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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모습 성경 미술
정양모.정학모.정웅모 지음 / 수류산방.중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신학자 형님들과 미술평론가 아우가 함께 펴낸 성경 해설서이자 미술 해설서.
저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읽어본 사람으로서 힌트를 주자면, 예수 모습=성경+미술? 이 정도로 읽는 게 좋겠다. 예상보다 성경 해설의 비중이 미술 해설과 동등할 만큼 크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집스런 만듦새다. B5에 가까운 판형에 두툼한 볼륨. 박물관에서 튀어나온 듯한 서체를 따라 본문을 읽노라면, 꼬장꼬장한 70대 노사제의 강론이 들리는 듯하다. 형님 신부들이 쓴 복음 해설은 군더더기 없이 학자로서 연구했고 아는 성경의 맥락과 배경만을 짧고 굵게 간추렸다. 묵상을 핑계로 독자들에게 아부하지도 않는다. 예수 일생의 여러 일화들을 간명하게 해설한 단편들을 읽노라면, 복음서가 역사 기록일 거라는 대중의 막연한 믿음이 철퇴를 맞게 된다. 이들의 해석을 거쳐 복음서를 다시 떠올려보면, 복음서란 예수의 일생을 적은 서사문이라기보다 당대 그리스도인들의 신론을 해석한 신학 문헌으로 보인다.
그 투박함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건 50대의 막내 정웅모 신부가 선별해 넣은 성미술 작품들이다. 이미 유명한 작품들은 물론 국내에서도 무심히 지나쳤을지 모를 현대미술품까지, 200점이 넘는 작품들의 이미지를 알뜰히 챙겨 소개했다. 작품 해설도 형님들의 성경 해설만큼이나 간결한데, 문체는 좀더 부드럽다.
책의 부피가 꽤 크고, 예수 일생의 단편들이 60편도 넘게 세분화돼 있음을 감안하면, 작정하고 한번에 독파하기보다는 침상머리에 두고 짬짬이 아껴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