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시한부 고양이 집사 일기
박은지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려동물 에세이에 대하여



요즘 SNS에서는 반려동물의 귀여운 일상을 담은 계정이 웬만한 사람보다 더 많은 팔로워들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사진들에 좋아요를 누르고, 출판사들은 앞다투어 반려동물 포토 에세이를 제작한다.



물론 나도 수많은 반려동물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고 서점에서 포토 에세이를 보면 사볼까 하는 마음이 아예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그 행복한 단면에 매료된 나머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의 그늘을 보지 못하고 사람들이 쉽게 입양을 결정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그런 즐겁고 행복한 에세이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 책은 전혀 즐겁지 않다. 귀엽고 귀여운 다른 책들이 마치 판타지라는 것을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이것이 현실이며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좋은 일을 말하는 것은 쉽지만 자신의 아픈 부분을 드러내고, 그것을 글로 옮겨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상상만 해도 괴로운 일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반려동물 ‘제이’의 투병생활을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그 담담함이 무색할 만큼 제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호전되거나 하는 순간마다 글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SNS에서 반려동물의 즐거운 일상만 봐왔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SNS에서 보는 것처럼 마냥 꽃밭은 아니라는 것과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비용과 정신적 노력이 드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고양이를 환장하게 좋아하고 언젠가는 꼭 키우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만약 내 고양이가 제이처럼 아프다면 이처럼 지극정성으로 케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용을 얼마까지 들여서 케어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내가 너무 잔인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기만 하고 절대 키우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반드시 필요한 에세이



펫코노미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커진 반려동물 시장과 랜선 집사니 이모니 삼촌이니 하며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이런 에세이는 반드시 필요하고 일반 포토 에세이보다 더 많이 출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출판보다도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주제의 에세이는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데,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은 귀여운 에세이를 살 것이고 키우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아파서 사지 않을 테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입양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주제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마주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질병이나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면과 마주하는 것이 힘겨울지라도 말이다.



수많은 고양이 에세이를 봐 왔지만, 이토록 고양이의 투병생활에 대해 자세하고 절절하게 쓰인 에세이를 본 적이 없다. 제 3자의 눈으로 본 제이의 투병생활에 대해, 나는 저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케어를 해줬다고 생각하지만 가족이 마음이 항상 그렇듯 해줘도 해줘도 모자란 마음이 더 큰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제목에 쓰여있듯이 제이는 차라리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힘든 투병생활을 하지 않는 게 더 나앗을까. 나는 제이가 저자를 만나 무척 행복했을 거라고, 물론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 한 줄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작고 귀여운 어린 시절뿐 아니라 늙고 병드는 마지막 순간까지를 책임진다는 의미라는 걸 안다. 그러나 그 책임의 방법에서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 생명에 대한 선택권을 하나부터 열까지 짊어진다는 것은 무겁고 버거운 일이다. 과연 어떤 판단과 결정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일까, 그것조차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보낼 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때때로 기억하고 지금 이 순간에 더 많이 사랑을 나누는 것뿐이다.

-238p~239p



#길고양이로사는게더행복했을까 #박은지에세이 #에세이 #반려동물 #고양이 #고양이에세이 #미래의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드키


데드키는 1978년에 파산한 은행,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의 대여금고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파헤쳐가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두 주인공 베아트리스와 아이리스는 각각 1978년, 1998년이라는 다른 시간 속에 사는 인물이다.



다른 시간 속에 사는 두 인물이 무슨 연관이 있겠냐 싶겠지만,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라는 장소가 일치하는 점과 두 인물 모두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의 등장으로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독성, 몰입도 최고..!


평소에 스릴러 소설이나 추리,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장르가 뚜렷한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분량이 600페이지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가독성이 좋아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페이지 수가 많은 책인 만큼 가벼운 종이를 썼는지 그리 무겁지도 않았다. (그래도 두껍긴 해서 독서대 필수지만..)



또한 스토리가 더디지 않아서 한 번 자리 잡고 읽다보면 50페이지가 눈 깜짝할 새에 읽힌다. 은행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괜히 어려운 금융 용어가 나오면 어쩌나 생각하며 읽기 힘들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작가가 원래 건물 구조공학자였고 이 책이 데뷔작이라고 하던데..글 쓰는 능력이 타고났다보다.




스릴러 입덕


앞서 말했듯이 나는 이런 장르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는데(아예 관심이 없었음..), 이 소설을 계기로 다른 스릴러 소설도 읽어보려 한다.



이번 방학에는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제일 많이 읽을 것 같다. 



#데드키 #심리스릴러 #아마존베스트셀러 #은행 #범죄 #열쇠 #노블마인 #수상작 #영미소설 #미스터리 #범죄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바일 트렌드 2019 - 지금 우리에게 5G란 무엇인가
커넥팅랩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2019년, 5G 시대 개막!

