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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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책이 시작되면 이름이 나온다. ‘등장인물을 먼저 소개하고 책 속으로 들어간다. 처음, 1권을 읽을 땐 등장인물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아니, 관삼이 없었고 굳이 이름을 외워야하는가에 회의를 느꼈다. 그런데 책의 절반쯤 넘어갈 때 이름 때문에 힘들어 졌다. 난 타인의 이름 외우는 것을 힘들어 한다. 이사를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종종 이름을 잊어 먹고 실례를 범한다. 이런 나에게 한국이름도 아닌 이탈리안 이름은 더더욱 힘들었다. 특히나 비슷한 이름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온다. 난 그 미묘한 차이를 분간하지 못하고 입속에서 맴돌다 지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2권으로 넘어오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더 많은 이름이 등장하는가 하면, 동일한 사람이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화자인 네루뿐 아니라 눈부신 친구인 릴라 역시 이름이 둘인데 결혼하면서 셋이 되었다. 극도의 혼란을 느꼈다. 하는 수 없이 책의 맨 앞쪽을 손으로 잡고 헤갈리는 이름이 나오면 돌아가 누군가를 확인했다. 그렇게 난 새로운 이름을 하나씩 익혀 나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름은 어렵다.

 

등장인물을 찬찬히 들여다보다 1권과 2권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1구권에서 화자의 친구인 릴라의 아버지 페르난도 체룰로는 단지 릴라의 아버지. 구두수선공으로 소개한다. 그런데 2권에서는 릴라의 아버지, 구도수선공이자 제화공, 릴라에게 초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소개한다. 책을 다 읽고 1권과 비교하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책의 이야기를 이미 소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은 그대로이나 이름의 의미는 다르다. 등장인물의 삶, 또는 밝혀진 생각과 삶의 맥락이 그들의 이름을 다르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다르게 표현할 뿐 아닐 중요한 인물은 길게 설명한다. 특히 화자인 엘레나 그레코1권에서 단지 그레코 가족의 장녀. 애칭은 레누차 또는 레누라고 한 것에 비해, 2권에서는 1권의 15배 정도의 긴 문장을 사용한다. 1권의 주인공이 전적으로 친구인 릴라였다면 2권은 단연코 화자인 네루, 즉 엘레나 그레코다. 그녀의 이름은 마지막 부분에서 소설을 쓰면서 등단하면서 확고하게 드러난다. 대신 결혼하면서 새로운 이름을 얻은 릴라는 카라치 부인에서 다시 이혼하면서 자신의 이름인 라파엘라 체룰로로 되돌아간다.

 

이름은 등장인물의 삶을 닮아있다. 아니 이름을 통해 그들의 삶이 다시 재정의 된다. ‘카라치 부인은 카라치에 종속된 존재이다. 그러나 다시 찾은 이름은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름은 존재만을 말하지 않는다. 이름이 부여한 부와 명예까지 따라간다. 릴라는 결혼 후 카라치 부인이 되지만, 그에 따라 부와 명예까지 따라간다. 마지막 이혼할 때 자신의 이름을 찾을 때, 그 모든 것을 잃고 다시 가난한 과거의 삶처럼 허름한 아파트로 들어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레누 주변엔 새로운 이름의 사람들이 함께 한다. 그 이름들은 촌스러운 나폴리를 벗어나 화려하고 품위 있는 피사에 있는 이름들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소설을 낸 레누는 결혼 하고서도 그 이름을 그대로 쓰겠다고 한다. 엄마가 왜냐고 묻자 레누는 이렇게 답한다.

엘레나 그레코라는 이름이 좋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인 독자간담회에 독설로 일관한 두꺼운 안경을 쓴 초로의 남성경멸하듯 비판하며 한 사람이 나타난다. 그의 이름은 릴라에게 강탈당하고, 사랑하단 말도 못한 채 잃어버린 이름. 바로 니노 사라토레였다. 3권에서는 등장인물이 어떻게 소개될까? 다음달에 3권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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