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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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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나는 읽었고, 책은 말했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요즘들어 여행 에세이를 자주 보게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끝났지만 6월 역시 여행을 떠나기에 딱 좋은 계절이 아니던가! 적당히 덥고 적당히 추우며, 적당히 비가 오고 적당히 쨍쨍한 그런 나날들이 이어지는 행복한 달이다.

일 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하는 여행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는데, 특히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열정이 꼭 6월을 닮았다. 그렇기때문에 여행이라는 단어, 6이라는 숫자는 언제나 설레이는 첫사랑과도 같아 보인다.

엄청 유명한 관광지, 사람들이 잔뜩 찾는 맛집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들도 있지만, 이왕이면 색다른 곳을 원한다. 보통 유명 관광지에는 나무, 돌, 자연경관, 물, 볼거리, 먹거리보다 사람이 더 많다. 언젠가 한번 단풍구경을 가겠다고 '극성수기'라 할 수 있는 단풍시즌에 국립공원을 찾았다가 단풍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은걸 본 적이 있는데, 그 기억은 평생토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것은 자연이 만든 물감인 단풍이 아니라 사람들의 등산복이었고, 민족대이동이 이루어지는 명절에 고속도로 막히듯 등산로가 꽉 막혀서 정체되던 그 느낌. 썩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조용하고 안락한 곳이라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곳을 찾고 그곳을 향해 떠나길 좋아한다. 이런 곳에서 느껴지는 여유야말로 '진짜 여행'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세계를 걸으며 만난 분위기와 느낌

이번 책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는 책 제목에서 말해주듯 작가가 전세계를 여행하며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에세이 형태로 묶은 책이다. 책에서는 아주 멋진 전세계의 구석구석을 소개해주는데,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 책처럼 정보를 알려주는게 아니라 그곳에서 느낀 느낌과 분위기를 알려주는 형태다.

도시 : 반짝이는 것은 언제나 잠시. 함부로 속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 P64

작가의 사진 촬영 기술이 남다르다. 모르긴 몰라도 여행을 다니면서 터득한 사진기술이 전문가 수준 정도는 되리라. 또한, 사진 못지 않게 글 솜씨도 수려하다. 그의 글은 마치 한 편의 시 같고 그 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은 여행의 현장을 독자의 전두엽에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시 에서 이어지는 짤막한 에세이는 때로는 일기같고, 때로는 평범한 기록같고, 때로는 여행기같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같다.

비 : 혼자 있을 때 더 자주 내리는 것.
비가 온다. 비는 형태보다 소리가 우선이다. 보이지 않는 검은 밤이지만 눈을 감고서도 느낄 수 있음이 좋다. 너의 모습보다 이상하게 너의 목소리가 먼저였던 날처럼. 너의 모습이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을 너의 울림을 기대하는 것처럼. P136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책 제목처럼 길 위에서 배운 말들이 없었다면 이토록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었을까?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 역시 용기가 필요하고 단호한 결의가 동반되어야만 추진할 수 있는 일종의 사업이다. 당일치기든 1박2일이든 아니면 장기간의 해외여행이든, 새로움을 기다리는 우리들의 DNA에 가장 잘 맞는것이 여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여행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밝히고 있는데, 여행지에서 고스란히 정보를 흡수한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여행지의 길과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며 자연스럽게 깨달은 것들이다. 상황이 이럴진데 어찌 길 위에서 얻은 철학과 통찰이 소중하지 않을 것인가!


언제나 떠나는 것들

우리들은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있다.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고 집으로 가며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떠나고 좋은 풍경을 보기위해 떠난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먼 훗날에는 이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기위해 떠나야 하겠지.

세 상은 넓고 볼 것은 많은데 시간과 여유는 부족한 시대다. 어쩌면 우리들이 훌훌 털어버리고 쉽사리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용기가 없어서 우물쭈물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것 같다. 여행은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한다.

책 을 읽으면서, 책 속에 나오는 여행지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내가 집중했던 건 오로지 '그 길에서 도대체 무엇을 이해할 수 있었는가'였다. 그 길이 프랑스 길이면 어떻고 가까운 동네 길이면 어떠하리. 작가의 말처럼 '길 위를 걸으며 수 많은 산념을 꺼내 세상에게 말을 걸'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말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만 있다면. 작가는 이 해답을 찾는 과정을 '세상이 말했다'로 표현하고 있다. 아름다운 문장이다.

이 책은 사진보다 글이 더 좋았다. 그의 시 구절은 쉽게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렵고 그렇다고 무척 어려운 것도 아닌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매일 여행하는 것처럼 삽시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따금씩 생각한다. '나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걸까?' 한마디로 인생의 지도를 실물로 보고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하지만 인생에 만들어져 있는 지도따윈 없다. 인생 지도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과 자신만의 색깔로.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면서 세상과 대화한다. 누군가는 책을 읽으며 세상과 대화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처럼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세상과 대화하기도 한다. 세상과 대화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역시 여행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었고, 책은 내게 말했다.
"매일 여행하는 것처럼 삽시다"
"매일 길을 걸으며, 세상과 대화하며 삽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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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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