...그래서 5G가 무엇?



12월 1일,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전 세계 최초로 5G 전파를 송출했다. 현재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으며, 일반인이 5G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될 시기는 2019년 3월쯤이라고 한다.


5G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에 비해 어떤 강점이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LTE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기고, 고화질 동영상을 시청하며,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어찌 보면 5G를 굳이 이용해야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5G는 LTE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며, LTE에서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불편함을 일으켰던 몇몇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바로 5G의 세가지 특징인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덕분이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초고속

초고속은 말 그대로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특징이다. LTE와 비교했을 때 최대 속도가 20배에 달하며, 체감 속도 역시 최소 10배 이상이다.


다운로드 속도를 비교할 때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영화를 다운로드하는 시간을 예로 드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2GB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할 때 LTE로는 약 16초가 걸리는 것에 비해 5G를 통해서는 0.8초면 완료된다.


초저지연

지연시간은 내가 신호를 보낸 뒤 이에 대응하는 응답 신호를 받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따라서 지연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응답이 빨라진다는 것을 뜻하며 이는 곧 실시간 서비스에 한층 더 가까워진다는 것을 말한다.


초연결

초연결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IoT 시대에는 사람이 직접 이용하는 기기뿐 아니라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 수많은 기기도 통신 기능을 갖추게 되는데,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인터넷과 연결된 IoT 기기 수는 75억 대에 달하는데, 2025년이 되면 251억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5G가 본격화되고 이에 기초한 여러 기기와 서비스가 등장하면 5G IoT 기기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5G의 초연결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고객들의 5G 이용 의사는?



하지만 신기술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순식간에 LTE(4G)에서 5G로 갈아타지는 않을 것이다.(요금 상승의 문제도 있고, 5G 네트워크의 미완성으로 인한 이용의 불편함 등..)


많은 비용을 투자한 사업인 만큼,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 하므로 2019년에는 5G 기술의 세 가지 특징인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앞세운 다양한 앱,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소개하는 5G의 콘텐츠 중 하나가 바로 VR과 AR인데, 기존 LTE에서는 정보 전달 속도가 느려 성장 속도가 느렸던 VR과 AR이, LTE보다 20배 높은 정보 전달이 가능한 5G 시대에서는 킬러 콘텐츠(핵심 콘텐츠)로 급부상하여 2019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한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해 더 현실감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동영상 플랫폼과 1인 미디어도 5G 기술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요즘에는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이 1순위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데, 이들이 청소년~성인이 되는 시기와 5G 상용화의 시기가 얼추 비슷할 것 같다. 유튜브 전문가가 말하기를, 우리나라는 아직 유튜브 시장이 커진 것도 아니라는데.. 5G 상용화되고, 얘들이 유튜브 시작하기 전에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하나....





5G 시대의 뜨거운 감자,

망 중립성



망 중립성이란 네트워크를 설비한 통신사가 망을 통해 내용, 유형, 사업자,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콘텐츠를 전송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때 제공 속도를 차별하면 안 되고, 일부 콘텐츠를 입맛대로 차단해서도 안 되며,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망 중립성의 주요 3원칙이다.


속도를 차별하지 않고 전송을 차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인터넷 세상이 ‘선착순’원칙에 의해 운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콘텐츠를 클릭한 ‘순서’가 곧 인터넷상의 ‘법’인 것이다.


이러한 망 중립성을 놓고 이것을 지킬 것인지 완화할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폐지할 것인지를 두고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다. 5G 시대의 특징 중 하나인 초저지연은 원거리에서 화면을 보며 실시간 진료나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응급 상황에 따라 동영상이나 음성 통화 트래픽보다 원격 의료 트래픽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한정적인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해야 한다는 이유로 더 넓은 폭의 네트워크를 가져간다는 것은 망 중립성에 위배되며, 그만큼 다른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작년에 망 중립성이 폐지된 미국에서는, 생소한 용어인 망 중립성의 중요성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고자 버거킹에서 ‘버거 중립성’이라는 영상을 게재했다.(굉장히 이해가 쏙쏙 잘 된다.)


한데 본격적으로 5G를 널리 사용하게 되는 때가 오면 망 중립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 같기도 하다.





5G의 불확실성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5G는 좋은 비즈니스 기회지만, 투자비용이 높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은 과연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5G로 갈아탈지, 또 이들의 지불 의향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워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변화는 확정된 상황인데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님의 말이 떠오른다.


"올 일은 어차피 오고, 오지 않을 일은 절대 오지 않는다."


기술은 5G를 넘어서도 발전할 것이고,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머물거나 퇴보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가 맞다면 언젠가 기술 때문에 멸망할 수는 있겠지만..




