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것은, 세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흑인 작가 제임스 앨런 맥퍼슨의 책 《행동반경》에는 이런 대목이나온다.
"우리 아빠하고요, 뉴욕에 사는 큰형이 말했어요. 이세상에서 무엇이든 갖기 위해서는 자화자찬하는 법을배워야 한다고요." "그건 왜지. 리언?" 선생님은 지겹다는 듯이 말했어. "왜냐하면요." 그 작은 소년은 제 가슴을 앞으로 내밀면서 말했어. "왜냐하면 내가 자화자찬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칭찬해주지 않으니까요." - P140
일상에서 무례한 사람이 당신을 평가하거든 ‘저 사람은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겨버려라. ‘그의 말이 사실일지도 몰라‘ 하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는 나를 잘 모를뿐더러 나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지도 않는다. 몇 년 후 "그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기억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분명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 말을 곱씹는 게 억울하지않은가? 나의 과정을 모두 아는 사람은 나뿐이며, 자신을신뢰하는 사람은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려 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다짐한다. ‘사람들이 말하게 두고, 나는 나의 일을 하러 가자. ‘ - P186
"회사는 아름다운 곳이 원래 아니다. 그렇다고 마음먹으면 역설적으로 좋은 점이 보이기시작할 것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의 책 《픽스유》를 읽다 공감해 페이지를 접어두었다. 회사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하면 ‘회사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상사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하고 자꾸만 원망하게 된다. 이상향을 설정하고 세상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일은 좋지만, 회사라는 조직의 특수성과 한계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그 노력은 필연적으로 실패하고야 만다. 회사는 ‘가족‘ 같은 곳이 원래 아니니까. - P187
그가 한 말들이 자꾸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하던 중, 평소 좋아하던 법륜스님의 강연을 접하게 됐다. 한 여학생이 스님에게 고민을 상담했다. "스님, 어떤 사람이저에게 상처를 준 게 자꾸 생각나요. 고등학교 때 학교 폭력을 당했거든요. 저는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들었는데 남자라서 때릴까 봐 욕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어요. 1년이 지났는데도 자꾸 생각나서 괴로워요." 내 이야기 같아서 마음이 시렸다. 스님이 물었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누가 자기에게 뭘 주고 갔어요. 선물인 줄 알고 열었는데 안을 보니 - P193
쓰레기예요. 그럼 질문자는 어떻게 하겠어요?" 질문자가말했다.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겠죠." 스님이 이어 말했다. "나쁜 말은 말의 쓰레기입니다.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이 아니고, 그중 쓰레기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가만히 있었는데 그 사람이 쓰레기를던졌어요. 그러면 쓰레기인 걸 깨달았을 때 그 자리에서 쓰레기통에 탁 던져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 쓰레기를 주워서 1년 동안 계속 가지고 다니며 그 쓰레기봉투를 자꾸 열어보는 거예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쓰레기를줄 수 있어‘ 하면서 그걸 움켜쥐고 있는 거죠. 그 사람은 그쓰레기를 버리고 이미 가버렸잖아요. 질문자도 이제 그냥버려버리세요." 한 번에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받은 말의 쓰레기도 버리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 나의 감정을 틀어쥐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불쾌했다. ‘너는 쓰레기를 줬지만 나는 받지 않았어. 그럼 그건 네 거지 내 것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 P194
가끔 일상에서 쓰레기를 휙 던지고 가버리는 사람들이있다. 웃거나 정색하면서 대응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찌할 수 없이 무기력해지는 사람도 있다. 권력 관계가 확고할 때,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일 때 우리는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오랫동안 곱씹는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 것이다. 그렇게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방법을 추천해주고 싶다.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는울면서 들고 있지 말고 미련 없이 쓰레기통으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 P195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걸알면서도 ‘이렇게 오래 만났는데‘, ‘섭섭하게 생각하는 내가 이기적인 거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관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세상에는 내게 빨대를 꽂은 것처럼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즉 ‘자존감 도둑‘들이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어 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봐 주는 사람이 있다. 그 하나로도 나는 운전을 아무리 오래 해도 좋고 저금이 바닥나도 좋다는 기분이 들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바다의 뚜껑》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첫 번째 문장을 뒤집어보았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 P198
있어 보다 작아지는 경우도 있다. 좋은 관계에서는 나의존재감이 커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용기가 나지만, 나쁜 관계에서는 쪼그라들고 소심해진다. 과거로 돌아가면 이런 이들과 꾸역꾸역 만나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 사람과 헤어져, 당장은 어렵다면 일단 거리를 둬." 관계에서 불행을 느끼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그로 인해 더욱 자존감이 낮아져 나중에는 헤어질 엄두조차 내지못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도 종종 보았다. 특히 부모, 친구, 연인, 직장 상사 순으로 나이를 먹을 때마다 자신을 휘두르려는 사람이 바뀌어간다. 삶의 어느 한때에 관계에서주도권을 잡아본 경험이 없으면 성장의 과정에서 만나는사람들에게 자꾸만 휘둘리게 된다. 만날수록 해악이 되는자존감 도둑들이다.
