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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0
김지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평점 :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기대가 되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은 열여섯, 중학교 3학년 여자아이 다섯 명에 대한 이야기가 차례대로, 그리고 절묘한 솜씨로 엮인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예은은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 보민은 달콤-먹는 것-한 디저트와 관련된 이야기, 종희는 가족, 특히 아빠에 대한 이야기, 시래는 재미없는 현실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은 보민과 관계가 깊은 유리의 이야기다.
우선은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글이 유려하고 재미있다. 소재들도 청소년들이 한 번씩쯤은 고민해볼법한 것들로 남자친구, 다이어트, 꿈, 재미없는 현실, 가족관계에 대한 고민 등이다. 나는 특히 시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는데 사는 게 따분해 죽겠는데 다들 이 현실을 어떻게 어렵지 않게 살아가는지, 나만 이렇게 괴로운 건지 고민하는 시래의 모습이 내 십대 모습과 많이 겹쳐졌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건 유리의 이야기였다. 부모님 대신 자신을 맡아 키워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유리는 할머니가 자신을 맡은 마음이 애정이었는지 알 수 없다고, 그저 거두어야 할 '어린 짐승'에 대한 책임감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마음의 부담감이라든가, 사람 등으로 쓰였다면 조금이나마 할머니가 손녀에 대한 일말의 정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한데 유리의 언어로는 자신이 '어린 짐승'이라 표현된다. 그만큼 할머니에게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같아서, 지나온 유리의 삶이 얼마나 삭막했을지 느껴지는 듯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예은의 이야기다. 아무리 요즘 세대가 예전보다 자유롭다지만, 열여섯은 중학생이다. 해당 소재가 중학생에게 쓰여서 이런 결말을 맺어도 좋을 만한 것인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작가든 출판사든). 예은의 이야기에서 아픈 것은 아픈 것이고 '처음의 좋은 것은 가져가자'인데, 소설은 허구의 세계이며 모든 것은 작가의 마음대로 다행스럽게 아무런 책임 없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내가 좋은 걸 좋은 것 삼아 넘어가고자 한다고 해서 아무런 책임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잘 쓰인 이야기에 쓰인 메시지를 보고 청소년들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까 개인적으로는 염려가 된다.
하지만 해당 부분만 제외하면 책은 좋았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잘 읽힌다. 그들이 보여주는 우정도 푸른빛으로 맑고, 청소년이 읽으며 공감할 법하며, 어른들이 읽으며 과거의 자신에게 공감해주기에도 좋은 한 권이니까. 하지만 주변 십대에게 추천해주라고 한다면 솔직히 예은 에피소드 때문에 어떨지 모르겠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