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어느새 달력 한 장이 외로이 남은 12월이다. 이제 눈도 제법 쌓였던데, 이런 날에는 어디 나가지 않고 따뜻한 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엎드려 귤을 까먹으면서 책장을 넘기는 게 제맛. 오랜만에 조금 여유 있는 마음으로, 어떤 책과 함께 하면 이 겨울이 좀 더 따뜻할까 생각하며 새로 나온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1. 독재자 / 김창규 외 / 뿔(웅진) 

 개인적으로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은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더 이상 그리 적극적으로 찾지는 않지만, 추리물이든 로맨스든 판타지든 무협이든 손에 잡히는 장르문학들을 즐겁게 읽어나간다. 그런 나도 조금은 껄끄럽게 여기는 장르가 있으니 바로 SF다. 번역서를 즐기지 않는 탓도 있지만 '과학'이라는 것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까닭도 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SF계의 고전-명작들을 읽어나가다 보니 '먼 훗날, 거기'의 일로 '지금, 여기'를 그려내는 건 여느 소설과 다르지 않더라. 한동안 지속될 이 흥미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달까.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손이 가게 만드는 제목이니 더더욱.

2. 나라의 심장부에서 / 존 쿳시 / 문학동네 

 노벨상에 크게 관심이 없는지라 작가에 대해서도 책 소개를 보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대신 내가 끌린 건 남아프리카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실 동경의 땅, 혹은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꼽히는 유럽이나 여타의 '선진국'들과 달리 아프리카는 여전히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으니까.
 또 한 가지, 나를 끌어당긴 건 '식민주의자', 그것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식민주의자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우리 역시도 식민지로서의 역사가 있기에 무심코 넘어갈 수가 없었던. 몇년 전 유행했던 우리 안의 파시즘이나 민족주의-탈민족주의 담론들에 관심이 있었기에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3. 잭 스토크스의 아내 / 케이 기본스 / 작가정신 

 날씨는 춥고, 손끝은 시려온다. 이런 계절이니만큼 사랑 이야기가 그립다. '사랑과 상실'이라는 소개 문구가, 첫 장부터 '죽음'을 얘기하는 소개 글이 끝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하지만, 사실 이야기의 줄거리를 알자고 소설을 읽는 건 아니지 않은가. 또, 이미 사랑이 늘상 좋아 죽겠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마냥 따뜻하고 달달하지만은 않아도 손을 잡아줄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4. 녹턴 / 가즈오 이시구로 / 민음사 

 나날이 밤은 길어져 간다. 그 때문일까? 쇼팽의 녹턴을 자주 듣게 되는 요즘, 무엇보다도 책 제목이 반가웠다. '저녁이나 밤에 어울리는 감정을 나타내는 몽상적인 성격의 작품'이라니 夜想曲에 어울리기도 하고, '사랑과 세월에 관한 다섯 편의 이야기'라니 역시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 끌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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