 그가 사람하는 사람 둘과 함께. 늘 작가 지망생인 나는, 이렇게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참 부럽다. 자신들 좋아하는 소재를 가지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또 인생에 함께해서 즐거운 사람과 글을 써 나아갈 수 있는 삶. 언제나 동경해 마지 않는다. 10년 쯤 뒤, 나도 지금 보다는 나은 글쓰는 그래서 조금의 돈이라도 받는 작가가 되어 있고 싶다. 아차! 책에 대한 리뷰를 써야 하는데 너무 옆 길로 돌아 돌아 온 것 같다.

 

이 에세이는 조금 특별하다. 각자의 사랑을 이야기 하고, 그와 연결지어서 커피를 소개한다. 흔히 가장 많이 들어 온 것은 사랑의 고통과 쓰디쓴 에스프레소 이야기 였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그 이외에도 다양한 커피들을 소개한다.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노하우도 함께 소개하니. 집순이로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정보가 아닐 수 없다.

 

문득, 커피를 마시면서 이별을 했던 적이 있었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마도 첫 사랑과의 이별. 정확히 말하면 이별의 확인 사살을 한 곳이 커피숍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커피를 마시면서 사랑을 시작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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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정회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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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독서라고 답했었는데, 그 독서로 인해서 내 삶이 얼마나 크게 변화되었냐는 질문을 받으면 곧바로 대답 할 수 있는 문구는 떠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독서법>에 대한 책을 좀 더 찾아서 읽고, 책이 내 삶에 미칠 영향들을 미리 좀 점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독서 경영'이라는 말도 많이 나오고, 책으로 삶이 달라졌다고 예찬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나도 책 없는 삶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책 이라기 보다는 이야기를 좀 더 좋아하고, 그 보다 좀 더 나아가서는 타인의 삶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타인의 삶을 엿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독서법 책들을 좀 찾아서 읽다 보니까,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복잡한 영역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목적이 있는 독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동안은 책을 읽을 때 별 생각 없이 그때그때 보고 싶은 책을 찾아서 읽어왔다. 하나의 분야를 읽은 것도 아니고, 무언가 필요해 의해서 읽었다기 보단느 그저 재미를 위해서 읽었을 뿐이었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를 읽다보니까. 이것이 거의 첫 번째 단계의 독서 수준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나의 전공과 관련된 적어도 하나의 영역에서 전문가에 해당 될 수 있게 만들어 줄 독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영역을 정해두고, 좀 더 체계적인 독서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 동안은 독서법과 관련된 책이 시중에 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하기만 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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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녀 비형랑
홍주리 지음 / 미래지향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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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귀신들의 모임>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도 언젠가는 유쾌한 자살 이야기를 써 보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쯤 이었던 것 같다. 그뒤로도 글을 쓰겠다고 끄적이고는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작가 지망생일 뿐이고, 단 한편의 습작품도 완성하지 못했다. 신문기사들의 표현에 따르면 22살 최연소로 시나리오 작가로 등단해 90년대 큰 주목을 받았던 홍주리 작가. <천년호>를 끝으로 영화가 아닌 소설가로 돌아 온 것 같다. 재기발랄했던 첫 작품과 고전을 패러디하는 것에 큰 재능을 보였던 두 번째 작품의 뒤를 잇는 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했다. 구입해 두고 빨리 책 장을 넘기고 싶은데 좀 더 아껴 보고 싶은 마음에 사 놓은지 몇 달만에 지금에서야 글을 읽고 리뷰를 올린다. 작품은 '도화녀 비형랑'이라는 설화를 모티프로 삼고 있다.

 

이야기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쌍둥이 남매의 도발적 사랑으로 시작된다. 아들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지키고 싶어하는 엄마와 딸이라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엄마, 이 둘은 동일인물이다. 그리고 아들과 딸은 서로를 탐하고 싶어한다. 이런 상황은 것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엄마의 사랑이 깔려있었다. 귀신을 볼 수 있는 엄마가 딸에게 자신과 같은 능력을 물려주기 싫어서 자신으로부터 멀리 떼어 놓으려 했던 것.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잃을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와 같아질 딸의 운명이 싫었음을.... 결국 이 소설은 모성애에 대해서 핍진하게 다루고 있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엄마의 모성.

 

늘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어왔던 작가의 전작들을 돌아 볼 때, 이번 작품 역시 큰 틀 안에서는 그 안에 있는 작품이었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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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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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것 하나가 우리를 살게 한다.

