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다시 읽기


대부분의 로빈슨 크루소는 재편역 되었다. 나의 기억 속 로빈슨 크루소는 그야말로 생존게임의 승자였다. 무인도에 버려져 홀로 살아가는 즐거운 상상의 존재였다. 만화로 보았던 로빈슨 크루소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제작되었다. 그것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아이들에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알려주는 모험 이야기도 충분한 것이다. 시간과 날짜를 계산하고, 밭을 일구고 옷을 입고, 동물들과 친하게 지내는 법도 배운다. 그런데 혼자 있을 아프면 어떻하지. 살며시 걱정도 든다. 이런 정도의 소설로도 문학작품의 효과는 충분히 발휘한 셈이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쓰인 글이 박상준 박경수의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저자인 다니엘 디포가 현재의 어린이용 로빈슨 크루소를 읽었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원작을 아무렇게나 축소시키고 편역한 부분에 대해 격노할지도 모른다. 마치 호랑이에게서 이빨을 다 빼버린 경우랄까. 하여튼 그런 것이 된다. 원작을 읽지 못하면 호랑이의 이빨에 씹히는 두려움을 체험하 할 수 없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는 반드시 원작을 읽어 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원본으로 완역된 책들은 펭귄클래식에서 번역된 것이있고, 을유문화사에서 번역한 것 역시 번역이 깔끔하다. 루소는 에밀에서 어린이가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을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로 꼽은 것만 봐도 이 책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다. 


이중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은 홍종락이 번역한 책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영국의 청교도 혁명 이후 영국의 부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중상주의와 중산층의 부흥을 알려준다. 또한 장로교도 였던 다니엘 디포는 신앙적 관점에서 경건한 삶을 추구한 무인도의 삶을 보여 준다. 고독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찾고 구했던 저자의 자전적 관점에서 쓰여진 소설이기도 하다. 종교적 관점에서 세밀하게 기록된 책이 <로빈슨 크루소- 무인도에서 하나님을 찾는 이야기>다. 

















<로빈슨 크루소- 무인도에서 하나님을 찾는 이야기>의 일부


1651년 9월 1일, 런던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그런데 배가 강 하구를 나서자마자 바람이 일더니 파도가 무시무시하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바다에 나서 본 적이 없었던 터라 말도 못하게 심한 뱃멀미가 났고 완전히 겁에 질렸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심각하게 돌아보았다. 

‘하늘의 심판이야. 경솔하게 아버지 집을 떠났으니 당해도 싸지.’

아버지의 눈물을 멸시하고, 어머니의 간청을 무시하고, 내 의무를 저버린 일에 대해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폭풍은 점점 강해졌다. 바닷물은 엄청나게 높이 일어났고 파도가 하나 덮칠 때마다 그대로 우리를 삼켜 버릴 것만 같았다. 배가 파도의 골로 내려 갈 때에는 그대로 잠겨 버릴 듯했다.

마음이 괴로워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여기서 살려 주시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절대 배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했다. 진정으로 회개한 탕자처럼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리라 다짐했다.

그 생각은 폭풍이 치는 내내 계속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바람이 잔잔해지고 바다가 가라앉자 내 마음은 이내 달라졌다. 이윽고 근사한 저녁이 찾아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가르며 태양이 졌고 이튿날 아침 똑같은 모습으로 떠올랐다. 바람은 거의 없었고 바다는 잔잔했다. 햇살이 바다를 비추자 처음 보는 멋진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친구가 와서 말했다. 

“어젯밤 작은 돌풍 때문에 자네 겁먹었지, 아닌가?”

“작은 돌풍? 그건 끔찍한 폭풍이었어!”

그가 대답했다. 

“폭풍이라니! 그걸 폭풍이라 부른단 말인가? 그런 작은 돌풍은 아무것도 아니라네. 자, 한잔 하고 잊어버리세.”

나는 모든 선원들이 가는 길로 갔다. 술이 나왔고 마시고 취했다. 그리고 하룻밤의 방탕함과 함께 전날의 모든 회개와 결심도 잊어버렸다. 바닷물에 삼켜질 거라는 두려움은 사라졌고 이전의 욕구들이 다시 물밀듯 되돌아왔다.

구멍이 났다!

그러나 내 앞에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님은 나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게 만드시려고 그분의 섭리 가운데 작정하셨던 것이다.

바다에 나선지 여섯째 날, 우리는 야머스 항에 도착했다. 날씨는 잔잔했고 폭풍이 지나간 후로 얼마 진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바람이 반대 방향으로 불었기 때문에 닻을 내리고 거기서 7-8일쯤 머물러야 했다. 4-5일을 기다리고 나자 바람이 상당히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주 강해졌다. 그러나 정박지가 괜찮았기에 선원들은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뱃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8일째 되는 날 아침에는 바람이 심상치 않아 선원들 전부가 달려들어 모든 물건을 단단히 묶어야 했다. 정오가 되자 파도는 굉장히 높아졌고 선장은 두 번째 닻을 내리라고 명령했다.

날씨는 끔찍한 폭풍으로 바뀌었다. 선원들 얼굴 위로 공포가 어렸다. 선장이 선장실을 들락거릴 때 나는 그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 모두 죽게 생겼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몇 번이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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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2014-11-0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은 처음 올리네요^^˝ 책 정보 얻으러 눈팅 하다가 이상하게 로빈슨크루소가 끌려서 읽었는데 어렸을 때 읽었더거랑은 차이가 커서 놀랐습니다... 상당히 기독교적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더라구요.. 허나 종교적인걸 떠나서 스토리자체가 재미있더군요. 책속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이라 저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거기다 `또다른 모험`이라는 무인도 탈출 후의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고 어제부터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고전문학이 재밌다는 걸 새삼 알게 됐네요^^˝ 감사드려요

낭만인생 2014-11-10 16:47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책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