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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지음 / 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제목만으로도 뭉클해지는 책.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작가님의 첫 책인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작가님과는 작가님이 되기 전, 인연이 있었다.
작년 9월에 다녀왔던 '윤승철, 이병률과 함께 하는 책 읽는 기차' 행사에 참여하신 독자였다.
마침 같은 조가 되어 기차에서 마주보고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따뜻함과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의 내면을 가득 담은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인연이란, 정말 신기하다.
독자였던 그가 달의 작가가 되다니.
출간 소식을 듣고는 온 마음을 다해 기쁘고 반가웠다.
순간 눈물이 차 올랐던 구절.
"만약 서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느 순간부터는 달라야만, 꼭 그래야만 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그때에도 오직 기꺼운 마음으로만 그대의 자유가 되겠습니다."
한 사람을 절절히 사랑하는 글이며, 그에게 보내는 연서인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에는 사랑을 하며 느끼는 애틋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한 데 녹아 있다.
서로나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다른 순간이 올 때,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눈물겹다.
사랑으로 인한 표현과 끓어오른 말에서 그가 온 힘을 다해 애태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지마다 감정이 충만하고, 그와 동시에 얼마나 스스로를 비워냈는지 느껴졌다.
온 가슴 가득 사랑이 채워질 때, 그 순간은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다.
상대를 향한 사랑으로 채워짐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시기다.
그래서 이 연서에는 그의 말과 생각이 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만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글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당신을 사랑함으로써 이러한 사람이 되어갑니다.'라는 자기고백적 글이다.
사랑을 통해 성숙해지는 한 사람의 글 속에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떠한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까지 내어 놓는다.
자존감을 잃어가는 최근의 나에게 힘이 되는 대목이 많았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말들.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돈'이라는 가치를 좇게 되는 개개인은 결국 돈에 잠식되고 더 나은 다른 가치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된다.
일을 하고 일을 구함으로 자신의 능력이 책정되고 그것에 실패한 사람들은 무력감에 휩싸이고 도태되는 사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내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 요즘, 내가 쉽게 직업을 얻고 하루하루를 영위함에 지쳐갔다면 이러한 생각조차 하지 못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가난한 생에만 허락되어 끝내 실존적인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절대적인 교훈인지도 모르겠고요."
온 힘을 다해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책 속에 가득한 마음을 느낄 것이다.
종이를 뚫고 거대한 마음이 떠오른다.
마음으로 떠나 보낸 이별 앞에서 한 사람은 성장한다.
사랑을 하기 전과 이후의 나는 많이 달라진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었음에, 모든 순간 애태울 수 있었음에.
그 순간을 겪을 수 있었음에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