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의 고장 벌교에 가다


소원하나, 일반 휴가 말고 독서 휴가 주면 안 될까? 선진국에서는 독서휴가가 있다고 들었는데, 한국은 책을 안 좋아해서 그런지 독서휴가가 없다. 어쨋든 휴가를 맞이 벼르던 벌교에 들렀다. 4권을 읽기 시작한 휴가 시작 즈음에 오늘까지 6권을 마무리 할 참이다. 이제 몇 장만 읽으면 [태백산맥]6권도 마무리하고 7권째고 들어갈 참이다. 여순병란이 후 시작된 스토리가 이제 미국도 철수하고 2차 국회의원 선거까지 치러졌다. 읽을 수록 벌교에 가고 싶은 생각이 깊어졌다. 
































조성 삼거리 

[참말로 자알 허셨구만이라, 자알 허셨어라]

'자알'에 유난히 힘을 넣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사내의 음성은 그지없이 밝았고, 염상진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는 진한 신뢰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염상진의 하부조직인 조성책 오판돌이었다.[태백산맥] 3권



처음 도착한 곳은 남도여관이다. 원래 이름은 [보성여관]이다.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이 묵었던 곳이다. 임만수는 나중에 계엄군 심재모에게 굴욕을 당하고, 염상진의 동생인 염사구에게 된통 당하고 벌교를 떠난다. 계엄군은 최대 심재모에서 다시 백남식으로, 마지막은 양효석이 된다. 





 
 
 

롯데 마트에 들렀다. 마트 안에 있는 서점에 들렀다. 내가 가는 곳은 언제나 동일 하다. 한 곳은 글쓰기 서적과 다른 한 곳은 역사 철학 심리학 관련 서적 코너다. 


몇 달 만에 들러보니 못보던 책이 몇 권 보인다. 사진을 찍어 두었다. 꽤 좋은 책들이다. 당분간은 책을 사기는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담아 둔다. 


눈에 들어온 건 <웹 소설 작가 되기> 좋은 책이다. 매우 실용적이다.

















중2 혁명도 담아 두었다. 아들이 내년이면 중2다. 걱정이다. 












 
 
 

[태백산맥] 까끔댁


조선시대 여자들의 이름은 없었다. 있다해도 부르지 않았다. 요즘에는 '누구 엄마'로 부르는게 보통이지만, 조선시대는 '~댁'으로 불렀다. 자신이 살았던 마을이름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부산에서 오면 '부산댁', 양산에서 오면 '양산댁'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꼭 그렇지 많은 않은 것 같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보면 승주에서 시집온 '까끔댁' 이있다. 원래 호칭은 '승주댁'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게 부르지 않고 '까끔댁'이라고 부른다. 왜 그럴까?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봤다. 


까끔댁은 무심결에 그 한숨을 따라서 쉬고 있었다. 까끔댁은 산이 많은 승주에서 시집을 왔고, 산이 겹겹인 산골 마을을 '까끔실'이라고 부르기에 그녀의 택호는 자연히 까끔댁이 되었다.<태백산맥> 4권 193쪽

















여자 호칭 속에는 정체성이 있다. 자신의 이름이 아닌 타인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의 엄마' '~댁' 등은 지역과 관계에 종속되어있는 여자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 근대는 종속에서 독립으로 나아가는 중간쯤 되는 곳이다. 조선이란 봉건사회에서 대한민국이란 현대로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 


근대화는 곧 여성의 자기이름 찾기에 맥아 닿아있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시작된 주민등록증 발급은 불가피한 여성의 작명으로 이어진다. 이름이 있어야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결국 여성은 자기의 이름을 찾았고, 역사는 새롭게 써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자기 이름을 찾은 현대의 여성을 진정한 여성이라 말하기가 왜그리 껄끄러운지 그 이유는 뭘까?



 
 
 

조정래(趙廷來), 그는 뜨거운 남자이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지만, 그를 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소설은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금씩 공부하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중이다. 먼저 위키백과부터 뒤졌다.

 

"조정래(趙廷來, 1943년 8월 17일 ~ )는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서울 보성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표작으로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의 역사소설이 있다.조정래의 작품은 문학계에 큰 영향력을 미쳤는데, 실제로《태백산맥》의 경우 무혐의 처분을 받을 때까지 11년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논쟁을 일으켰다. 현재는 모교인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7년 《오, 하느님》(문학동네)을 저술하였다."


작년 처음으로 읽은 책은 그의 글쓰기 책이다. 