 

연휴의 마지막 날, 내일부터 부단한 일상으로 다시 뛰어 들기 전, 머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용실에 갔다. 볼륨 스트레이트 파마를 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꽤나 많이 걸릴 것이다. 어떤 책을 읽을까 살짝 고민했다. 한동안 책을 읽지 않다가 다시금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해야 할 것 같아서 잡다하게 글들을 읽고 있는데, 이왕이면 조금은 나의 이런 마음을 역동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줄 글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잠깐, 잡지 책 앞에서 서성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든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 말고. 조금은 의미있을 것 같은 책을 선택하고 싶었다. 미용실에는 참 다양한 책들이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나는 한 때, 내가 무지 좋아하고, 동경했던 공지영의 책을 집어 들었다. 난 그녀의 소설들이 참 좋았다. 아니, 그녀의 에세이도 좋았고, 그냥 단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으나, 그녀의 삶이 좋았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 못 할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악플도 잔뜩, 칭찬도 잔뜩 먹고도) 늘 웃음짓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녀가 좋았다. 물론, 나의 멘토를 물어 본다면, 난 멈짓하면서 다른 사람을 댈 것이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공지영의 글을 통해서 내가 늘 위로 받기 때문 일 것이다. 깨달음 보다는 위로라는 표현을 굳이 쓰는 이유가 아마도 내가 그녀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나의 삶의 멘토가 될 수는 없다고 하는 말의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머리를 하는 3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나는 그녀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라는 제목처럼 아주 쉽게 글은 읽혔지만, 내 머리 속에는 많은 생각이 일렁거렸고, 마음은 조금씩 차분해졌다.

 

그녀의 글이 늘 쉽게 읽힐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내가 그녀의 책들을 본 전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여자 작가 중에 공지영처럼 다작의 작품을 낸 작가, 그러면서도 늘 베스트셀러를 놓치지 않는 작가가 드물기 때문 일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삶도 이런 역할에 한 몫 했으리라. 늘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자신의 글을 통해서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작가라는 선입견. 그렇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 활자들에 매료된다. 자신의 삶을 오롯이 드러내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 심지어 자기 자신의 소소한 일상까지도 그녀는 자신의 글에 모두 들여 온다. 내가 그녀의 측근이라면, 그것이 참 싫을 법도 한데, 그럼에도 그녀의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있어 보이는 것은. 내가 활자에서 느끼는 매력과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겠지 싶다.

 

이 에세이의 첫 머리에는 '유머'에 대한 키워드가 등장한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든 '유머'를 잃지 않는다면, 삶은 조금 더 풍요로워 질 것이라는 어쩌면 아주 상투적인 이야기.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본다. 나는 얼마나 유며있는 삶을 살아왔던가?! 아직은 살아 갈 날이 더 많이 남았지만, 그 동안 나에게 삶은 아주 무거운 것이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꽤 무겁고, 사랑은 한다는 것은 심오했으며, 이별은 삶을 포기 할 만큼의 상처였다. 하지만 나이가 먹으면서 이런 것들에 익숙해지면서 삶은 어쩌면 무지하게 가벼운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중심이 되고 있을 때, 만난 에세이라 그녀가 던지는 말 하나하나가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다시금 그녀의 글을 읽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나도 공지영 작가에 대해 이러저런한 말들을 해댔던 시간도 있었으나, 그녀의 글이, 문장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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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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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참 오랜만에 읽었다. 아니, 소설 자체를 읽은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 동안은 삶이 고달퍼서 소설 속으로 삶을 계속 도피하고 있는 내가 싫어서 소설을 읽지 못 했었다. 그런데 마음을 조금씩 정리하고 나니, 이제 소설을 좀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제일 먼저 다시 택한 작품은 언제나 믿을 수 있었고, 내 마음에 작은 떨림을 주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었다. 우선은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도대체 막다른 골목 앞에서 나는 어떤 추억을 떠 올릴까? 혹은, 막다른 골목에서는 어떤 추억이 있었을까? 제목을 앞에 두고, 책을 펼치기 전까지 참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 이제는 현실에서 조금 멈춰서서, 추억을 생각해도 괜찮을 시간이 나에게 찾아왔구나라는 안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5개의 단편 소설의 묶음으로 이루어져있다. 1. <유령의 집> 2. <엄마!> 3. <따뜻하지 않아> 4. <도모 짱의 행복> 5. <막다른 골목의 추억> 어떤 작품부터 읽을까 고민하다가 차례대로 읽으면서 음미하기로 했다. 

