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늘푸른식 프리다 칼로 명세서>

 

 





  지난 목요일 KBS에서 우연하게도 
TV 책을 말하다 <프리다 and 디에고 리베다>에 대한 내용을 접했다. 그 프로가 <프리다 칼로>를 읽고 있던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또한 티비 프로를 보면서 디에고의 벽화를 직접 멕시코에서 디트로이트에서 만나보고 싶었고, 코요야칸의 파란색 담장 집, 지금은 프리다 칼로 박물관이 된 그 아름다운 집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앞으로 나의 소망사항으로 추가했다. 


  초현실적인 일기장을 써 온 그녀 프리다. 그러나 화단에서는 퇴폐적이고 유럽적인 초현실주의자가 아니라며 맹렬하게 부인한 그녀. 그래. 그녀는 '현실'에 깊게 뿌리박은 화가이며  특출하게 사실적인 화가였지. 그녀의 수많은 자화상들이... 역사상 출산을 다룬 이미지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것의 하나인 나의 탄생이... 그림 속에서 위로 받을 수 있는 가면이... 자신의 상처를 표현한 작은 사슴이...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려졌던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정체가 탄로 난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꿰뚫어 보는 듯한 노골적인 시선. 기뻐서, 혹은 부조리한 고통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두 가지 웃음. 그녀의 생애는 재미가 넘치며 매혹적이고 비극으로 끝을 맺는 피츠제럴드의 단편처럼 흥미진진하다. 정치 영웅이자 혁명 투사로, 고통받는 여성, 학대받는 아내, 아이 없는 여인, '멕시코의 오필리아'. 공작이 날개를 펼치듯 자신의 환희를 과시했지만, 그것은 깊은 슬픔과 내면세계, 자신만의 강박 관념을 감추기 위한 눈가림이었다. 디에고의 요구나 그의 강력한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였던 파란색 담장의 코요아칸 집. 그곳은 어쩌면 가장 프리다를 닮아있던 푸른 날개를 가진 자유새의 이미지로 내게 각인됐다.


  철학은 인간을 사려 깊게 하고 책임감을 갖게 한다고 가르친 기예르모 칼로의 딸이지만 혁명의 딸로 불리기를 더 희망했던 프리다. 카추차 회원으로서 누가 더 좋은 책을 찾아내는지, 그 책을 누가 먼저 읽는지 경쟁하며, 각색해서 연기했던 프리다. 엄청난 독서광이었지만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았으며, 지루하거나 수업 준비를 안 해 오는 교사의 강의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할 정도의 '당참'이 돋보인 프리다.


  자기 생각을 물 흐르듯 유창하게 표현하는 친구, 대화는 하나의 예술이며 대화 사이사이에 적당히 침묵을 지키면서 언제나 듣는 이를 사로잡았던 알레한드로를 사랑했던 프리다. 끔찍한 교통사고로 일생동안 32번의 외과수술을 받아야 했던 그녀는 부모님께 안겨 준 충격이 마흔 군데에 상처가 나는 것보다 더 아프다고 했지. 자신의 자화상은 대부분의 경우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마술 부적이며 심리적 외과수술과 같은 것이었겠지.


  나를 그린 것은 혼자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소재가 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유일하게 잉태했던 화가 프리다. 자신의 그림을 생산하는 생물적 기능을 수행하는 인간이라고 했던 개구리 왕자 디에고를 사랑하게 되므로 행복했으며 동시에 불행했던 프리다. 너무나도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고 불행에 유연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비탄에 잠겨 있지만은 않았던 그녀.


  스스로를 낳은 사람, 자기의 삶으로 가장 멋진 시를 쓴 사람, 바로 그녀 프리다. 멕시코의 '국보급 커플'이며 '신성한 괴물들'로 기억된 코끼리(디에고)와 비둘기(프리다). 그 둘의 대화에는 아이러니와 유쾌함, 블랙 유머가 한데 녹아들어 있었으며 부르주아 도덕률을 거부했고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회주의적 사실주의'가 담겨 있었지. 혁명적인 삶의 의미와 진정한 색채 감각을 동시에 가르쳐 준 스승, 디에고를 가장 사랑했던 프리다. 알레한드로가 프리다를 꽃으로 감쌌다면, 디에고는 그녀를 진짜로 감싸 안아준 남자였다. 프리다의 일생 동안 두 번의 중대한 사고, 하나는 전차 사고였고 다른 하나는 디에고. 강하고 독립적인 여자들을 좋아한 '멕시코의 레닌' 디에고는 그녀를 위해 자동차 문을 열어 주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세계로 나가는 문을 열어 주었다. 테우아나 의상을 입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낸 프리다는 카우보이 모자에 꽂힌 공작 깃털 같은 장신구처럼 완벽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디에고에게 해주었다.