첫 번째는 나를 감정 쓰레기통 삼는 사람이다. 부모와자식 간, 특히 감정적으로 깊이 교류하는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특히 이런 경우가 많다. 남편과 싸울 때마다 딸에게남편 욕을 하고, 남편을 습관적으로 비난하면서 딸이 자신의 감정을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들을 많이 보았 - P199
다. 자식이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하면 ‘지 애비랑 똑같다‘, ‘이기적이다‘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식은부모의 감정받이를 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왔다면 어릴 때는 어쩔 수 없더라도 성인이 되면최대한 빠르게 독립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를 볼모로한 정서적 협박에 시달려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다.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도 항상 하소연만 하거나, 내 이야기를 꺼내도 금세 자기 얘기로 돌아가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뭔가 일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항상 그런사람이라면 최대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그런 이들은 성숙하지 못하다. 자신의 불행에만 함몰되어 당신을 존중할여력이 없다.
두 번째로, 걸핏하면 "난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사람과도 오래 관계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관계란 애초에 누군가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것이다. 당연히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고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는 좋을 때가 아니라 좋지 않을 때 민낯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를때 "난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며 공 - P200
감 능력이 떨어져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이 말에는 ‘그러니 네가 이해해야 한다‘라는 뒷말이 생략되어 있다. 관계란 서로 노력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런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원래 그렇다고 말하는 이들은 권력 관계에서 자신이 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를 악용하는 행태를 보인다.
세 번째로, "난 뒤끝은 없잖아", "내가 좀 사차원이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다. 아무렇지 않게 남을 지적하고 비난한다. 이것이 ‘솔직한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식적이라서 그에게 ‘싸가지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람 관계에는 서로 지켜야 하는 선이 있고,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는 걸 알기때문에 조심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심하게 비판적인 이중성이 있는 경우도 많아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한다. 남은 자주 비난하면서 자신이받는 비난에는 이성을 잃고 분노한다. 그런 이를 옆에 두면자꾸만 지적당해 자존감이 낮아지면서도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속으로 억울함만 쌓이게 된다. - P201
어른이 되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싫은 사람을 덜 봐도된다는 것과 친구에 덜 연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며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도 하고 나쁜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도 관찰해보니, 행복감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 결정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길이있는 관계는 함께한 시간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나는 인간관계에서 무리하지 않는다.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만나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 당분간 만나지 않고뾰족한 말을 던지는 사람에게는 여러 번 경고하다 정도가심해지면 관계를 끊는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을 최대한 옆에 두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더 좋은 사람들이 다가오곤 했다. 나 또한 모든 관계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꾸 노력하게 된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 P202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계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받고 그 영향을다음 사람에게 옮긴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실로어마어마하다. 그러니 보석함에 보석들을 골라 담듯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난 언제나 주변 사람 때문에 울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다가가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 사람보다 네가 훨씬 더 소중해. 옆에 있으면 울게 되는 사람말고 웃게 되는 사람을 만나."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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