 < 유령의 집 >

 

이 작품은 대학시절 친구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8년만에 다시 만나서 결혼을 하는 이야기이다. 서로에게 가장 익숙했기 때문에 벗어나고 싶었고, 더 많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 떠나고 싶었지만, 삶은 결국 익숙한 것을 위해서 다시금 돌아오는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엿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장례식장에는 할머니가 만든 갖가지 음식을 먹고 때로 의논거리를 들고 오기도 했던, 당시에는 젊었던 할아버지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줄줄이 나타났다. 그리고 가게에서 데이트를 했던 얘기, 실연하고서 가게를 찾아와 할머니가 만든 새우튀김을 먹었다는 추억담 등,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는 돌아갔다. 그렇게 타인의 인생에 진정한 의미의 배경이 된다는 게 얼마나 굉장한 일인지, 나는 감동하고 말았다. -26p.

 

"돌아갈 집이 있는데도, 사랑받고 있는데도 외로운 게, 그게 젊은인지도 모르지.”-40p.

어쩌면 그 맛을 이 세상에 남기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지도 모르지. -54p.

 

뭘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내 인생에 넌더리를 낸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게 나라고 나는 몇 번이나 나 자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도 하찮은 일이 아니었다. -58p.

내가 만든 음식이 누구에게나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60p.

 

 < 엄마! > 

 나에게 익숙함에 존재는 엄마다. 흡사 공기와 같은 존재여서 평상시 나의 모든 것에 엄마의 손길이 닿아있지만 나는 그 존재를 자꾸 망각한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어느 날, 회사 식당에서 주문해서 먹은 카레에 다량의 감기약이 투여 되어 그 자리에서 발작을 일으켜 쓰러지고 만다. 그 감기약을 투여한 사람은 얼마 전 회사를 짤린 한 사원이고, 이 일로 인해서 그녀는 일대 스타가 되어 버린다. 그 전까지 아주 평범하게 되도록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던 그녀에게 새롭게 자신을 드러내야만 하는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안위에 대해서 묻고, 또 속속들이 그녀에 대해서 알려고 한다. 그 순간 그녀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에게 학대 받았던 기억을 떠 올리게 된다. 이제는 다 잊었다고, 자신의 인생에서 없었던 존재였는데, 정말 힘든 절망의 순간에 머리 속에서 가시지 않는 엄마의 기억. 우리는 흔히 이런 것을 트라우마라고 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격려와 도움으로 그녀는 이 순간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아간다. 이 작품은 일상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일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를 소소하게 끌어가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능력에 나는 또 한 번 매료되었다.

< 따뜻하지 않아 >

어린 시절 정말 친했던 남자 친구의 죽음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기억. 이 소설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그렇다. 누구나 살면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하나쯤은 간직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인생의 한 순간을 함께 하면서 찬란하게 사랑했다면, 그 사람의 인생에 작은 쉼표 하나라도 찍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괜찮지 않을까.

혼자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지만, 어떤 이도 언제 어디선가 같은 기분으로 이 풍경을 보았다는 것만은 알고 있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그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전혀 모른다. 다만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느낄 뿐. -132p.

< 도모짱의 행복 >

이 소설의 시점은 소설가이다. 그러다가 도모짱이라는 여자의 삶으로 소설가가 개입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우리가 아무리 힘들게 삶을 살아가도 그것을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소설가가 신의 명령을 받고 현실의 모든 부분들을 세세하게 표현학 있기 때문에 조금의 위안을 삼으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것 같다. 하긴, 가끔 우리가 살아가다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나도 모르게 내 삶을 누군가가 글로 써 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다. 그 삶이 누군가가 봤을 때는 아주 평범하고, 유치한 것이라 할지라도.

< 막다른 골목의 추억 >

다섯 편의 작품 중에 가장 현실에서 일어 날 확률이 적을 것 같지만, 가장 많이 일어나는 사건이었다. 오랜시간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 그리고 그 이별을 통해서 지금까지의 세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남자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무기로 삼아야지. 이미 갖고 있는 거니까. 너는 돌아가서, 또 언젠가 누구를 좋아하게 되면 행복하게 결혼하고, 어머니 아버지와 틈틈이 교류도 하고, 여동생과도 사이좋게 지내면서, 네가 있는 자리에서 큰 원을 만들어 나가면 되는 거야. 너에게는 그럴 힘이 있고 그게 너의 인생이니까,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상대가 너의 인생에서 뛰쳐나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202p.

인간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 힘을 보태 가며 어떻게든 사람을 죽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거기까지 생각이 확대되었을 때, 나는 어째서인지, 인도의 길모퉁이에서 개똥과 함께 사는 사람, 닥치는 대로 대출을 받고는 한밤중에 도망친 사람, 누군가가 술을 끊지 못해 붕괴된 가정, 짜증스러워 자식을 학대한 싱글맘, 사이 나쁜 시어머니를 죽여 버린 며느리, 그런 얘기들이 그저 무겁고 싫고 흉측하기만 하다고는 생각지 않게 되었다. -2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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