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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첼로 연주자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저자는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저자가 첼로 연주자의 경험을 갖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었을까? 연주자와 사회학자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두 가지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저자가 한없이 부러웠다. 더군다나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사회학적 상상력에 접목해 낸 것은 부러움의 마음을 더욱 자극시켰다.
오케스트라 단원들 간의 협력이 현대 사회에 필요한 협력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은 저자가 실제 경험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현대 사회가 오케스트라처럼 구성되어 있는 것일까? 의문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지속되었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협력의 모습이 오케스트라 내에서 요구되는 그것이라는 점에는 격한 공감을 하게 되었다.
따로 또 같이.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협력의 모습이다. 아마 이것 자체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질문은 "어떻게 따로 또 같이 살 것인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즉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의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실기(craft)를 꺼내든다. 의식이나 마음이 변덕을 부리기 싶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기야말로 협력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지속될 수 있게 만드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례허식을 타파하는 것이 근현대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무와도 같은 것이었지만 이러한 경향은 의례와 의식의 힘마저 퇴색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이 시공간을 비롯하여 각종 틀이나 형식을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식할 때, 협력에 있어서 의례나 의식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또한 중요한 지적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고민은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실기가 무엇이야 하는지로 말이다. 이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유동적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 어떤 시절보다도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업은 매우 섬세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고정된 세계 속에서 늘 똑같은 기술을 구사하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로 되는지 치밀하게 분석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 작업은 고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협력의 기술을 찾아가는 재미또한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한다. 협력은 우리가 늘 바라왔던 것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