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싫어졌어! 


이틀 전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러 이철환의 <연탄길>을 구입했단. 구입할땐 몰랐는데 집에 와서 보니 한 권에 천원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냥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책이란 고유한 가치가 있어 가격이 책정되기 나름이기에 싸다고 무조건 좋은 건아니다. 좋은 책은 끊임없이 재판되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 때 시대를 점령했던 책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인터넷 알라딘에 들어와 책을 검색해보니 정말 책이 모두 절판되고 더이상 판매되지 않는다. 심지어 회원중고의 경우 3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거의 종이값만 받고 팔겠다는 말이다. 문화관광부 추천도서이고, TV에서 추천되어 수백만의 독자들이 읽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젠 시간이 흘러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남은 기억조차 흐릿해졌다. 당시는 불행히도 난 이 책을 읽지 못했다. 다만 그 유명세를 기억하며 나중에 읽어야지 속으로만 다짐했고, 오늘 그 약속을 지킨다. 연탄길 시리즈는 그 후로도 몇 권이 더 추가되었고, 어린이용으로도 계속 출간되었다. 



















책을 펼쳐 들고 읽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감동스럽다'는 표현이 적절한다. 가장 첫장에 나오는 청소부 아줌마의 이야기는 가슴뭉클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책이 싫어졌다. 청소부 아줌마에게 친절을 베푼 인간다움이 싫은 것이 아니다. 청소부 아줌마가 비상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점심을 먹어야하는 사회적 구조를 말하지 못하는 비겁함이 싫은 것이다. 거지에게 얼마의 자비를 베푸는 행위는 칭찬할만하나, 계속하여 거지를 양상하는 사회적 악에 침묵하는 이런 류의 책은 딱 질색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지 않는다거니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계속 읽을 것이고, 이런 류의 책도 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시적 자비에 함몰되어 거시적 안목으로 사회의 구조적인 악을 침묵한다면, 이런한 책은 '민중의 아편'일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