#5G #5G시대 #미래의창 #모바일트렌드 #2019트렌드 #경제경영도서 #경제서 #5G시대개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는 작가가 어머니와 사별한 뒤 그가 느낀 상실감과 슬픔에 대해 써내려간 기록이다.

1977년 10월 25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는 약 2년에 걸쳐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담은 짧은 기록들을 써내려간다그는 자신이 겪고 있는 상실의 슬픔을 기록하는 것이 그저 문학으로 남게 될까봐 두려워하면서도그 문학이야말로 인간의 진실된 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록을 이어간다.

감정이라는 형용할 수 없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감정을 말로 완벽히 표현할 수 있다면, 왠지 그 '감정'이라는 것이 가진 순수함이랄지, 원초적인 무언가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 알겠지만 기록들이 날짜순으로 정리되어 있기는 해도, 롤랑 바르트의 감정도 날짜순으로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슬픔이 옅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잠잠해진듯 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슬픔의 파도를 그의 기록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그 감정의 기록들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이토록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기 위해


처음 애도일기를 흔한 소설처럼 그냥 읽으니아무것도 느끼는 바가 없었다제목처럼 작가가 자신의 슬픔을 짧은 메모 형식으로 기록한 일기이기 때문에어떤 스토리나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 집요한 상실의 슬픔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어머니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 자연스럽게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그럼 모든 페이지모든 문장에서 울컥울컥..또르르... 읽기가 힘들어진다.

이런 말이 있다.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그가 느끼고 있는 슬픔보다 더한 슬픔을 경험해야 그 슬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같은 맥락으로, 어떤 사람은 이 책을 작가와 같은 슬픔(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슬픔)을 가진 사람에게 추천한다고 하지만, 나는 반대로 그런 사람은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읽어도 이렇게 슬프고 마음이 아픈데, 진짜 상실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 책이 어떤 무게로 다가올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책 속 문장들


1977.10.31.

나는 이 일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결국 문학이 되고 말까 봐 두렵기 때문에. 혹은 내 말들이 문학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다름 아닌 문학이야말로 이런 진실들에 뿌리를 내리고 태어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1977.11.5.

나의 슬픔은 그러니까 외로움 때문이 아니다. 그 어떤 구체적인 일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일들이라면 나는 어느 정도 사람들을 안심시킬 수가 있다. 생각보다 나의 근심 걱정이 그렇게 심한 건 아니라는 믿음을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일종의 가벼움 혹은 자기관리가 그런 일들 속에서는 가능하다. 나의 슬픔이 놓여 있는 곳, 그곳은 다른 곳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했다”라는 사랑의 관계가 찢어지고 끊어진 바로 그 지점이다. 가장 추상적인 장소의 가장 뜨거운 지점.




1977.11.28.

그 누구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간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1978.3.20.

이런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나아지지요- 아니,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만들지 못한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차츰 사라지게 할 뿐이다.


1978.5.18.

사랑이 그런 것처럼 애도의 슬픔에게도 세상은 비현실적이고 귀찮은 것일 뿐이다. 나는 세상을 거부하면서, 세상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 세상이 나에게 주장하는 것 때문에 괴로움을 당한다. 나의 슬픔을, 나의 삭막함을, 나의 무너진 마음을, 나의 날카로운 신경을 세상은 자꾸만 심해지게 만든다. 세상이 나를 점점 더 기운 빠지게 만든다. 


1978.6.24.

자기만의 고유한 슬픔을 지시할 수 있는 기호는 없다.

이 슬픔은 절대적 내면성이 완결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현명한 사회들은 슬픔이 어떻게 밖으로 드러나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서 코드화했다. 우리의 사회가 안고 있는 패악은 그 사회가 슬픔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79.9.15.

슬프기만 한 수많은 아침들…….




#책추천 #독서 #롤랑바르트 #애도일기 #슬픔에세이 #에세이추천 #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
양돈선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독일


제품, 특히 자동차와 같은 오래 써야 하는 제품을 잘 만드는 나라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독일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산 제품의 제조국이 독일이라면, 우리는 좋은 제품을 샀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갑자기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질문을 달리해, 복지가 탄탄하고 사회 시스템이 견고한 나라를 꼽으라고 한다면 어떨까?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떠오르겠지만 그 안에 독일이라는 국가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원리원칙을 준수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많은 나라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역시 독일이 떠오를 테다.  


위의 두 단락을 정리하면 독일은 '하드파워(국력)'와 '소프트파워(내면의 국격)'가 완벽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하드 파워의 나라, 독일



독일의 하드 파워는 바로 독일 정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역시 독일의 정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읽고 있자면 우리나라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책에도 우리나라와 독일 정치를 비교하는 부분이 나온다. 