<황홀한 글감옥>이란 책인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책이다. 특히 날마다 출근하듯 글쓰라는 이야기와 운동 부분에서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의혹이 일었던 것은 태백산맥과 같은 장대한 대하소설을 책상에 앉아서 그것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지금 2권을 읽고 있는데, 한국근현대사를 꿰뚫고 있는 그는 역사의식과 통찰력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역시 대가다운 힘이 느껴졌다. 아마도 책을 쓰기 전 수많은 정보수집과 여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태백산맥을 쓰기 전 여수 순천 벌교를 끊임없이 탐방했을 것이다.





조정래의 대표적인 책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다. 

《아리랑》은 조정래가 쓴 역사소설이다. 해냄 출판사에서 전집으로 출판했으며, 프랑스어로 편역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전라북도 김제시를 배경으로 일본의 수탈과 우민화교육에 대해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일제에 협력한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고발, 사회주의계와 비사회주의계 독립운동가에 대한 언급은 역사소설로서 아리랑이 가진 특징 중 하나이다.(위키백과:아리랑)


역사적 연대기로 본다면 일제시대를 다룬 <아리랑>에서 해방후 한국전쟁 전 일어난 여순사건과 빨치산을 다룬 <태백산맥>, 그리고 그 이후 한국의 현대사의 아픔을 다룬 <한강> 순이다. 모두 인물도 다르고, 사건 전개도 다르지만, 조정래라는 한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현대사를 조밀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이번에 출간된 <정글만리>의 경우는 소설이기 보다는 보고서에 가깝다.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중국 다시보기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가진 사회주의나 공산국가로서의 중국이 아닌 중국식 자본주의에 주목한 것이다.

작가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 G2로 발돋움한 중국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숨막힐 듯한 경제전쟁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꽌시(關係)' 없이는 옴짝달싹할 수 없다는 그곳에서 성공을 좇는 이들의 욕망과 암투가 다종다양한 중국식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와 더불어 급속한 개발이 빚어낸 공해 문제, 중국 특유의 '런타이둬(사람이 많다)' 이면에서 벌어지는 인명경시의 세태,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뒤로하고 대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한 저소득 농민공들의 모습 등은 과속 성장의 폐해를 드러내며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를 곱씹게 한다. 또한 거대 비즈니스를 둘러싸고 경쟁하는 한국와 일본의 비즈니스맨들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과거사와 그 저변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까지를 적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허수아비 춤과 인간연습, 오 하느님의 경우 단권으로된 장편 소설이다. 대하드라마를 쓴 대작가라 장편 소설이 작게 보인다. 해냄에서 출간한 초기 대표작품 세트와 명문장 모음으로된 10권짜리는 꼭 사고 싶은 책이다. <불놀이, 대장경, 상실의 풍경, 비탈진 음지, 어떤 솔거의 죽음, 황토, 유형의 땅, 외면하는 벽, 그림자 접목, 감동의 명문장>이 들어가 있다. 2013년에 다시 인쇄된 것이라 보기에도 딱 좋다. 















아직 알아가는 중이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책 값만 해도 만만치 않으니 두고두고 공부할 것이다. 



 
 
 

태백산맥, 그 장엄한 막이 열리다.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을 읽고 있다. 몇 달 동안 한국 현대사를 나름 공부하면서 많은 회의와 아픔을 겪었다. 미안하고 화가났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역사에 무지하고, 민중의 아픔을 몰랐던 것이 미안하고, 미군정과 친일파들이 저지른 악을 알고나니 화가 난다. 어쩔때는 화가나서 참을 수가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몇 달 전에 사두고 읽지 않고 있던 <태백산맥>을 꺼내 들었다. 우연이라면 우연일 것이고, 필연이라면 필연인 만남이다. 여순사건의 자료를 찾는 중 어떤 분에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감상문을 올려 놓은 것을 읽었다. 한국 현대사의 원류를 다루는 소설인지는 알았지만 바로 '그 사건'이란점은 놀랐다. 당장 꺼내 읽기 시작했다.


과연 그랬다. 여순사건 직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류는 빨치산 이야기지만 벌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민중들의 고통한 한을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통해 들려 준다.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때론 걸죽한 농담도 농밀하게 담겨있다. 정하섭과 무당 소화의 첫날밤 이야기는 첫 권부터 혼란에 빠드렸다. 너무 야~~~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야함이었다. 



"그녀(소화)는 벽을 바라보고 앉아 소리 없이 저고리를 벗어내고 있는 참이었다. 그 더움 속의 몸짓은 그를 흡입하는 걷잡을 수 없는 마력이었다. 그의 전신의 피가 뜨거운 기름으로 변했다.  수천의 불꽃은 일시에 그녀를 향해 뜨거운 혀를 내밀었다."(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