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나는 한 사람이 상상의 사실을 지각 가능한 사실로 바꾸었을 때 마침내 모든 사람이 그것을 기초로 자신의 삶을 세울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2년 2개월 2일 동안, 저자가 월든 호숫가의 조그만 오두막에서 지내게 된다.

조그만 오두막에 지내면서 삶을 돌이켜보며 열여덟가지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읽다보니 문득 일전에 읽은 『산의 역사』가 떠올랐다.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자신을 ‘신비주의자, 초절주의자, 자연철학자’로 묘사한 소로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단순하고 금욕적인 삶에 대한 선호, 사회와 정부에 대한 개인의 저항 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형과 함께 사립학교를 열어 잠시 교사 생활을 한 뒤 목수, 석공, 조경, 토지측량, 강연에 이르기까지 시간제로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산책하고 독서하고 글 쓰는 데 할애하며 보냈다. 그러다가 1845년 3월부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기 시작하여, 같은 해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그곳에서 홀로 지냈다. '숲속의 생활'(Life in the Woods)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는 『월든』(Walden)은 바로 월든 호숫가에서 보낸 2년의 삶을 소로우 자신이 기록한 책이다.



살면서, 삶의 부조리에 대해 마주하다 보니 그로 인해 '허탈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편의성은 좋아지는 것이 분명한데 어째서 사는 게 더 힘들어지는 것일까.

『월든』은 현실과 맞물려 읽기 좋은 책으로, 각 주제에 맞춰 읽다보면 과거로, 태초로 혹은 자연과 함께 하는 삶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휴식 겸 요양차 갔던 강원도 혹은 제주도의 생활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량하게 놀았던 것은 아니다. 일도, 자기계발도 모조리 들고갔지만 굳이 서울과 달랐던 점을 꼽자면 자연과 함께 하였고 말그대로 '리틀 포레스트' 생활의 연속이었다.

혹시 자연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꼭 새와 같은 짐승 소리가 아니어도 자연 특유의 소리가 있다.

해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등을 포함하여 바람에 스치는 나무가 내는 소리, 꽃잎에 맺혀있는 이슬 소리와 같은, 절대적으로 조용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그런 소리가 항상 아침을 깨우는 알람 소리였다.

내가 특히 강원도 외할머니집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닝콜을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자연 소리에 자연스레 눈을 뜨게 된다. 창문을 열어 맑은 공기 한 점 들이마시면 충분히 맑은 정신으로 깨어난다.

커튼을 치면 뒤로는 성산일출볼이, 앞으로는 제주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기분 좋은 추억을 안고 올해 한 달 살기를 고려했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결국 그 바람은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자연과 함께 하다 보면 숨 쉴 틈이 생겨서, 그래서 좋은가보다.



측벽에는 돌을 쌓지 않고 경사진 그대로 두었지만, 그곳까지는 해가 들지 않기 때문에 모래가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일을 하는 데는 겨우 2시간이 걸렸다. 나는 이렇게 땅을 파는 일에 즐거움을 느꼈는데, 그것은 어느 지방에서든 땅속을 파고 들어가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호숫가에서 지냈던 작은 오두막도 저자 스스로의 수고와 노력이 들어간 것이었다.

엄청난 힘듦과 수고가 있어도 저자는 굉장하고도 값진, 잊을 수 없다고 덧붙인다.

새와 비교하자면, 사람이 본인 집을 지을 때도 새가 둥지를 만드는 것처럼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새는 직접 나뭇가지를 날라 둥지를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집 짓는 즐거움을 모두 목수에게 넘긴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집 짓는 수고와 시간 그리고 노력을 투자하려면 많은 것들이 따를테니깐.

문득 이 부분을 읽고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모델 송 경아님이다.

이전에 패션지에서 송경아집에 대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외장하드에 아직도 있나 찾아보니 당시 다운받았던 영상이 있어 다시 보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그녀의 손길이 안 간 곳이 없었다.

직접 타일을 붙이고, 직접 벽돌을 깨 벽난로를 만들고. 거실, 방 외에 현관, 욕실까지 세세하게 꾸며진 인테리어에 감탄이 절로 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더 신경써서 꾸미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에 정말 공감했다.

개인적으로, 나도 내 집 리모델링이 꿈이라 예전부터 인테리어 관련 스크랩북도 만들어놓고 있었고 마음에 드는 타일이나 벽지도 사진으로 남겨놓기도 한다.

지금의 청년들에게 있어서 '내 집 마련'은 정말 꿈이 되어버린 것 같다.

가뜩이나 좁기도 좁은 대한민국이지만 돈 많은 부유층들이 셀 수 없이 집을 사들여 갖고 있는 통에 '집'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몇 년전,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한 변호사가 부당 수임료를 받으며 오피스텔 123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그게 몇 년전이긴 하지만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을 것 같다.



책은 세계의 소중한 재산이며 세대와 민족의 온당한 유산이다.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그곳 선반에는 가장 오래되고 훌륭한 서적들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게 마련이다. 책은 스스로를 위해 아무런 변호도 하지 않지만, 그것이 독자를 계발시키고 고무시키는 한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분간 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독서도, 휴대폰도 만지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무것도' 안 하는 삶을 지내기 위해 노력중인데 독서할 책도 대거 줄였다.

노트북과 휴대폰을 멀리하는 대신, 그 시간에 책을 조금이라도 더 보며 그렇게 지내고 있다.

요즘은 그렇게 '자연'이 고프다.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에 잠시나마 쉬러 가고 싶은데 그것마저 못 하니 조금 답답하기는 하다.

이전에 읽었던 책이었지만 뭔가 나름의 위로를 받고자 다시 재독하니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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