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 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삶과 이야기 3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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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과연 침착함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을까?


주기적으로 대학병원에 갈 때면 참 아픈 사람들을 많이 본다.

병원에 들어가는 정문이 응급실과 붙어있어서 한번씩은 구급차에 실려온 사람들이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종종 본다.

언제 한번은 사고가 크게 났는지 급하게 두 명의 환자들이 CPR을 받으며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는데 그런 장면들을 볼 때면 괜스레 마음이 좋질 않다.

병원에 들어갈 때면 병원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가 있다.

단순하게 치료받고 수술하러 잠시 머무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에 암, 백혈병 등을 선고받고 눌러앉은 사람들도 있다.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는 저자의 유방암 투병일지를 기록한 책이다.

유방암은 여성암 1위이기도 하는데 그 원인이 다양해 젊은 여성들도 노출될 수 있다.

저자 또한 피하지 못하였다. 서른 두살의 나이에 암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마냥 주저앉으려고 했던 저자가 아니었고 평소 그녀가 가진 용기와 노력들, 긍정적인 가치관이 있었기에 이를 잘 극복해냈으며 그 기운을 전달하고자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 니콜 슈타우딩거는 독일의 한 출판사에서 남부럽잖은 연봉을 받으며 오래 일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당차게 사표를 던졌다.

이후, 자신의 장기를 살려 커뮤니케이션 강사로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고 청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공 가도의 초입에 서게 된다.

그렇게 인생의 제 2막이 오른 순간 찾아온 것이 유방암이었다. 그녀의 나이 고작 서른둘이었다.




아, 네…… 암이네요


날이 어떻게 저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막스와 함께 큰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고, 그날 밤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이게 다 악몽이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결코 꿈이 아니었다. 난 암에 걸렸다. 왜 하필 나지?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다음 날, 퉁퉁 부은 눈으로 진료실에 들어선 저자, 의사는 그런 그녀를 보며 검사 결과 예쁜 암이라며 그녀의 손을 잡아 천장을 향해 높이 들어올리며 치료 잘 받으면 기대수명이 여기에 있을 것이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친절한 간호사의 말은 그녀의 작은 희망의 불꽃을 타오르게 했다.

"암은 저희가 치료할 수 있어요. 하지만 환자분의 마음은 어떻게 해드릴 수 없답니다. 환자분은 열심히 하세요. 암은 저희가 없애드리겠습니다. 아셨죠?"



엄마가 아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더더욱 살고 싶어진다.

저자에게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아이, 막스가 있었다. 여섯 살이기에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는 아니었다.

막스의 유치원에도 숨길 수는 없기에 저자는 선생님께 가서 얘기하게 된다

그 때, 유치원 원장 선생님은 그녀에게 충고한다, 막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엄마가 울 때, 눈에 뭐 들어갔다는 거짓말이 아닌  아이에게 왜 엄마가 우는지에 대해 정확히 말해야 한다고.

이후, 막스는 매일같이 엄마에게 달려와 가슴이 어떤지 물었다고 한다.



쇼트커트


화학 요법을 시작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머리가 빠진다고 한다.

2년 동안 투자했던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발 머리는 이제 잘라야 한다.

"왕창 잘라주세요."

미용사는 자신의 엄마 또한 유방암 진단을 받아 양쪽 가슴을 다 절제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나았다며 그녀를 위로했다.



'전이'라는 두려움


"전이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99퍼센트입니다."

이미 걸린 암이면 완치만을 목표로 달려 나가면 된다.

암 환자들이 극도로 두려워하고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전이'와 '재발'이다.

저자 또한 병을 앓고 있으면서 전이가 될까싶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한다.

검사 결과, 다행히 전이된 것 없이 이전 진단 그대로이기에 10키로 무게의 짐을 부린 듯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주 수술까지 푹 쉴 것을 다짐한다.




지금까지 짤막하게 써낸 줄거리는 그녀가 암 선고 받았을 때부터의 초반 심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후 그녀가 투병 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여느 암 환자들의 일상을 볼 수 있어 그들의 아픔을 다 헤아릴 순 없어도 그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문득, 이 책을 읽고나니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 중 【풀빵엄마】 편이 자연스레 생각났다.

언제나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깊은, 똑부러지고 예쁜 은서와 그저 해맑고, 웃음이 참 예쁜 홍연이.

소아마비로 인해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두 아이를 위해 엄마 최정미씨는 언제나처럼 힘을 내어 풀빵을 팔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런 그녀에게 위암 2기라는 판정이 내려지고 그 투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는데 마음 아프게도 돌아가셨다.

그 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단편적인 부분만 방송에 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었다.

몸에 혹이 생겼다해도, 그 혹이 암이라 할지라도 모두가 간단하게 수술로만 제거했으면 좋겠는데, 일부는 수술도 받고 항암치료도 힘겹게 받아야 하니 참 마음이 좋질 않다.

몇 년전, 엄마의 유방암 검사를 따라갔다가 암 가능성을 두고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여기저기 병원을 알아봐서 모시고 다녔었다.

물론, 다행히 암은 아니어서 가슴을 쓸어내렸고 그 때부터 미리미리 예방차원에서 암에 좋다는 건 찾아보게 되었다.

이후, 정기검진이 다가올 때면 미리 시간을 빼 항상 엄마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오는데 그 때마다 암 병동 센터에 들르게 된다.

마음이 아파 망설여지는데 작년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검사를 끝내고 엄마와 진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언니일 수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분이 진료실에서 나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는데 일순간 엄마와 눈이 마주쳤고 절로 고개가 푹 숙여졌었다.

남편으로 보이시는 분이 다가오니 여성분께서 '나 어떡해...'라는 말과 함께 눈물만 흘리셨는데 이후 엄마 차례가 와 진료실로 들어갔었다.

진료를 끝내고 나와보니 이미 가고 안 계셨는데 울먹거리는, 떨리는 그 목소리가 내내 귓가에서 맴돌았다.


이후, 책에서 볼 수 있지만 저자는 암세포에게 '카를'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며 모든 것을 재미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말의 무게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듯, 제목 그대로 저자는 자신에게 있어서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행복하고 긍정적이게 받아들이려고 했다.

육체적은 물론 정신적으로까지의 아픔을 솔직하고 따뜻하게 고백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순탄하게 흘러가지도 않는 것이 인생이고 언제라도 예기치 않은 일들이 닥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기에, 미리미리 마음 곳곳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잘 다져놓는 연습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과거의 나'가 '오늘의 나'를 만들 듯,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들을 되새기며 오늘 그리고 내일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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