  요염하게 보이기 위해, 아니 자신의 상처와 불편한 다리를 숨기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녀는 평생동안 삶에 대한 사랑의 확인을 함과 동시에 고통과 죽음에 대한 자각을 했다.


  로맨티시스트이며 휴머니스트인 엘로에서 박사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로 자신의 일상을 잔잔하게 고백하는 글을 통해 그녀의 고통과 기쁨이 담긴 일상이 유화처럼 펼쳐졌다.


  멕시코가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은 대지와 인디언의 무한한 아름다움뿐인데 추악한 미국은 날마다 멕시코를 한 조각씩 훔쳐 가고 있다고 했던 그녀. 산앙헬 분홍색 집에 사는 리베라와는 달리 자만심을 경멸하고 어떤 식으로든 '굵은 똥'이 되는 것에 관심이 없던 파란색 집의 그녀. 리베라 부부가 살고 있던 두 채의 집과 이 두 집을 연결하는 다리는 상호 독립적인 동시에 상호 의존적인 그들의 독특한 관계를 상징했다.


  여자를 사랑하면 할수록 상처를 주고 싶어했던 디에고의 못된 성격의 희생자였던 프리다.
'웃음'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다던 그녀의 웃음은 정말 깊이가 있고 전염성이 강했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운명에 복종하는 수동적인 여성이 아니라, 관람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여성이다. 자기의 개인적 고통을 의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람객 또한 그것을 의식하게 만들었다. 특별한 윤기와 신랄한 재치가 담긴 비속어를 잘 썼던 그녀는, 사랑을 하고 목욕을 하고 다시 사랑을 하는 것이 자신의 인생관이라고 말했지. 늘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지만 자신을 가장 열렬히 사랑했던 그녀.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 사진작가 니콜라스 머레이, 시인 폴 엘뤼아르, 화가 막스 에른스트, 그녀를 만나는 순간부터 그녀가 떠나는 날까지 그녀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화가 피카소, 프리다의 그림에 감동한 나머지 모두가 지켜보는 전시장에서 순수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안아 올려 두 뺨과 이마에 키스했던 화가 칸딘스키. 가장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가졌던 에스파냐 망명객 화가 B. 프리다와 관계했던 여러 유명인사들 중 내가 아는 이름만 기억해 본다.


  독창적인 화가가 되고 싶어했던 그녀는 자신의 판타지에 양분을 제공하는 것이 외국의 '이즘'이나 학설 같은 것이 아니라 멕시코적 전통이라는 평판을 듣고 싶어했다. 미술학도들에게 자극을 주었을 뿐 미술을 가르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던 그녀는 학생들에게 비판과 칭찬의 파장을 조절하며 "여기는 색채가 좀 더 강해야 할 것 같다. 이것과 이것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썩 잘된 것 같지 않아. 나라면 이렇게 하겠어. 하지만 나는 나고 너는 너지. 내 생각은 하나의 의견일 뿐, 틀릴 수도 있어. 도움이 된다면 내 말대로 하고, 아니면 네 생각대로 해라."며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고 기꺼이 그들의 조언도 요구하고 수용했던 그녀의 스승상이 아름답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고독과 권태를 두려워하고 항상 유쾌함, 신랄한 수다, 야한 농담을 좋아했던 프리다. 그랬던 그녀의 이러한 표현이 내 가슴을 아리게 했다. "내가 디에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디에고와 사는 것이 또 얼마나 힘든지도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표현 방식은 너무 이상해서 그가 나를 사랑하는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나는 그가 나를 '자기 방식대로'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결혼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배고픔과 식욕'을 결합했다고." 내게 need와 want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디에고는 실토했다. "내가 그녀를 모르고 죽었다면 진짜 여자가 뭔지도 모르고 죽었을 거야!"  나는 그때서야 나의 생애에서 가장 멋진 부분이 프리다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마저도 독특했던 그녀의 모든 것! 그녀를 만나는 동안 내 속엔 끝없는 경이가 밀려오고 쓸려갔다. 그녀를 만났던 지난 20여일이야말로 내게는 아주 독특한 체험이었음을 알리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