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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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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어졌을 글과 서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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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지음 / 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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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제목만으로도 뭉클해지는 책.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작가님의 첫 책인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작가님과는 작가님이 되기 전, 인연이 있었다.
작년 9월에 다녀왔던 '윤승철, 이병률과 함께 하는 책 읽는 기차' 행사에 참여하신 독자였다. 
마침 같은 조가 되어 기차에서 마주보고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따뜻함과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의 내면을 가득 담은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인연이란, 정말 신기하다. 
독자였던 그가 달의 작가가 되다니. 
출간 소식을 듣고는 온 마음을 다해 기쁘고 반가웠다. 

순간 눈물이 차 올랐던 구절. 

"만약 서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느 순간부터는 달라야만, 꼭 그래야만 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그때에도 오직 기꺼운 마음으로만 그대의 자유가 되겠습니다."

한 사람을 절절히 사랑하는 글이며, 그에게 보내는 연서인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에는 사랑을 하며 느끼는 애틋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한 데 녹아 있다. 

서로나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다른 순간이 올 때,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눈물겹다.

사랑으로 인한 표현과 끓어오른 말에서 그가 온 힘을 다해 애태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지마다 감정이 충만하고, 그와 동시에 얼마나 스스로를 비워냈는지 느껴졌다. 

온 가슴 가득 사랑이 채워질 때, 그 순간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 
상대를 향한 사랑으로 채워짐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시기다. 
그래서 이 연서에는 그의 말과 생각이 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만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글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당신을 사랑함으로써 이러한 사람이 되어갑니다.'라는 자기고백적 글이다. 


사랑을 통해 성숙해지는 한 사람의 글 속에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떠한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까지 내어 놓는다. 

자존감을 잃어가는 최근의 나에게 힘이 되는 대목이 많았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말들.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돈'이라는 가치를 좇게 되는 개개인은 결국 돈에 잠식되고 더 나은 다른 가치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된다. 
일을 하고 일을 구함으로 자신의 능력이 책정되고 그것에 실패한 사람들은 무력감에 휩싸이고 도태되는 사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내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 요즘, 내가 쉽게 직업을 얻고 하루하루를 영위함에 지쳐갔다면 이러한 생각조차 하지 못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가난한 생에만 허락되어 끝내 실존적인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절대적인 교훈인지도 모르겠고요."
온 힘을 다해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책 속에 가득한 마음을 느낄 것이다. 
종이를 뚫고 거대한 마음이 떠오른다. 

마음으로 떠나 보낸 이별 앞에서 한 사람은 성장한다. 
사랑을 하기 전과 이후의 나는 많이 달라진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었음에, 모든 순간 애태울 수 있었음에. 
그 순간을 겪을 수 있었음에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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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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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온기로 인해 몸은 가벼워지고 생명의 움직임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어딘가 앉아 한가로이 따스함을 즐기고 싶은 계절. 
이런 봄과 닮은 책,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다양한 소제목의 ̧은 산문이 엮인 이 책은 장석주 시인의 일상과 생각을 담고 있다. 
'돌아본다, 걸어본다, 헤아린다, 쉬어간다, 기억한다'라는 제목을 가진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와 어울리는 다섯가지의 색이 소제목과 함께 한다. 
달 책의 구성은 언제나 예쁘다. 
표지 디자인 또한 글과 잘 어울리는, 봄을 담은 표지.

독서광이자 다작을 하는 작가인 장석주 시인의 문장은 유려하다. 
연륜있는 문인답게 다양한 고유어와 한자어를 사용해 문장을 구성해서 중간중간 사전을 검색해가며 읽기도 했다. 
풍부한 어휘 덕에 생동감있는 문장을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또한 모든 산문이 다른 작가나 예술가의 말에 모티브를 얻어 창작된 글이었는데 그에 대한 설명과 생각이 뒷받침된 이야기 덕분에 흥미로운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 
특히 예술가들에 대한 고찰이 이어진 3 '헤아린다'에서 언급한 미국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다 말고 구체적으로 찾아보기도 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이 만나고 가장 좋아했던 인물이 바로 거트루드 스타인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정보의 조각이 맞춰질 때는 정말 신난다!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에는 정말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곤 했다. 
책을 읽다 좋은 대목이 나오면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놓는데 거의 두 페이지 넘길 때마다 사진을 찍곤 했다.
개인적으로 1부인 '돌아본다'에서 유난히 카메라를 자주 들었다. 

"저녁 황혼이 펼쳐진 하늘 아래 거리 한복판으로 트램이 종을 울리며 지나가고, 거리 악사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가 울려퍼지는 그 찰나, 헬싱키 대성당의 금빛으로 채색된 둥근 돔에 한줄기 날카로운 빛이 번쩍였어요. 이 황금빛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붙잡아둘 수 없어서 슬프고 덧없겠죠? 이 한 번뿐인 여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 여름은 곧 끝나겠죠. 그러나 늦여름 며칠을 북유럽의 한 도시에서 보낸 행복한 기억은 쉬이 잊을 수 없겠죠. 간혹 사는 게 재미없어질 때 이 풍경들에 대한 기억이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P24. '풍경에 대하여' 중에서

시인은 큰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었던 스스로의 인생을 회고하기도 하고, 여행의 아름다움을 찬사하고, 노자의 말을 빌려 무위의 삶에 대해 말한다. 인생의 오후에 접어든 삶을 고찰하며 풀어놓는 이야기로 인해 읽는 이는 종종 깊은 생각에 빠진다.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먼저 인생을 살아 본 선배로서 '무조건 내 말을 들어라'가 아니라 이해와 공감이 바탕이 된 조언같은 느낌이었다. 현 시대를 올바르게 꿰뚫고 있는 어른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한마디를 읽는 기분이었다. 

