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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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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벌써 1년이다. 처음 사고가 났던 날을 떠올려본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업무 때문에 켜 놓았던 네이트온 속보로 사고 소식을 접했고 잠시 후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소름이 끼치는 오보인 '전원 구조' 뉴스까지가 그 날 밤 12시가 되기 전에 내가 접했던 세월호 소식의 전부였다. '전원 구조'오보를 마지막으로, 아 잘 해결 되었구나 하고 관심을 접었던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업무를 마치고, 저녁을 먹었고, 영화를 보았고, 책을 읽으며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그리고 잠자리에 눕기 전에 잠시 TV를 틀었다. 그런데 이미 12시간 전에 '잘' 마무리 되었다고 알고있었던 오전의 그 사고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왜? 왜? 전원 구조라고 하지 않았었나? 그리고- 나는, 우리는. 국가의 무능으로인해 꽃같은 생명들이 물 속에 가라앉아 사그러져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주는 폐색감. 내 생애, 처음으로 강렬하게 느껴본 폐색감이었다. 그리고 그 폐색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갑갑하게 내 목을 죄어왔다.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언론의 무책임하고 예의없는 포인트가 어긋난 보도는 계속되고, 정부의 무능과 정부의 몰염치함은 점자 우리들을 지치게 했다. 너무나도 강력한 폐색감이 주는 피로. 나는 그 피로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세월호를 외면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몇 서명운동에 이름 한자 보태는 것으로 외면하고있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에 면죄부를 주려 했었던 것 같다.


책을 받은지 한참이 지나고도 차마 책장을 열지 못하다가 서평단 서평 마감일이 가까워와사여 겨우 지하철에서 처음, 책을 펼쳐보았다. 몇 장 넘기지 않아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책을 덮었다. 아직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해결 된 것이 없는데 벌써 일년이 다 되어간다니. 이 시간의 벽에 나는 또, 갑갑해졌다. 이 폐색감이 과연 해소되는 날이 올까 싶다. 지나간 시간에 '만약'이라는 말이 얼마나 덧없는 단어인지 안다. 하지만, '만약에...'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건. 이 책을 읽고 유가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고는 절대 쓸 수 없다.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고로, 그것도 전대미문의 사고로 피붙이같은 자식을 잃고, 그리고 그 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언행으로 상처받은 그들의 마음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존재해야하는 이유,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엄마 아플 때 죽이라도 끓여주고 싶어 요리사가 되고싶다던 건우, 의사가 되어 선교와 봉사활동을 하고싶다던 미지, 장학금으로 부모님 결혼 20주년 여행을 보내주었던 선생님이 꿈이었던 승희, 아버지와 둘만의 생활이었지만 누구보다 더 행복하게 아버지와 이곳 저곳에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소연이. 책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해서 국어선생님이 꿈이었던 호성이, 친구들과 게임, 여행을 좋아했던 창현이, 스튜어디스가 되고싶어했던 예쁜 지성이, 음악을 좋아하던 잘 웃던 아이 수현이, 예쁘게 돋보이는 걸 좋아했던 연예인이 되고싶었던 채원이. 공부도 잘하고 똑부러지게 미래계획도 세우던 준우, 조향사가 되고싶어했던 세희, 어른스럽게 어려운 집안에 중심역할을 해 주었던 다영이, 어린 동생들을 잘 돌봐주던 다정다감했던 제훈이.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다른 모든 희생자들에게 담겨져있을 삶, 그리고 이야기. 이 이야기를 읽고난다음엔 절대로 그 누구도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피곤하다, 지겹다'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아직 '그만'해서는 안 되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이며, '피곤하고 지겨워'서는 안 되는 우리의 삶 바로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이다. 



엄마들이 먼저 깨어 있어야지. 내 자식 내가 그렇게 키워야지.

'내 자식만 잘살면 돼'라는 마음으로 아이들 키워서는 진상규명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고 봐요. 지금부터 그렇게 키우면 

오래 걸리겠지만, 어쩌면 내가 죽기 전에 그런 모습을 못 보게 돼도

그렇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2학년 4반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노선자 씨 이야기

누구는 진실을 밝히는 게 뭐 중요하냐. 앞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라고 하는데,

썩은 데가 있으면 그곳을 파내고 새 살이 돋아나게 해야 하는데 그냥 두고 새 살이 돋길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돼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하고 의문만 남기는 법이라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어요.

그때가서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냐고.

안전에 대해서도 자기들 일이라고 생각을 못하는 거야. 내 자식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 못 해.

간담회 가면, 내가 우리 자식 물에 빠져 죽지 않게 하려고 수영 가르쳤다고 그런 얘길 해요.

한게 그게 개인이 노력해서 수영 잘해서 될 게 아니잖아.

왜 법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말하는거지.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 자식 일이라고 생각 안해요.

소를 잃어본 사람이 외양간을 고치지, 소가 멀쩡하게 있는 사람은 모르더라고.

- 2학년 9반 임세희 학생의 아버지 임종호 씨 이야기


김혜리 기자님께서 영화 <한공주>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서로의 아이를 지켜줘야 하거든요. 내 아이만 지켜서는 다 못지켜요. 아이들의 그 긴 인생동안.",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죠."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노선자씨 이야기, 임세희 학생의 아버지 임종호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김혜리 기자님의 그 단호한 목소리가 함께 떠올랐다. 우리가 진상규명을 반드시 해야하는 이유. 그것은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서도,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 하나의 이유.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위해서도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내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리고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세월호를. 지겨워 해서도, 피곤해 해서도 안되는 것이 아닐까. 본인의 일이 아닌 어떤 이야기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슬프고, 눈물이 나는 일이 조금은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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