독일은 학벌이 좋다거나 돈을 좀 벌었다고 하여, 혹은 유명세를 좀 탔다고 해서 정계로 나가는 일은 더더욱 없다. 독일에서 정치인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명예로운 직업이다. 정치에 입문하는 데 제도적인 진입 장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너도 나도 정치인이 되겠다고 몰려드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과 달리 엄청난 특권이 있는 게 아닐 뿐더러,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고 정치인이 되는 과정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32p



독일에서 정치란, 전문적인 '직업'으로써, 당연히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직업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탄 사람이나 아나운서를 하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뛰어드는 일은 독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독일의 정치는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고, 그 관심을 바탕으로 일찍부터 정계에 입문해 차근차근 길을 밟아 온 이들로 구성된 아주 전문적인 집단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과 그저 조금의 유명세와 재력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만들어낸 결과물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정치 이야기를 접하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정계에 의문이 생긴다.(전에도 물론 의문 투성이었지만..) 
정치와 같은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지금 마땅히 거기 있어야 할 사람이 몇이나 되고 있느냐고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사람이기 때문에 마냥 그들을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그놈이 그놈인 것을 어떻게....다음으로 넘어가자..






수준 높은 나라는

수준 높은 국민이 만든다.

독일 사회의 견고한 소프트 파워 


수준 높은 국민들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나라의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그것을 생각에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국민들이라고 생각한다. 단합이 잘 되고 모두가 정직하고 서로를 신뢰함과 동시에 감시하는 역할도 하는, 깨어있는 국민들이 바로 수준 높은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책 177p에는 독일 국민의 복종에 가까운 단합력이 잘 나타나있다. 



게르만 민족은 예부터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고, 계급 질서를 존중하는 특성을 지녔다.

집단적 복종성도 자주 거론되는 독일인의 특성 중 하나다. 법을 잘 지킨다는 것은 개인의 뜻보다 개인이 속한 집단에서 정한 원칙과 규정을 잘 따른다는 것으로, 이는 곧 집단적 복종성이 강함을 의미한다. 지금도 독일인들은 개인적 일보다는 배려, 약속, 화합 등 공적이고 조직적인 일에 더 경쟁력을 보인다. 

-177p



집단적 복종성이라는 말만 들으면 상당히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데, 독일에서는 집단적 복종성이라는 말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독일의 정치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뛰어난 집단이기에 국민들은 그들을 믿고 있다. 또한 독일 국민들이 그들에게 바라는 기대치와 독일 국민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기 때문에(독일의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는 민법전이란다..)
혹시라도 정치가 중 한 명이 말도 안 되는 법을 들이민다면 국민들은 즉각 반발할 것이다. 


즉, 독일의 집단적 복종성이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독일 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사안에 대해서 복종한다는 의미이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인 가운데 수준 낮은 정치인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독일 국민 대부분은 정치인의 말을 신뢰하고 그것을 잘 따라주고 있다. 






난민을 바라보는 독일과 한국의 시각

우리는 무엇이 다를까



굳이 여기서 난민 이야기가 왜 나오나 싶겠지만,(일단 내가 요즘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난민이 독일과 한국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한국도 독일 못지않은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 두 나라가 난민을 대하는 태도를 극히 정반대이다. 독일은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한국은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난민을 배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독일과 무엇이 달라서 이렇게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


OECD회원국 35개국을 대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독일이 사실상 1위를 기록했고 우리나라는 최하위인 3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58p)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사회적 연대와 신뢰지수가 낮은 나라이다. 요즘 이슈인 가짜뉴스가 자꾸 확산되는 것도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신뢰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고,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가 판을 치는 것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극적인 무언가를 자꾸 좇기 때문인 것일 수도 있다. 언론은 난민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를 자꾸만 생산하고 확대시키고 국민들은 그런 자극적인 것에 눈길과 관심을 주기 때문에 난민에 대한 태도가 더욱 더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독일의 언론은 너무 담백하고 조용해서 재미가 없다 싶을 정도로 무미건조하다. 독일 국민들이 그런 것에 시선을 빼앗기거나 근거 없는 루머를 확산시키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언론은 팩트만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국민들은 그것을 신뢰하며 도덕, 존중, 배려를 기반으로 난민을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한다. 사회 구성원들간에 신뢰도가 높고 서로 연대하며 살아온 것이 그들의 당연한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독일의 차이는 이러한 소프트 파워, 국민들의 의식수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책을 읽으며 나의 수준에 부끄러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독일 국민들이 지닌 소프트 파워에 경외심마저 들 정도였다. 너무나 완벽한 사회의 모습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로를 너무 믿지 못하고 점점 고립되어 가는 우리는 독일에게서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책추천 #경제경영 #경제경영도서추천 #양돈선 #독일도서 #독일 #미래의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