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닉네임의 의미는? 제 닉네임의 의미,온라인의 우리 이름,닉네임

수양이라는 닉네임은 내 원불교 법명이다. 예전에 썼던 일기를 훑어보면 원불교가 언급된 부분이 몇몇 나온다.

최근에 나는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모든 것이 허망하게 끝나버렸다는 기분과 그에 따른 상당한 좌절감 때문에 외부의 절대적인 무언가에 마음을 의탁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수련단체를 기웃거리고 친구네 교회에 따라가 예배를 드리고 낯선 성당에 홀로 찾아가 미사에 참석했던 최근의 행보가 기실은 모두 그런 사정 때문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 종교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궁극에 다가가는 매개일 뿐이라는 생각은 여전하고, 내가 택한 원불교라는 종교가 훗날 훌륭한 매개였기를 바랄 뿐이다. -09년 1월의 일기 中에서

내가 여전히 교당에 다니고 있는지 아버지가 궁금해 하셔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원불교라는 종교의 교리나 사상은 대단히 마음에 들지만 이 종교 단체 역시 기독교를 비롯한 여타 대중 종교 단체의 속물적인 속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교전을 밑줄 치며 읽으면 읽었지 교당에 지속적으로 출석해서 교인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종교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당에 발걸음을 끊게 되었다. -09년 12월의 일기 中에서 

일기를 읽어보면 내가 얼마나 인격 수양이 안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힘들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가서 한없이 위로받다가 마음이 편해지니 시시한 사람들이라고 경멸하는 심경 변화가 지난 일기에 고스란히 베여있지 않나. 내가 수양이 안 되어있는 것을 대번에 간파하고 친히 수양이라는 법명을 지어주신 걸 보면, 교무님은 아마도 엄청난 영적 수련을 쌓으신 모양이다. 수양 좀 하라고 수양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시커먼 속내를 죄다 들킨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하다. 그러면서도 역시 교당에는 별로 가고 싶지가 않다.

어렸을 때 본 후레쉬맨이라는 만화영화에서는 매 회마다 대원들이 괴물과 싸워 이긴 다음 언제나 기지로 전원 집합해서 다 같이 깔깔대는 것으로 결말이 나곤 했는데, 교당 사람들의 분위기가 후레쉬맨 결말부랑 상당히 비슷하다. 정말이지 교당 사람들은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지구상에 출몰하는 괴물이란 괴물은 모조리 처단하고 돌아온 후레쉬맨들처럼. 이게 내가 교당에 별로 나가고 싶지 않은 이유, 라고 하면 순 거짓말이고, 솔직히 요새는 좀 살 만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