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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셸 옹프레 지음, 전혜영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정신분석을 제대로 파고 들어갔다. <꿈의 해석>을 읽었던 삼십 몇 년 전으로 돌아가본다. 프로이트가 쓴 책이 워낙 유명세라서 읽어두면 살이 되고 피가 되리라는 충동적 읽기였다. 그러다가 2/3를 읽다 말았다. 어째서 이 책이 그토록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점점 자라나 글자가 전혀 보이지 않게 되어서였다. 우리에게 있던 <꿈의 해몽>보다 못하다는 판단이 들었는데, 해석이 동양의 풀이와는 너무 달라서였다. 해서 이 비판적 평전이 반가웠다. 비판의 기능이 비난이 될 수도 있지만, 역기능의 한 축인 비난도 때로는 감지덕지지 않던가.

 
어떤 면에서 우상이 되고 싶었던 프로이트는 마술적 주문을 스스로 걸었던 듯 하다. 프로이트보다 12살 위였던 니체에게 강박증세가 있다고 책은 밝히고 있다. "니체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모르는 상태에서 프로이트 이론이 제기한 여러 문제를 감지하고 예상했다. 예슬 들면 망각의 가치, 삶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는 예민함과 질병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고 방식 및 기타 등등." 이라는 프로이트 학파 중의 허틀러의 거짓추리는 경악할만하다. 이들은 프로이트를 니체와 동급이거나 그보다 위로 치켜세우는 작업을 하면서 근거가 부족한 결함을 만들어 도덕적으로 매장시키려 했다. 철학자보다는 과학자이기를 원했던 프로이트가 어쩌자고 철학자인 니체를 공격했을까, 라는 의문은 이 책을 읽어가면서 씁쓸한 웃음이 되곤 한다. 니체의 영향력으로 오디푸스 콤플렉스를 느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의식(Unbewuste)도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나온 '의지(Wille)'에서 영향을 받은 것같다고 저자는 추론하고 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을 도용이라고 하며 심각한 사회적 질환으로 다루는 입장에서―프로이트는 도용의 선수라고 저자는 밝히고자 하는 게 보인다. 맞는 말이다. 자신이 영향을 받았던 이들을 모두 기록에서 삭제할 정도라면 신뢰보다는 몰상식에 가깝지 않을까. 과학자로 알려지고자 했더라도 그의 창작성은 철학자도 아닌 예술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됐다. 정신분석학을 과학의 범주로 넣는 것이 마땅하지만, 프로이트의 행위에서 도덕불감증을 강하게 전달받는 것같다.

저자가 찾아낸 <꿈의 해석>은 『꿈의 열쇠』라는 아르테미도루스에서 원형을 발견한 듯 소개하고 있다. 또한 플라톤의 『향연』 에서 양성애의 주제가 프로이트와 이론과 유사하다고 밝히고 있다. 고고학적인 방법으로 프로이트를 추적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터인데, 프로이트보다 저자가 더 집요하게 파고드는 데 놀라게 된 책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과학의 탈을 쓴 철학자로 불리워야 하는 게 좋을 듯 싶다. 『꿈의 해석』 이 의식과 무의식을 나누는 사상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지만, 동양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그러한 문제를 다루었다. 철학의 씨앗을 키우면서 다시 철학을 스포츠 브래이져를 차고 누르는 것같은 행위로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지금 매우 침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네. 히스테리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는데, 일 때문에 상태가 점점 심각해졌어. 그뿐만 아니라 다른 정신이상도 생긴 것같아. 아직은 잠복기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네만 내 기분 상태에 따라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것같아." 라고 프로이트 스스로 심각한 정신 신경증을 겪고 있음을 편지로 호소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을 다루는 과학자라면 그러한 병에 걸리지 않아야 하며,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환자는 물론 일반인들은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자기분석에 그의 이론을 상당수 적용하는 과오를 범했다. 범용성이 뚝 떨어지는 것인 셈이다.


끝으로 의식과 무의식을 필자는 프로이트와는 다르게 접근해오곤 했다. 경험에 뿌리를 둔 사유는 앎知가 되고, 오감을 통해 인식되는 작용은 식識으로 이해하곤 했다. 이 둘의 관계가 동양적 사유이지만,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잣대로 나누지 않는다.


저자가 동양사상을 조금 더 연구하면서 의식과 무의식을 비교한 책이 나오길 기대를 한, 비판적 책일기였다. 좋은 논증이 되고, 참고서적으로 옆에 둘만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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