책을 마무리하는 '작별인사에 대하여'로 마지막까지 울림을 주는 책. 

시간을 내어 천천히 한 문장씩 곱씹으며 다시 읽고 싶은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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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블랙에디션)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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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의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이 보통의 존재임을 깨닫곤 몸서리 친다. 그것은 섬뜩하리만치 무서운 자각이었으나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자, 자신이 보통의 재능과 운명을 타고난 그야말로 보통의 존재라는 것도 알았고,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세월이 갈수록 나를 가려주던 백열등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음도 직시하게 된 지금,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나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


자신을 비범한 인물이라 생각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스스로 보통의 존재임을 깨달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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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지음 / 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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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람. 
그녀는 이랑이다. 



이랑은 작가의 본명이고, 
이 책의 제목과 같이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17세부터 잡지 '페이퍼'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고, 
한예종 영상원 출신으로 단편영화와 웹드라마 등을 연출하고, 
작사, 작곡해 음반까지 내는 뮤지션이며,
글을 쓰는 작가이다. 



이 중 하나도 못해서, 하고 싶어서 아둥바둥대는 사람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는데, 욕심 많은 이랑은 이걸 전부 다 한다. 
작가 소개만으로 워너비다. 
그리고 작가 소개만으로 그녀의 성격이 짐작되었다.



이랑의 글은 본인이 책에서도 계속해서 언급하듯, 아주아주 솔직하다. 
그 점이 이랑의 가장 큰 장점이고, 지나치게 솔직한 면조차 사랑스럽다. 
사람이 많은 공연장에서 욕을 하고 싶어서 수화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다. 
솔직하고, 이상하고, 귀엽다. 



포장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같다. 
보통 스스로 예술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본인을 어떻게든 잘 꾸미고 포장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랑은 포장지를 다 벗겨버린 내용물 같다.
일을 할 때 누군가를 따라했더니 잘 돌아가더라는 이야기를, 보통 무언가 창작을 한다는 사람은 쉽게 하지 못한다. 
자존심을 지키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기 바쁜데, 
귀여운 이랑은 자신이 누군가를 흉내내어 연극을 잘 마쳤다고 첨가물 하나 없이 말하고 있다. 



불안정한 정서를 온전히 드러낼 때, 
공감을 받았다. 
사랑했던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하며
'나는 그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나 또한 그랬다. 
그가 되고 싶어서 그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가 싫어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면 우리가 더 가까워질 줄 알았다.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에 떨면서 이 아이를 쫓아다니고 있는 걸까.'



아주 생생한 제 2세계를 겪는 이랑. 
꿈은 가끔 정말이지 요상하다. 
이상도 아니라 요상하다. 
말도 안되는 일이 다 당연하게 이뤄지고, 꿈에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폭력성이 극상승되는 이랑의 꿈과 현실을 비교한 재밌는 일러스트. 크크크



내가 영화를 찍을 때, 똑같이 했던 생각이다.
정말 똑같이 일치한다. 

영화는 민폐다. 
영화를 찍는 일은 정말이지 모든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다. 
내가 쓴 이야기를 구현하고 싶어 수많은 동기, 선후배를 고생시키고, 
이름도 모르는 행인이 자유롭게 지나가는 길을 막으며
지인,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의 가게에서 별 거 아닌 장면을 촬영하다 공간을 파손시키고, 
무엇보다 그들의 휴식시간을 뺏는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하루하루 생각했었다.
이 정도의 의미가 있는 일일까, 하고. 



이랑은 자의식이 강하다 못해 넘치는 사람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자의식이 강했다. 
나는 정말 어릴 때 세상의 중심이 나라고 생각했다. 
당당하게 사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이었고(쥐뿔도 없으면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주장할 수 있었다.(객관적 타당성도 없이) 

사회화를 겪으면서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었고 
눈치를 잘 보게 되었고 
아주 겸손한 척이 그냥 몸에 뱄다. 
(사실 이럴 때는 내가 잘한 걸 뽐내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거 반, 
그래도 좀 못한 거 같아서 그러면 안되겠다는 마음 반이다. 거의 항상.)



음악도 만들면서 그림도 잘 그리면서 글도 쓰고 영화도 만드는 건, 
아주 어릴 때부터 나의 꿈이었고 지금도 나의 꿈이다. 
글은 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쓰고 있고, 영화도 잘 찍은지는 모르겠지만 찍었다.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언제쯤 하게 될까.
평생 못할지도 모르지만, 작가 이랑, 감독 이랑, 뮤지션 이랑, 일러스트레이터 이랑을 보면서 
계속 생각해야겠다. 

솔직하게 인생을 사는 이랑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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