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맞서면서 살 수는 없어, 지연아. 그냥 피하면 돼. 그게지혜로운 거야."
"난 다 피했어, 엄마. 그래서 이렇게 됐잖아. 내가 무슨 기분인지도모르게 됐어. 눈물은 줄줄 흐르는데 가슴은 텅 비어서 아무 느낌도없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피하는 게 너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말이야."
"날 때리는데 가만히 맞고 있는 게 날 보호하는 거야?"
"맞서다 두 대, 세 대 맞을 거, 이기지도 못할 거 그냥 한 대 맞고끝내면 되는 거야."
"내가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아?"
엄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착하게 살아라, 말 곱게 해라, 울지 마라, 말대답하지 마라. 화내지 마라, 싸우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런 얘길 들어서 난 내가화가 나도 슬퍼도 죄책감이 들어,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그때그때 못 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럽고 냄새나고 치울 수도 없는 쓰레기가 가득 쌓였어.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사람이야. 나도 감정이 있어." - P2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나는 재능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누군가는 유전적인 것이나 환경적인 것을, 또는 그 모든 걸 넘어서는 노력을 재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사실 그들은 계속 같은 일을 했다. 그리고 조각하고 빚고 찍고...... 아득할 정도의 반복이었다. 예외는 있지만 주제도 한둘이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질문 하나에 온 평생으로 대답하는 것은 질리기 쉬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대가들일수록 질려하지 않았다. 즐거워했다는 게 아니다.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므로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데 얼마 동안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당장 뛰어난 것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볼 만하다.
-어쩌다보니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2002)에서 - P288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그게 화수였다. 균형 감각이 좋았다. 온화하면서 단호한 성격, 과거를 돌아보되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계획하되 틀어져도 유연한 태도, 살면서 만나는 누구와도 알맞은 거리감을 유지하는 판단력, 일과 삶에 에너지를 배분하는 감각......이를테면 요새 유행하는 명상 앱의 차분한 목소리를 닮았던 것이다. 현재에 건강히 집중하는 모습이. 그런 화수가 넘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넘어져도 바로 일어설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떤 미친놈의 태클에 이렇게 오래 엎드려 있을 줄은 몰랐다. - P300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 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 P3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빠, 우리나라 어떤 작가가 쓴 소설이 있는데, 제목이 길어,
비가 와도 이미 젖은 사람은 다시 젖지 않는다. 거기에 나오는글 중에 이런 말이 있어."
동생은 나와 대화할 땐 좀체 책이나 음악, 미술 얘길 하지 않는다. 딴에는 수준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난 그게 좀 속상했다.
동생이 좋아하는 책 내용.
‘사랑은 수락이다. 그리하여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인간존재 자체를 수락하는 것이다. 그 존재의 모든 허약함까지도. 그렇다. 수락하게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인간에 실망하지 않게된다. 다만 서로 연민할 뿐이다.‘ - P3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와
‘달러구트 꿈 백화점‘.
전에 위 두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어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도 비슷한 장르의 힐링 소설인 것 같아 읽었는데
전반적으로 묘사들이 많고 스토리 전개도 느리고 약간 유치한 느낌의 대사들이 있어 읽으면서 순간순간 오그라들 때가 있었다. 스토리도 쫌쫌하게 잘 짜여진 느낌보단 헐렁한 느낌. 묘사가 많아 지루했다.


개인적으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비추.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한 여러 인물들의 힐링 스토리가 취향이라면 차라리 위에 언급한 두 책이 훨씬 스토리도 탄탄하고 재미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다 2024-04-0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도 추천~
 

살아 있길 잘했다. 태어났으니, 살아 있으니, 살아지고 숨을 쉬었다. 죽지 못해 살았다. 하지만 이제 살아 있으니살고 싶어지고 살고 싶어지니 사는 게 행복하다. 행복한 삶을 만드는 건 타인이 아닌 나의 마음가짐이라는 걸 연자는오랜 시간을 지나 와서야 깨닫는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려고 그토록 긴 불행의 터널을 지나왔는지도 모른다.
- P1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