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 유전체 의학의 불씨를 당기다
마크 존슨.케이틀린 갤러 지음, 금창원 외 옮김, 서정선 감수 / Mid(엠아이디)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아마도 사람들이 유전체 의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 검사 후 유방암 예방을 위해 유방절제 수술을 받은 때부터라고 생각된다.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들여 인류의 유전자를 해독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유전체 의학의 연구가 시작된 지도 1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아는 큰 성과는 없는 듯하다. 오히려, <인체특허 표류기>같은 책을 보면 훗날 대박이 날 것을 기대하는 특허경쟁이 일어나면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인류의 건강을 추구하는 노력이 오히려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생기는 것이 최근의 유전체의학을 보는 보통 사람들의 시각이 아닌가한다.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로 큰 홍역을 겪은 바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조금 주춤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현실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의학분야는 아니지만, 최근에 출간된 스반테 페보의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를 보면 예전에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해독하는 등,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는 이러한 유전체 의학이 생명을 구한 첫 번째 사례가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는 두 가지의 축으로 진행되는데, 위스콘신 의과대학에서 유전체 의학을 임상의학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워드 제이콥의 이야기와 함께, 면역계의 질환으로 음식물을 섭취하면 내장기관에 누공이 생기는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닉 볼커와 자신의 아이를 살리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어머니 애밀린의 이야기이다. 유전체 의학을 연구하고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하워드 제이콥의 이야기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이 정리가 풀리기 위한 수학의 역사와 이를 풀기 위해 모든 것을 받치는 앤드류 와일즈의 이야기와 닮았고, 아들을 살리기 위한 애밀린의 노력은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위해 스스로 의학공부를 하는 부모의 이야기인 <로젠조 오일>을 연상시킨다.

 

이미 성공사례임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불가사의한 닉의 증상을 알게 된 후 어떻게 치료가 가능했을지 궁금하여 닉의 현재의 모습을 인터넷 검색을 살펴보고 현재의 건강한 개구쟁이의 모습을 보고 큰 감동과 함께 의료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책을 계속 읽어 나갔다.

 

사실 유전자 검사는 병의 원인을 찾는 수단일 뿐, 치료법은 아니다. 닉 볼커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유전자 검사 이전에도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아서 다시 면역체계를 리셋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유전체 검사를 통해 골수이식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식수술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면에서 유전체 의학의 성과라고 보는 것이다.

 

지난달 30, 전북 전주시에서 2살 아이와 할머니가 중상을 당했으나, 13개 병원의 치료거부로 치료가 늦어지다 결국 둘 다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병원 중 6곳은 중증외상환자를 다루는 권역외상센터로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현실 의료기관의 모습은 이러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계획보다 5년을 앞당겨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환자치료에 활용하려고 시도하는 모습, 최선의 유전자 검사도 겨우 10~20퍼센트의 경우에만 진단을 성공하는 확률이었지만 환자를 아무 희망 없이 놔두는 것보다 한 번 시도해보자고 마음먹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과학을 하는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으로 과학을 한다는 말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의료현실도 사람들의 생명을 좀 더 소중히 여기게 되길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물론 의료진을 비롯한 다른 분들께도 감사드려야겠지만) 이 책에 기술된 상상을 초월하는 증상과 고통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잘 이겨낸 닉 볼커 어린이에게 그 고통을 잘 이겨내 주고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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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12-23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6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