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 들끓는 날벌레 속에서 어찌나 당당하고 건장하게 피었던지. 화병에 담긴 그 어떤 꽃에서도 감지할 수 없던, 소리 없이 포효하는 기운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 개정보급판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반부는 강제수용소에서의 개인적 체험, 후반부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정립한 로고테라피 이론의 소개로 이루어져 있다. 인상 깊은 것은 저자가 소위 환경결정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그 어떤 극한의 억압적 환경 속에서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자유의지, 즉 인간에게는 언제나 주체적 선택의 자유가 있음을 부단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아내와 부모를 잃고 여러 수용소를 전전하다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저자의 이력을 감안할 때 이러한 주장이 갖는 깊이와 울림, 그 호소력은 상당하다.

주체적 선택의 자유에 앞서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삶의 의미와 목적이란 결코 항구적인 것도, 추상적으로 접근할 만한 어떤 것도 아니다. 대단히 구체적이고 개별적이며,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기도 한, 어디까지나 당사자 스스로 강구해 나가야 하는 실존적 주제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끊임없는 상기와 믿음이 자신을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게 한 힘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저자가 꼽고 있는 세가지 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둘째,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선, 진리, 아름다움, 자연과 문화의 향유)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사랑의 체험). 셋째,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첫 번째는 창조적인 일을 통해 가치를 실현하는 적극적인 삶이다. 두 번째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극적인 삶이다. 비교 우위를 논할 수 없는, 둘 모두 개별적인 삶 속에서 인간이 이룰 수 있는 훌륭한 성취이다.

하지만 저자가 단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창조와 즐거움이라는 두 기회가 모두 절멸했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세 번째 길이다. 인간이 시련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자신의 내적 태도를 스스로 결정할 수는 있다. 시련에서 의미를 구할 것인가, 그러니까 자신의 시련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듦으로써 외형적인 운명을 초월해 자신의 존재를 높일 것인가. 아니면 시련과 함께 휩쓸려 갈 것인가. 고귀할 것인가 추락할 것인가. 주체적 선택의 자유는 여기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입] 말러 & 프로코피예프 : 교향곡 1번 & 피아노 협주곡 3번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외 / euroarts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일전에 베르비에 페스티벌 실황 녹음이었던 유자왕의 멘델스존 6중주가 참 좋길래 그 뒤로 유튜브에서 유자왕 연주를 계속 찾아보던 중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 영상을 발견했다. 아쉽게도 알라딘으로는 옮겨올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아마도 이 DVD에 실린 게 바로 그 영상 아닐까 싶다. 이걸 사지는 않았다. 나로서는 프로코피예프고 말러고 도저히 자주 꺼내 들을 것 같지가 않어.

하지만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잊히지가 않는다. 아니 잊히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보면 볼수록 홀려든다. 긴장 어린 불협화음과 서정성이 묘하게 공존하는 프로코피예프의 장쾌한 음악과 신의 경지에 오른 연주자의 현란한 손놀림에 완전히 홀려들어 몇 번이고 돌려보게 된다. 사지도 않은 DVD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이유다.

어쩜 이 피아니스트는 이름도 유자왕일까. 의상이 과하다든가 깊이는 없이 테크닉만 뛰어나다고 야박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이 영상을 보게 되면 참회하게 될 것이다. 옷이야 웨딩드레스를 입든 거적대기를 입든 무슨 상관이랴. 입는 사람 마음에 들고 연주하는 데 방해만 안 된다면. 폭풍으로 치닫는 1악장을 혼신의 힘으로 통과하고 나서, 작은 한숨과 함께 문득 동의를 구하듯 조심스레 지휘자를 올려다 보는 이이의 표정은 음악만큼이나 감동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입]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0, 21, 25 & 27번
프리드리히 굴다 (Friedrich Gulda) 연주, 클라우디오 아바도 (Cladio A / DG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좋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입] 슈베르트 : 남성 합창단을 위한 노래들
TELARC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좋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