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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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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적 근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비춰주는 대화

《도덕적 불감증》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이름만 보고 많은 기대와 설렘을 갖고 책을 펼쳤다. 그는 탈근대 사상가인데, '현대 유럽 사상의 최고봉'이라 불린다. 나는 얼마 전 지그문트 바우만의 대담집 《사회학의 쓸모》를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시대의 어두운 그늘을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내는데 힘을 보태려하는 노학자의 삶이 아름다웠다.《도덕적 불감증》은 지그문트 바우만이 '유랑하는 학자'인 레오니다스 돈스키스와 나눈 대담을 엮어낸 책이다. 서문에서 돈스키스는 이 책이 '파편화,원자화, 그리고 그에 따른 감수성의 상실에 대한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서 귀속감의 재발견 가능성에 대한 대화'(27쪽)라고 밝힌다. 바우만은 우리의 삶이 점점 개인화되면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소비자의 활동이 시민의 기본 의무로 되어버리는 문제를 지적한다.

 

   책에서는 1장 '우리의 모습을 닮은 평범한 악에 관하여', 2장 '정치의 위기, 감수성의 언어를 찾아서', 3장 '감수성의 상실, 공포와 무관심 사이에서', 4장 '소비하는 대학, 새로운 무의미와 기준의 상실', 5장 '서구몰락을 다시 생각하며' 으로 이들의 대화를 묶어냈다. 돈스키스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불감증'과 '사생활을 식민지화하려는 욕망'을 새로운 악의 두 가지 형태라고 지적한다. (19쪽)무척 공감가는 대목이다. 뚜렷한 하나의 거대한 악이 존재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큰 두려움이다.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을 방패삼아 타인에게 갖은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훔쳐내고 공유한다. 권력을 쥔 자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언론을 통제한다. 소비자로 전락한 유권자는 정치를 바꿔내지 못한다. 우리는 점점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지고, 정치에 무관심해진다. 오늘날 '유동적 근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본 두 학자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 우리의 삶의 어둡고 우울한 면이 그대로 드러나니 답답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두 학자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돈스키스는 미셀 우엘벡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관계의 역사는 언제나 주기적이다.'라고 말한다. 생겨나고 발전하고 시들어 죽는다는 거다. 하지만 돈스키스는 '인간관계의 생명주기와 그것의 종말을 극복하는 것은 사랑과 우정의 본질 자체'라고 강조한다.(352쪽) 결국,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에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나는 생각했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일, 무의식중에 소비 생활에 물들어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깨어 있는 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존하는 삶.

 

   짧게 주고받는 대화 형식의 글을 기대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서면 대화를 주고 받은 듯, 한 사람의 이야기가 꽤나 길다. 대중과의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바우만인지라 이번 책도 쉽게 읽힐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학자들 간의 대화라서일까. 번역탓일까.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화 형식의 글인데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지 않다. 각자 이야기하다 뜬금없이 "자네는~" 하는 어색한 호칭이 몇 번 등장할 뿐이다. 역자의 후기를 통해 길잡이를 얻어볼까 했으나 웬일인지 역자후기도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다만, 유동적 근대사회의 문제점을 도덕적 감수성 상실로 봤다는 점에 크게 공감이 갔고, 두 학자가 대화 중에 인용한 다양한 문학 작품과 학자들의 연구물에 대한 소개는 유용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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